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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모던-걸展 @M컨템포러리

안효례

강남모던-걸展

2019.12.20-2020.04.30

@M컨템포러리




'사진을 찍고 놀만한 전시' 전시 제목만을 볼 때 생각된 이런 컨셉은, 아무래도 혼자 가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전시는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예전에 비슷한 느낌을 줬던 '어린왕자'전에서 홀로 느낀 외로움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았다.

 

이 전시는 이미연 전시총감독이 가상의 모던걸 '신경자'라는 인물을 창조해 그녀의 이야기로 꾸렸다. 전시는 작품 뿐 아니라 '모던걸'의 시대를 보여줄 수 있는 골동품이나 공예품 등 다양하게 설치되어 있다. 또 하나 벽마다 길거나 짧은 글귀들이 모던걸의 감성에 젖어들도록 유도했다. 무한히 많은 옛체의 글귀들이 있었다. 돌이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글귀는 나혜석의 글귀들이었던 것 같다.

 
오은진(은진), 한낮의 카페 / 명량 딴스-홀 / 김태은, 무궁화 지도

개인적으로 맘에 들었던 작품은 오은진 작가의 〈명량 딴스-홀〉

 
다혜, 만주로 떠나는 그녀 외 / 클리오 화장방

협찬을 받은 여러 회사들의 공간들이 있는데, 관람객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곳은 클리오의 화장방이었던 듯. 실제 화장품도 진열되어 있어 사용이 가능하다. 공간은 커다랗게 하나에 면면이 다른 느낌이라 앵글을 달리잡을 때 마다 다른 공간이 된다.

 
아갸미(이아람) / 308 art crew, '향안(鄕岸), 향△란, 햐○안'

 
아갸미(이아람), 화장하는 여인 / 연인 / 나란히 앉은 연인 / 정소윤, 아버지 사랑

 
으으 뜨듯한 거시야(방) / 수수(정수빈), 가수 / 숍껄 / 티켓판매원 외

 
나혜석을 주제로 한 영상.설치물 / 실제 타이타닉호 룸 벽면 가구를 뜯어 낸 엔틱장

나혜석의 방에는 조명과 구획, 설치가 마치 영화 세트장 같기도 했다. 그녀의 다채롭던(혹은 지나치리만큼 스펙터클한) 인생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나는 그대들의 노리개를 거부하오.
내 몸이 불꽃으로 타올라 한 줌 재가 될지언정
언젠가 먼 훗날 나의 피와 외침이 이 땅에 뿌려져
우리 후손 여성들은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살면서
내 이름을 기억할 것이라.

- 나혜석 '이혼고백장(1934)' 중에서


 
네이쳐디자인, 공작새-승희의 마음 / 최지인x르비트 아트 굿즈, 행복을 주는 그림 화조화


무용가 최승희의 방, 여기는 그녀를 다양한 모습으로 해석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이어지는 3관으로 향하는 통로는 또 주렁주렁 매달린 장식들이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을 알린다. 중간에 의자가 넉넉하지 않은 탓에 이쯤에서 좀 힘이 든다 싶은데 다음 공간은 생각보다 빨리 종료된다.


 
(왼)아갸미(이아람), 신여성 / 모던걸 드로잉 / 우아한 여자 / 스스로에게 꽃이 되는 나

(오)호사(정혜영), 랑데부 / 랑데부2 / 꿈결


 


긴 전시의 거의 끝에 닿았다. (뒷 부분에 조금 더 남았지만) '이곳에 딴스홀을 허하라!'라는 제목의 구획에는 조명과 미러볼, 옛날 마이크를 번쩍이는 벨벳과 스팽글 커튼을 드리운 무대를 준비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여자야, 네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라' 라는 메시지를 주고싶어서 애쓰는 모양이 때론 불편하기도 하지만, 저 시대의 여성 예술가들이 (여기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잘 알려진 편이지만) 남성 예술가들에 비해 알려지지 않았음을 생각하자면.. (또 그들의 족적과 그들이 남긴 말들을 다시 찾아보는 이들이 생긴다면)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전시다.

사진.글.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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