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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동양 삼국화(三國畵), 새로운 세계미술 트렌드가 되기를

정종효

일본의 개화기였던 메이지(明治)시대에 서양화와 구분하기 위해 명명된 日本畵는 재료의 특성과 소재의 정체성을 토대로 전통을 고수하면서 서양화와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기법을 도입하는 등 상호 시너지를 얻어 일본미술 근대화의 중심이 되었다. 도쿄에서 개최되었던 컨템포러리 아트 중심의 아트페어 ‘NICAF’는 판매부진으로 10여 년 전 중단되었다가 ‘Art Fair TOKYO’라는 이름으로 일본화와 고서화를 과감하게 합류시켜 다양한 장르로 거래실적을 보충하면서 현재까지 꾸준히 컨템포러리아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장기불황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의 아트마켓에 일본화가 공급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전통을 선호하는 탄탄한 전문컬렉터 층과 미술관 등 미술계의 지속적인 관심이 있어서 가능하다고 평가된다. 

1988년 과천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대표적인 中國畵 작가인 장다첸(張大千) 전은 광대한 중국의 대자연을 거대한 화폭에 담은 작품으로 크기만으로도 압도되는 작품으로 기억이 생생하다. 그로부터 약 25년이 지난 2012년 장다첸은 세계옥션시장 최대거래작가로 등극하였다. 그 다음으로는 츠바이스(齊白石), 이 작가 역시 중국화론과 중국화를 공부할 때 대표적인 중국의 수묵화가로 거론되었으며, 이들은 피카소를 제치고 탑으로 등극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중국 미술의 4대 천왕이라고 불리는 위에민준, 장샤오강, 쩡판쯔, 팡리준이 서양화로 세계미술을 주름잡았다면 이제는 이들 중국화 작가들이 세계미술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다. 중국화의 젊은 작가를 향한 움직임도 빨라졌다. 

티엔리밍, 사람과 자연 人与自然 Man and Nature, 1988, Ink and color on paper, 59.8x68.6cm

Art Basel을 읽으면 세계컬렉션의 트렌드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지난 5월 Art Basel HK의 흐름은 단연 중국화였다. 중국을 포함한 많은 외국갤러리에서도 중국화 작가를 아트페어에 참여시켰다. 펭웨이, 구웬다, 항춘후이, 티엔리밍 등 대부분 40대 초반에서 50대 중반의 작가들로 고도의 테크닉과 다양한 표현력을 지니고 있다. 작품가격도 웬만한 한국의 중견작가보다 훨씬 높았지만 작품 대부분이 매진되는 등 반응도 대단했다. 아트페어가 종료되자 국내의 유명 갤러리들은 중국화 작가 사냥에 발 빠르게 움직였다. Art Basel HK에서 보여진 중국화의 징조는 세계미술시장의 트랜드로 영향을 미칠까? 장다첸과 츠바이스가 일으킨 바람의 영향이 큰 것은 분명하다.

1982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韓國畵’라 명명된 이래 각 대학과 전시에서는 동양화 대신 한국화로 명칭을 바꾸어 중국, 일본과는 다른 한국의 정서표현으로 정체성을 가지자는 소위 동양화로부터의 독립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화는 현대미술에서 밀려나 위기감이 들 만큼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한국화의 가격은 서양화에 비해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작품 또한 한국의 정체성보다는 컬렉터의 선호도에 맞추어 재료와 기법과 소재가 선택되는 상황이다. 현실이 이러니 그나마 많지 않은 한국화 작가들은 갤러리로부터 냉대 받으면서 기획전시나 아트페어 등에 참여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현존작가만 겪는 비극이 아니다. 근대 한국화로 거슬러 올라가 안중식 선생을 시작으로 장우성, 이상범, 변관식, 박생광, 김기창에 이르기 까지 아마도 천경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서양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고 이 것이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거기에 컬렉터의 편식주의 성향 또한 한국화를 절박한 상황으로 몰아간다. 트렌드 따라가기 식의 성향이 반복된다면 한국화는 존립조차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치달을 지도 모른다. 성숙해진 감각을 더 넓혀 미술을 받아들일 때이다.

한국미술의 불황이 길어지자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고심하고 있고 작년부터 몇 차례 회의가 열렸다. 조만간 정부 정책도 발표될 것 같다. 정책도 중요하고 지원도 중요하다. 바라기로는 한국 시장에 맞는 장기 전략의 정책이기를 기대한다. 여기에 욕심을 하나 더 하자면 편식으로 소외된 한국화의 한류전략도 정부에서 먼저 구상해 봄직하지 않을까? 세계미술시장이 중국화의 먹 빛에 매료되어 간다면 한국화의 먹 빛도 그 바람을 타고 부상하는 준비를 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정종효(1968-) 일본 큐슈 나가사키 회화 석사. 문화관광부장관 표창 수상. (사)한국화랑협회 사무국장 역임. 현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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