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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 기념 遺墨展을 보고…

노상학

지난 2월초 차가운 안개비가 간간히 흩뿌리던 주말에 안중근 의사(1879~1910)의 하얼빈 의거와 순국 100주년을 기념해 열리고 있는「안중근, 독립을 넘어 평화로」遺墨展에 그 귀한 목숨을 초개와 같이 조국에 바친 영원한 청년 안중근이 도대체 누구인지 해답을 찾기 위해 예술의 전당을 찾았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처음 눈에 띄는 글씨가 논어의“공치(公治)”편의 문구를 인용한〈敏而好學不恥下問(민이호학 불치하문)〉이다.‘ 민첩하게 배우기를 좋아하고,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마라’라는 뜻으로 우리가 보통 상무(尙武)의 기질만을 알고 있는 안 의사에 대해 학문 또한 중시했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이어서 눈길을 끈 글씨는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一日�讀書口中生荊棘(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이다.‘ 하루에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의 이 글은 안 의사의 독창성이 돋보이는 글귀로서 대한독립을 위해서는 文과 武를 병행하여 실력을 쌓는데 태만해서는 안 된다는 경구로 해석된다.

여순 감옥에서 안 의사의 인격과 사상에 감복한 호송관에게 써준〈爲國獻身軍人本分(위국헌신 군인본분)〉과〈國家安危�心焦思(국가안위 노심초사)〉의 작품도 눈길을 끌며 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또 하나 눈여겨 봐야할 글씨는〈天與不受反受其殃耳(천여불수 반수기앙이)〉이다.‘ 하늘이 기회를 주는데도 뜻을 거스르면 도리어 그 재앙을 받는다’라는 뜻으로 하얼빈의 장엄한 의거의 동기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매우 뜻이 깊은 작품이다. 그는 절체절명의 나라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약지까지 잘라 단지(斷指)동맹을 주도한 애국투사이기도 했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적으로 인내와 겸양의 화신(化身)이자동서사상(東西思想)을 관통한 조선 선비의 숨결이 이번에 전시된 그의 장엄한 친필유묵의 서체에 켜켜히 녹아 있었다.

100년 前자기 전체를 던져 봉헌했던 피 끓는 그 형형(炯炯)한 눈빛의 열혈청년 안중근! 그가 남긴 묵적(墨跡)에서 벌써 한 세기의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 표류하는 우리에게 무언(無言)의 강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 같아 비록 자괴감이 앞섰지만, 나라를 잃은 암울한 삶속에서도 호연지기의 기상을 잃지 않았던 우리 조상들의 얼을 지금 이 순간 되새겨보니 이번 전시회가 참으로 존귀했으며 오늘날의 고단한 삶을 사는 우리에게 큰 위안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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