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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그림배우기, 첫걸음...

구번일

구번일 | 대학 강사

얼마 전부터 스케치를 배우기 시작했다. 혼자서 책을 보면서 말이다.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일단 그리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엉뚱한 자신감으로 무작정 스케치북과 연필을 샀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책장 한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잊혀져 가고 있는『소묘의 기초』(예경)를 꺼냈다. 몇 년 전이었나, 인터넷 도서점에서 배송료 기준을 맞추기 위해 주문했던 책이었다.
책을 펴놓고 매일 조금씩‘연필을 이용한 풍경 소묘 그리기’와‘연필을 이용한 범선 모형 그리기’를 따라 해봤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책에 나온 순서를 쫓아가며 눈에 보이는대로 흉내를 내보자니 그림 하나를 완성하는데 일주일씩이 걸렸다. 스케치북 두 장을 채우고 나니 비로소 선긋기 연습이 왜 필요한지를‘몸소’깨닫게 되었다. 해서 요즘에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연필 스케치』(미디어 윌)를 펴놓고 선긋기부터 다시 시작했다. 위아래로 긋기, 좌우로 긋기, 그리고 여러 가지 곡선 긋기까지.
그림은 보러 다니기만 했지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일단 시작하고 보니, 아무 생각없이 어떤 일에 몰두해 보는 게 정말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까지 끝내야 하는 일, 어느 만큼까지는 해줘야하는 일들 사이에서 쫓기듯이 해내는 게 아니라, 원하는 만큼 조금씩 뭔가를 성취해가고 있다는 느낌이 행복하다. 그러던 중 <서울아트가이드> 5월호‘오광수 미술칼럼’에서 이런 글을 읽게 됐다.“ 음악이나 무용과 같이 예민한 감각과 유연한 신체적 조건이 더불어 성숙해 가야하는 경우와 미술은 다르다. 성년이 되어서 미술가가 되는 경우도 많고 중년의 나이에 미술가로서 입신하는 경우도 없지 않은 편이다. 뛰어난 상상력과 발상의 참신함이 진작된다면 얼마든지 좋은 미술가가 될 수 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몰래 스케치 연습을 하던 내게는 매우 고무적인 얘기였다. 물론 나에게‘뛰어난 상상력과 발상의 참신함’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서른 후반, 이제 와서 훌륭한 미술가가 되겠다는 꿈을 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그림으로 옮길 수 있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고맙고 기쁜 일이 될 것 같다. 좀더 욕심을 낸다면, 지금처럼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연습하다보면 누군가의 말처럼 노후에는 예술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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