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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 분명한 기준과 투명한 감정 시스템

피정환


(가제) 분명한 기준과 투명한 감정 시스템

피정환 | 미술애호가

최근 TV와 여러 언론 매체에서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이우환 작품의 진위 논란이 크게 다뤄지며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었다. 국내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 꼽히는 한국화랑협회 감정기관과 한국감정연구센터 두 곳이 감정에 참여했지만, 한 곳에서는 진품, 다른 한 곳에서는 위작이라는 서로 다른 결론을 내렸다. 같은 작품을 두 기관이 정반대로 판단한 것이다. 결과가 엇갈리자 사건은 더 복잡해졌고, 사람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믿어야 할지 혼란에 빠졌다.

〈점으로부터(From Point) No.800298〉, 33×24cm 이미지 출처: EtherealAuctioneers.com

사실 이우환 작가의 작품을 둘러싼 위작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진위 공방이 있었고, 일부는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며 미술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그럴 때마다 작가는 적극적인 해명이나 공개적인 입장 표명보다는 다소 조심스럽고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이는 작가 개인의 선택일 수 있지만, 많은 미술 애호가와 소장자에게는 아쉬움과 답답함으로 남는다. 명확한 설명이 부족할수록 의문은 더 커지고, 작품과 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도 함께 자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논란이 반복될수록 피해는 결국 미술시장 전체로 돌아온다. 작품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거래는 위축되고, 감정 기관이 쌓아온 권위도 손상된다. 위작에 대한 불안이 커질수록 진품조차 제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기 어렵다. 나아가 국내 미술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국제적 신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술이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하더라도, 시장의 신뢰 위에서 움직인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우환 작가는 여전히 한국 미술계를 상징하는 이름이다. 국내 생존 작가 중 가장 먼저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알렸고, 최근 몇 년 동안 국내에서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한 작가로 꼽힌다. 해외에서도 인지도와 시장성을 함께 인정받는,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1960년대 일본의 모노하(Mono-ha) 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한국 단색화가 자리 잡는 과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는 이제 상식에 가깝다. 예술적 성취와 역사적 의미, 그리고 오랜 시간 쌓아온 국제적 명성은 쉽게 부정하기 어렵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필요한 것은 분명한 기준과 투명한 감정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작품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독립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감정기구, 그리고 전 생애 작업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레조네(catalogue raisonné)의 편찬이 시급하다. 작품의 제작 시기와 변천, 주요 전시와 소장 이력이 일관된 기준에 따라 기록되고 공유될 때, 진위 논란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명확한 데이터와 객관적인 기준이 마련되어야만 작품은 불필요한 의심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것이다.

예술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먼저 믿음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믿음은 작가의 명성이나 감정 기관의 이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투명한 절차, 확인 가능한 기록, 일관된 기준이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신뢰가 형성된다. 앞으로도 이우환 작가의 작품이 계속해서 사랑받고, 그 예술적 가치가 오래도록 기억되기 위해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미술시장의 신뢰 기반을 다시 점검하고 정비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피정환 (1956- ) 신흥상가(주) 전무이사 역임. 현 신동시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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