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
2013 서울사진축제 ‘시대의 초상 초상의 시대’리뷰
전시기간: 2013.11.1~12.1
전시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1층
서울사진축제가 지난 11월1일에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개막했다. 이 행사는 2010년부터 시작되었다. 벌써 4년째 개최되고 있는 행사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행사는 다른 사진축제와 마찬가지로 기존에 활동하는 사진가들의 작품을 전시하였다.
첫해에는 국내사진가들이 참여하였는데, 기존의 작품이 아니라 이영준 전시감독이 선정한 ‘지하 공간’이라는 주제로 작업한 새로운 작품을 전시하였다. 특별전으로는 시민들의 앨범에 보관되어 있던 오래된 사진을 수집하여 전시하여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두 번째 행사에서는 국내사진가 뿐만 아니라 서양사진가를 비롯한 외국사진가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하여 동시대 현대사진의 경향을 조망하는 전시형태로 꾸며졌었다. 또 특별전에서는 신인 사진가들과 시민사진가들이 참여하는 전시로 구성했다. 이때부터 시민들이 참여하는 축제라는 행사성격을 만들어가려는 주체 측의 의도가 조금씩 드러났다.
3회인 작년전시부터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주제와 전시형태를 보여주었다. ‘기억’을 주제로 서울시민들이 보관하고 있던 서울과 관련된 빛바랜 사진과 각 구청별로 보관되어 있던 사진아카이브를 정리하여 보여주었다.
또 기존의 사진가들과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서울을 기록한 사진도 함께 전시하였다. 특별전과 부대행사도 시민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기획했다. 행사명칭 그대로 시민들이 참여하는 축제로 변신하였다.
4회째인 이번 행사도 전년도에 전시를 기획한 이경민 전시감독이 맡아서 주제를 ‘사람’으로 정하였고, 행사타이틀은 ‘시대의 초상 초상의 시대’이다. 행사는 전시와 시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꾸며져 있다.
여기에서는 전시에 한해서 살펴보겠다. 전시구성은 본 전시와 특별전으로 나누어져 있다. 또 본 전시는 1부, 2부 로 구분된다. 특별전도 1부와 2부로 나누어진다.
본 전시 1부는 1. 초상화에서 초상사진으로, 2, 사진관시대의 초상, 3. 또 다른 초상, 타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초상화에서 초상사진으로’ 에서는 대한제국말기에 사진술이 도입되어 재현방식이 초상화에서 초상사진으로 대체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2, ‘사진관시대의 초상’은 일제강점기인 1920년~1930년대에 초상사진이 대중화되면서 본격적인 사진관시대를 맞이하는데 당시의 사진관사진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보여준다.
서양에서도 19세기 초반에 사진술이 발명되었을 때 초상사진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하는데 우리도 그와 유사한 과정을 거친 것이다. 당시의 초상사진을 통해서 특정한 문화와 사회상을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는 전시였다.
3. ‘또 다른 초상, 타자’는 일제에 의해서 재현된 조선인의 초상사진을 보여준다.
일제는 식민지인 조선을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진을 이용했다. 일제가 얼마나 철저하고 치밀하게 조선을 식민통치했는지 일깨워준다.
인물도감도 있고, 조선인의 신체를 측정한 사진도 있다, 또 무속을 기록한 사진도 있다. 그 외에도 감옥에 수감된 사람들의 수형기록표에 부착된 사진도 보여준다.
서양인들이 범죄자를 통제하기해서 사진을 이용한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이처럼 초상사진은 기념하고 기억하기 위해서 혹은 부와 명예를 과시하기 위해서 찍기도 했지만, 타자를 통제하기위한 수단으로도 이용됐다. 그것은 사진을 발명한 서양뿐만 아니라 서양의 사진술을 수용한 아시아도 마찬가지이다.
사진은 근대의 산물이다. 근대는 제국주의가 발흥한 시대였고, 폭력의 역사로 점철되어 있다는 것을 환기시켜준다. 근대사회는 이성 중심적인 사고를 표방한 시대였지만 한편으로는 야만의 시대이기도 했다. 이러한 이중적인 모습을 사진아카이브는 증언한다.
본 전시 1부에서는 ‘시대의 초상’을 보여주었다면, 본 전시 2부에서는 ‘초상의 시대’라는 주제로 해방이후부터 현재까지 사진가들이 기록한 초상사진을 시대별로 분류하여 보여준다. 또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잡지표지에 게재된 여성들의 초상사진을 통하여 매체에 따라서 달리 표상하는 여성상을 보여준다. 사진가들은 초상을 통하여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인 현실을 반영하는가 하면, 시대에 저항하고 자신들의 세계관 및 정체성을 드러냈다. 해방이후 현재까지 한국사회가 얼마나 많이 변모했는지 총체적으로 일깨워주었다.
특별전I에서는 서울의 유서 깊은 동네인 북촌사람들의 초상사진 및 기념사진을 통하여 북촌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지역공동체를 조망한 사진아카이브이다.
특별전II는 서울시민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소장하고 있는 1980년대에 예식장이나 사진관에서 촬영한 결혼식사진을 공모하여 전시했다.
1980년대는 한국사회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는 시련기였고, 암흑기였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고도 성장기였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서민들의 생활이 안정을 찾은 시기이기도 하다, 또 외부 세계와 본격적인 직접교류가 시작된 때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 전면적인 세계화, 현대화가 이루어졌다. 결혼식사진은 그러한 시대의 문화적인 단면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2013 서울사진축제’의 전시구성과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이 행사는 3회째인 작년부터 그 방향성을 분명하게 표방하고 정체성을 확립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구성이 좀 더 세련되어지고 안정감이 느껴진다. 또한 전달하고자하는 주제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전시감독인 이경민이 자신의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전시기획자이고, 진정성을 바탕으로 공적인 일을 하는 전문가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오래된 사진행사인 ‘동강국제사진제’를 비롯하여 대구사진비엔날레 등 크고 작은 사진행사가 지역별로 개최되고 있다. 하지만 행사의 성격과 정체성이 분명한 행사는 그다지 많은 것 같지 않다. 그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겠지만, 공적인 행사를 공적인 태도로 진정성 있게 임하는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것과 전문성과 경험이 풍부한 기획자가 부재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그 외에도 관주도적인 행사에서 탈피하는 게 예산문제로 인하여 한계가 있다는 것도 분명한 원인 중에 하나다. 하지만 행사를 주최하고 주관하는 주체가 민간전문가 집단이든, 관이든 간에 관계없이 진정성 있는 태도로 행사에 임한다면 해결 할 수 있는 문제이다. 이러한 점에서 ‘2013 서울사진축제’는 성공적인 행사로 기억 될 것이다. 서울사진축제는 이번 전시감독부터 임기가 3년이라고 한다. 내년에도 이경민 기획자가 전시를 기획하게 될 예정인데 주제가 ‘공간’이라고 한다.
매년 개최하는 행사가 전시감독을 매번 교체하는 것보다는 일정기간동안 책임을 맡기는 것도 행사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안정적으로 행사를 준비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된다.
‘서울사진축제’가 좀 더 발전하고 안정적으로 행사가 개최되기 위해서는 예산문제를 포함하여 여러 선결과제가 남아 있지만 차분하고 공정하게 해결한다면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2014 서울사진축제’를 기대하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2013 서울사진축제 : http://www.seoulphotofestival.com/2013/
김영태 전시기획자 현대사진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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