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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하: BURN》, 씨알콜렉티브

객원연구원

씨알콜렉티브에서 11월 21일까지 열리는 김시하 개인전 ‘BURN’은 동시대인이 겪고 있는 무력감과 함께 진보역사를 상실한, 내재된 분노가 반영된 “무대-시적 풍경”이다. 김시하는 특정 공간의 정서를 재생산하는 설치작가다.

 

‘회색 공원 A Grey Garden’

무채색의 풍경, 시 구절을 읊조리는 목소리, 중앙에 다 타고 남은 잿빛 철판과 새까맣게 탄 나무 그루터기, 깨진 유리와 잿더미를 뒤집어쓴 크리스마스트리, 그리고 가로등이 있는 텅 빈 공원풍경은 회색의 어둡고 쓸쓸하면서도 대립과 혼재의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회색 공원 A Grey Garden’, 실내 조명이 꺼진 장면

일상을 잃어버린 폐허 같은 삼의 풍경이자 억압으로 내재화된 분노가 휩쓸고 간 잔재를 암시하기도 하는 이 설치 작업은 사회 속에서 개인이 겪는 심리적 불안과 분열의 간극을 스토리와 함께 시각화하는 무대-시적 풍경이다. 작가는 관람자를 공연의 주인공으로 초대하여 빈 공간과 오브제를 누비며 각자의 극을 만들기 원한다. 또한, 각자의 경험이 개인과 상황에 따라 다르기에 자의적 해석을 던진다.


‘Burning house’, 110x95cm_neon, steel, 2020

이 전시는 글로벌 팬데믹 상황에 노출된, 자신을 지키는 최고의 방법이 자가격리가 된 위태로운 나날을 묘사한다. 젊은 세대, 소외된 타자의 박탈감과 무기력증, 그리고 일상의 파괴는 편협하고 비정상적인 사건들을 일으키고 있다. “난관은 사람을 공포에 몰아넣고, 그 공포란 사람의 민낯, 또는 동물성을 여과 없이 보여주기 마련이다. 사람의 얼굴이어도 그 안엔 어떤 것들이 도사리는지 우리는 모른다.”(작가 노트에서) 김시하가 제안하는 이 풍경은 동시대인이 느끼는 보편성을 획득하는 소통의 공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공간을 메우는 힘을 뺀 느린 목소리 사운드, 그리고 생명력이 없는 무채색의 스산한 오브제들과 대비되는 실내등이 자동으로 껐다 켜졌다를 반복하면서 꺼진 순간의 어둠 속에서 강조되는 원색적인 트리 불빛과 네온 조명이 역설적으로 다가와 무의식에 내재된 공포와 무력감을 불러일으키는 전시다. 11월 21일까지.


이가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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