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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모리미술관을 다녀와서

고경옥


고경옥│이랜드문화재단 큐레이터

모리미술관에 대한 명성은 이전부터 익히 들어 관심의 대상이었다. 꼭 가보고 싶은 미술관 중에 하나였는데, 감사하게도 회사 연수로 도쿄에 갈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일본의 거대 부동산회사인 모리그룹이 도쿄의 중심지인 록본기에 록본기힐즈를 건설하고, 오피스, 방송국, 호텔, 쇼핑몰 등의 상업시설물과 더불어 미술관을 운영한다는 것은 명성만으로도 그 규모와 시설 등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미술관인 만큼 그 규모나 전시의 수준이 국제적이라는 얘기는 익히 들어왔는데, 그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감사하고 신나는 일이었다.

모리미술관은 모리타워 중심의 맨 꼭대기 층인 53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미술관은 1-2층이나 지하, 기껏해야 3-4층의 규모로 만들어지고 전시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모리미술관은 건물의 최정상층인 53층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었다. 작품 전시를 위해선 운반이 필수적인 것인데, 전시준비를 위해 53층까지 어떻게 그 많은 작품을 운반할 수 있을지 한편으로는 염려가 되기도 했다. 모리타워 52층은 록본기힐즈 전망대로 활용되고 있었다. 전망대는 2003년 개관이래 전시 관람과 동시에 동경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관광명소로 이미 자리 잡았다고 한다. 전시를 통한 수입과 동시에 관광지로써의 이중의 이익을 겨냥한 기업의 아이디어가 참신해보였다. 모리미술관의 또 다른 특징은 소장품 전시를 하는 장소가 따로 없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규모 있는 미술관은 기획전과 더불어 소장품전을 하기 마련인데, 기획전만으로 운영된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기획전만으로 운영되는 미술관임에도 불구하고, 그 전시의 수준이 가히 국제적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연수기간에 보게 된 전시는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바 있는‘아네트 메사제’의 개인전이었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의 퐁피두센터에서 진행되었고, 2008년 봄에는 우리나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열렸던 전시로, 순회전 형식의 전시였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렸을 때도 관람했었는데, 작품의 구성은 비슷하였으나, 역시나 전시공간이 주는 아우라는 작품자체를 다르게 형상화함을 실감했다. 누구에게나 어릴적 기억과 당시에 형성된 정서는 일평생 동안 한 사람의 인생과 동행하기 마련이다. 그만큼 유년기의 기억과 감성은 중요한 것인데, 아네트 메사제 역시 그의 작업은 어린 시절의 추억과 오버랩 되면서 기괴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작품으로 응축되어있었다. 많은 작품 중에서도 시각적 스펙타클 과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은 <카지노>였다. 이 작품은 저 멀리 직사각형의 문에서 시작되는 붉은색의 실크로 된 천이 문을 통해 흘러넘쳐 나머지 공간 전체를 뒤덮는다. 그리고 바람에 의해 시시각각으로 실크천은 넘실되며, 천 아래에는 바다의 생물을 연상시키는 물체들이 커졌다 줄어들었다를 반복한다. 작가는 <카지노>가 출산시 질을 통해 배출되는 피, 혹은 고래 배속에서 나오는 피노키오를 상징한다고 한다. 이는 여성작가로서 마주하게 되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작가는‘정체성 탐구’를 1970년대부터 줄기차게 진행해오고 있는데, 이는 <기숙생들>, <앨범-컬렉션>에서도 나타난다. 아네트 메사제는 현대미술의 담론과 논리를 정확하게 읽어내고 있으며, 이론가의 구미를 자극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 타자성, 상처와 치유,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 등 작가가 보여준 작업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이 작품에 녹아 있는 작품들을 마주하며, 나의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본 시간이었다. 전시와 더불어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모리미술관을 다녀오게 된 것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기회가 된다면 지속적으로 세계의 유명한 미술관을 탐방하고 다양한 작품들을 접하고 싶은 것이 나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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