변화하는 사회와 기술발전에 따른 미술관의 위치 찾기는 내일을 위한 준비 차원보다는 현재를 헤쳐나가기 위한 시급한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세금 지원을 받는 미술관 같은 문화예술 ·문화유산기관들은 해당 기관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와 파급효과와 같은 무형가치를 떠나 어떠한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또 그 서비스가 어떤 기여를 하는지 자료와 수치로 기관의 존재의미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1월 13일 서울관 멀티프로젝트홀에서 ‘미술관 인포메틱스 심포지엄’을 가지고,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실무자, 연구자들이 모여 해결방안 모색을 위해 문화예술분야에서 기록과 정보, 자료의 활용과 연계에 관한 학술행사를 진행했다. 배순훈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축사와 김은영(국립현대미술관 교육정보서비스팀장)의 개회사로 심포지엄은 시작되었다.
개회사에서는 미술관 정보화가 관람객이 더 이상 관람에만 그치지 않고 학예적 활동을 미술관에서 경험하기를 원하는 요구에 대응하고, 정보의 산포를 통해 지식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시킨다는 측면에서 중요함을 언급하였고,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보다 견고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기조강연으로 리디아 나이(홍콩 아시아아트아카이브 도서관장)는 ‘AAA(Asia Art Archive)의 아시아 시각예술자료 소장품 관리시스템 모색’을 주제로 디지털 형태의 정보가 가지는 잠재성, AAA 디지털 자산 관리시스템, 이 분야 종사자가 되길 희망하는 이들이 갖추면 좋을 소양, 자신들의 시스템에 추가하고자 하는 기능 등을 정리해 발표했다.
미즈타니 다케시(일본 도쿄국립근대미술관 기획과 정보자료실장)는 ‘MLA(Museum. Library. Archive)의 협력: 미술정보시스템의 기본 목표’를 주제로 작가 기시다 류세이 아카이브 탄생 과정과 2011년 일본 대지진으로 파괴된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시의 박물관 사서가 유물과 자료에 색인을 세밀하게 작성해둠으로써 건물과 담당자의 부재에도 박물관이 회복될 수 있었던 사례와 문화유산 ‘계승’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연대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기조강연 후에는 기록학 연구자들의 주제발표로 이어졌다. 임진희(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 미술정보의 공유를 위한 상호운용성’이란 제목으로 미술정보 구축단계에서 무엇을, 누구와,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를 고려하여 실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모델을 설계해야함을 강조하며, 모델사례들을 제시하였다. 이호신(한성대 지식정보학부 교수)은 ‘한국미술의 길 찾기, 미술정보’란 주제로 영국과 국내에서 일어난 위작논란 비교를 시작으로 미술정보 과잉과 부 재해결을 위해 미술인 정보를 중심으로 하는 연계정보망 구축을 제시하며 미국 게티연구소 선진사례를 들어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제발표 다음으로는 관련분야 실무자들의 사례발표로 이어졌다. 고원석(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정보원 라이브러리파크 책임연구원)은 ‘근현대 아시아문화예술 아카이브의 시작: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정보원 라이브러리파크 구축에 관해’란 제목으로 발표했다. 현재 구성된 13개 주제관에 대한 상세설명과 아시아의 특수성을 찾기위해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에 대해 소개했다. 김현경(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은 ‘구술자료와 박물관 아카이브’를 주제로 진행하였던 구술영상사업과 사업결과물 서비스에 대해 발표하였다. 박기현(Vitrine by AAM 큐레이터)은 ‘아트아카이브와 컨템포러리 미술계: 큐레이팅 방법론으로서의 아트아카이브’를 주제로 유학시절 경험한 선진사례와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김인중 작가의 개인 아카이브 구축 경험 및 자신이 큐레이터로서 아트아카이브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강수(국가기록원 학예연구관)는 ‘국가기록원의 수집과 활용 정책’을 주제로 수집활동의 중요성을 언급하였다. 사례로는 한국전쟁 전 김일성이 소련 방문을 위해 기차역에 도착한 것을 보도했던 영상을 러시아에서 수집한 사례 등을 이야기하였다. 국가기록원이 더 이상 단순 행정적행위로서의 수집이 아닌 대국민 서비스를 위한 수집으로 활동방향을 설정해나가고 있음을 또한 밝혔다. 조소연(한국영상자료원 보존기술센터장)은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 구축현황과 디지털아카이빙의 과제를 이야기하였다. 영상이 고화질이 되어감에 따라파일용량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커짐으로써 오는 저장용량의 부족과 디지털저장매체의 높은 비용에서 오는 문제점을 지목하였다.
종합토론에서는 구술기록사업의 의미와 아키비스트의 역할변화, 아카이브 주체의 모호성, 큐레이팅과 아카이빙의 구분, 디지털아카이브의 개방성 강화를 위한 전략, 저작권 문제 등에 대한 논의들이 추가로 이어졌다. 하루 종일 진행된 심포지엄에서 논의되었던 ‘협력’이 유럽연합 디지털문화예술플랫폼인 유로피아나(Europeana.eu)의 한국, 아시아 버전으로 가시화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