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미술작가론〕 박준선 데콜라주로 해체하는 현실 김성호(미술평론가) 분출하는 내면의 감정을 다스리기는 쉽지 않다. 그것을 통제하려는 이성은 좌초되기 십상이다. 대신 꿈틀대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우리의 몸과 마음의 연결고리를 부서뜨리며 그 위로 넘실댄다. 이러한 경험들은 우리를 비정상의 극단으로 몰고 가면서 우리네 일상을 방해하지만, 작가들에게는 새로운 예술의 영감을 제공하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표현주의로 대표되는 미술의 언어는 일상에서의 정합한 내러티브를 원하지 않는다. 외려 그것을 짓이기고 해체함으로써 새로운 예술적 질서를 만들어낸다. ‘무질서 속의 질서’는 표현주의만이 가지고 있는 예술의 힘이다. 박준선은 리비도(libido)로 표출되는 이러한 표현주의적 언어를 통해서 일상의 내러티브를 산산조각으로 해체함과 동시에 그의 예술세계의 문법을 재편성한다. 리비도란 성욕으로 대표되는 이드(id)로부터 나오는 무한한 정신적 에너지가 아니던가? 현대사회가 ‘통제를 원치 않는 존재’인 본능을 억누르며 구축한 종교, 윤리, 제도들은 작가 박준선의 예술에 있어서 부정과 해체의 대상이다. 그의 그림에서 아크릴과 오일스틱을 통해 그려진/해체된 동물이나 사람의 형상에는 육질의 무엇으로 분출하고 폭발하는 ‘파열의 소용돌이’를 저마다 지니고 있다. 때로 그것은 제도가 억누르고 있는 구성원 개체의 내면으로부터 터져 나온 부정, 저항의 분위기로 나타나거나 아예 아무 의미 없이 드리핑으로 흩뿌려진 물감들의 난무로 변주되기도 한다. 박준선, 너의 얼굴 (LIVIDO) mixed media, 234.0 *164.0(cm), 2011,
박준선, 개새끼!, mixed media, 108.0 *97.0(cm), 2011
박준선, 너의 얼굴 (자화상), mixed media, 53.0*45.0(cm), 2011
박준선, 너의 얼굴2, mixed media, 53.0*45.0(cm), 2011
박준선, LIVIDO, mixed media, 53.0*45.0(cm), 2012..
이러한 표현주의적 언어를 기초로 한 그의 작업은 데콜라주(décollage)의 정신을 실천한다. 포스텔(Wolf Vostell)에게서 주창된 이래, 누보 레알리스트에게서 구체화된 이러한 조형 방법론은 ‘붙인다’는 콜라주의 반대적 의미항에 자리하면서, ‘자르고, 떼어놓고, 지우고, 해체하는’ 부정(否定)의 미학을 실천한다. 따라서 그것은 혼돈의 결과를 의도하기 보다는 기존의 질서를 해체하면서 얻게 되는 ‘우연한 질서’를 지향하며, ‘새로운 현실’로 제시되는 것이다.
박준선의 작업에서 화면에 절상된 이미지로 등장하는 인체의 두상이나, 개의 형상도 그러하지만 그러한 드로잉 외면을 오려내는 패널 작업들은 데콜라주의 부정의 미학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예라 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콜라주 작업으로 대별되는 그의 소품들은 이러한 데콜라주 정신의 이중주에 다름없다고 할 것이다. 특히 인물의 두상과 개의 몸체의 결합이나 그것이 역전되어 나타나는 콜라주 작업들은 인간이라는 이성적 주체의 합리적 면모라는 것이 개라는 비이성적 주체의 비합리적 면모와 그다지 차이가 없다는 비판적 문제의식을 형상화한 것이다. 달리 말해, 그의 콜라주 작업은 인간의 주체성 내면에 자리한 동물성과 같은 욕망들을 회의, 부정, 잘라냄, 지움, 해체의 데콜라주의 방식으로 경계하면서 ‘인간됨/동물됨’의 변별적 차이란 과연 무엇인지를 자문하고 있는 것이다.
박준선, 네발로 기어라1, collage, 35.5*25.5(cm), 2012
박준선, 네발로 기어라3, collage and drowing, 15.4*19.8(cm), 2012
박준선, 네발로 기어라4, collage and drowing, 24.5*25.0(cm), 2012
박준선, 네발로 기어라5, collage and drowing, 30.8*20.5(cm), 2012
그러나 그의 데콜라주 미학이 실천적 차원에서는 일견 상투적이거나 표현주의 류의 여타 작업들을 그저 연상시키는 선에서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겠다. 최근 이러한 작업들로부터 탈피하는 의미심장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그에게서 데콜라주 미학은 특정 오브제를 모터를 통해 빠르게 회전시키는 키네틱 작품들을 통해 실험된다. 우리의 망막에 나타나는 잔상(殘像) 효과마저 탈각시켜내는 빠른 회전 방식은 결국 특정 오브제의 본래적 이미지를 잘라 내거나 지워버리게 만들면서 이전의 데콜라주의 미학을 발전적으로 전개시킨다. 구체적으로 그에게서 데콜라주 미학은 해체와 재편성의 대상인 ‘제도, 사회 구조, 언어적 질서’라는 것이 결국 허상임을 선언하는 데까지 이른다. 그것은 안개와 같은 신기루이거나 실체가 없는 이데올로기의 부산물일 수 있다. 이러한 실체 없는 제도적 질서를 대상으로 벌이는 데콜라주로 대별되는 한판의 걸쭉한 부정, 저항의 미학은 박준선 작업에 있어서 핵심이다. 여기에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답이기 보다는 끊임없는 회의론적, 반성적 질의만이 무성할 뿐이다. 마치 그것은 들뢰즈와 가타리가 현대자본주의를 분석하면서 제시한 ‘정신분열증’의 태도와 같은 것이다. 끊임없이 분절되고 해체되지만 그것은 일체의 구속과 종속의 개념을 거부하는 민주적 개체들의 아우성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영향 받은 그의 ‘정신분열증’적 창작태도는 애초에 그가 의도하는 바이며, 그가 데콜라주라는 주제의식을 지속적으로 밀어붙이는 근원적 힘이라 할 것이다. ●
출전 /
김성호, “데콜라주로 해체하는 현실”, (박준선 작가론), 평론 매칭 프로그램,『2012 수원신진작가 발굴전-하마하마(2012. 10. ~10. 15, 수원미술전시관)』, 전시카탈로그,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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