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3월 화랑시장에서는 400여 개 전시장에서 봄을 부르는 전시들이 줄을 잇고, 경매 시장에서는 인지도 높은 작고작가, 70-90대 유명 작가, 그리고 해외 인기 작가들의 작품이 계속 거래되고 있다. 코로나의 오미크론 우세로 방역조치가 크게 완화된 가운데 치러진 화랑미술제를 시작으로 아트페어 시장도 하나둘씩 열리기 시작했다.
최근의 미술시장은 대통령 선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영향인지 역동성이 미세하게 떨어지는 느낌이나 전시장에는 여전히 관객이 몰린다. 호황 때면 늘 장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한 질문이 많은데, 이와 관련된 즉답 대신 2021년 한 해의 화랑 시장과 경매 시장의 프레임 중 하나인 연령대별 전시와 출품작 수를 통해 국내 미술시장의 지속가능성과 확장성을 위한 프레임 강화에 대한 내용을 살펴본다.
이배 전시, 2021.9.14-11.19, 우손갤러리, 사진: 서진수
2021년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가나아트센터, PKM갤러리, 학고재 등 국내 거대 10개 갤러리에서 개최된 전시는 총 95건이었다. 그 중 작고작가 전시 4건, 해외작가 전시 21건, 단체전 9건을 제외하고 국내 생존 작가의 전시를 연령대 별로 보면 70-90대의 안정된 원로작가 전시가 14건, 50-60대의 허리 세대인 중견작가 전시가 22건, 30-40대의 청년 활성세대 작가 전시가 22건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인지도 있는 작가를 중심으로 전시가 이어지는 거대 갤러리의 현황이긴 하지만, 이들 전시가 화랑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지금의 화랑 시장 프레임을 이해하는 하나의 통계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해외 갤러리의 한국 지점 전시가 수요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어 화랑들이 무한 경쟁 속에서 어떤 작가와 어떤 연령대의 작가를 육성해나가야 할 지에 참고할 수 있다.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양대 경매회사가 2021년 총 22회의 메이저 경매에서 근현대미술 영역에 출품한 작품 수는 총 2,412점이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출품된 작가의 연령대는 전체에서 30.8%를 차지하는 743점이 출품된 이우환, 박서보, 정상화, 하종현, 김종학, 이강소, 이건용, 김태호, 이왈종, 오세열, 전광영, 김구림 등이 속한 70-90대였다. 낙찰총액을 계산해보면 출품작의 수보다 그 비중은 훨씬 커질 것이다. 그다음은 669점(27.7%)이 출품된 야요이 쿠사마, 요시토모 나라, 데미안 허스트, 조지 콘도, 데이비드 호크니, 줄리안 오피, 그리고 MZ세대 컬렉터의 진입 이후 출품이 급증한 아야코 록카쿠(일본), 에드가 플랜스(스페인), 하비에르 카예하(스페인) 등 다수의 청년작가가 포함된 해외 작가였다. 그리고 김환기, 김창열, 윤형근, 장욱진, 박수근, 유영국, 이대원, 김기린, 이응노 등 작고 작가의 작품이 665점(27.6%)에 달했다.
이배 전시, 2021.10.21-1.20,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사진: 서진수
그에 비해 추후 미술시장을 이끌고 허리를 담당할 50-60대 중견작가의 작품은 이배, 최영욱, 오치균, 정영주, 최울가, 안창홍, 양혜규, 윤병락 등 소수의 작가 작품 212점(8.8%)이 출품되어 원로, 해외, 작고 작가의 1/3 이하였고, 한국 미술시장의 미래를 이끌 30-40대 작가의 작품은 우국원, 김선우, 문형태, 하태임 등 극소수 작가에 머물러 겨우 123점(5.1%)이 출품되었다.
화랑 시장과 경매 시장을 결합하여 살펴보면 70-90대 원로 작가와 작고 작가의 경우는 전시와 경매 모두 출품과 거래가 원활하고 활발한 상황이다. 반면에 중견 작가와 청년작가의 경우 이들이 경매시장에 진입하는 숫자도 적지만 경매 출품 작가의 작품 수도 8.8%와 5.1%로 매우 적었다. 양대 경매회사가 모두 기업공개를 한 지금 향후 자본 확대와 자회사를 통한 사업다각화, 그리고 근대, 현대, 고미술 경매의 분리 등 프레임 변화에 기대를 걸어본다.
미술시장이 다른 문화콘텐츠 산업처럼 확대재생산 구조를 갖는 산업화를 이루려면 파이가 더 커져야 하고, 투자 대상이 다양해져 투자 프레임이 형성되어야 한다. 화랑 시장에서도 중견, 청년 작가의 전시가 더 많이 열리고, 작품 판매율도 높아져 가격도 오르고, 2차 시장에서의 구매 경쟁이 일어나야 하고, 평론과 미술관의 역할이 더해져 전체가 하나의 큰 프레임을 형성해야 한다. 중견 작가와 청년 작가 중 미학과 스토리텔링을 갖추고, 해외 유명 작가와 경쟁할 수 있는 작가를 눈 밝은 유통 주체가 찾아 육성하고, 정부도 이 대목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