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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las-How to carry the world on one's back' 강연, 김성원, 국제갤러리 《양혜규》

객원연구원





  11월 9일 국제갤러리 k3관 지하 1층에서는 양혜규 개인전《서기 2000년이 오면》의 연계 프로그램으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김성원 교수의 강의가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진행되었다. 강의의 제목은 'Atlas-how to carry the world on one's back?'로서 2011년도 마드리드의 레이나소피아 미술관에서 열렸던 전시제목에서 비롯되었다. 김성원 교수는 “해당 전시는 프랑스 미술가인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이 아비 바르부르그의 므네모시네의 컨셉을 가지고 만든 전시이다. 이 전시제목을 택한 이유는 양혜규의 작업이 바르부르그의 므네모시네 효과와 목적, 가치들과 만나게 되는 지점들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강의는 양혜규의 주요 작업을 살펴보고, 작업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리고 이후의 또 다른 변화는 무엇이었는지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 도입부

  최근의 현대미술을 보며 ‘헤테로크로니’(이시성)라는 개념자체가 현대미술작가의 작업에서 자주 반영되고 그 요소들을 찾을 수 있다. 때문에 ‘시간성’에 주목하였다. 미셀 세르가 최근에 다시간성을 언급하였는데 이것이 내 생각을 가장 잘 반영해준다고 생각한다. 양혜규 작가의 작품을 분석함에 있어 다음 3가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Heterochrony(이시성): 양혜규 뿐만 아니라 오늘날 작가들은 현재를 이야기할 적에 현재를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간과 공간, 다양한 이야기들을 끌어드리면서 작업을 한다. 

-Storytelling: 다시간적이고 다중적인 개념을 어떻게 기획할 것인가를 살펴보면 스토리 텔링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게 된다.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가지고 하는 것이다. 어떤 시각적 형태가 탄생하려면 시나리오를 구현하는 조형 언어도구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스토리텔링의 중요함을 우리가 읽을 수 있어야 한다.

-Total Artwork: 양혜규의 최근 작업에서 토탈아트워크를 느꼈다. 토탈아트워크는 19세기 독일 낭만주의에서 출현한 미학개념으로서 다양한 미디엄, 소재, 장르를 동시에 적용하여 인간의 삶을 상징적, 철학적형이상학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서 양혜규의 작업에 있어서 사운드, 빛, 월페이퍼 등이 사용되는 것이 그러한 예이다.



전시 전경


■ 아비 바르부르그의 아틀라스 므네모시네

  바르부르그의 므네모시네에는 미술작품 뿐만 아니라 19세기 우표 이미지, 20세기 초의 신문 이미지 등 다양한 시공간에서 탄생된 이미지들이 아무런 위계질서 없이 한 공간에 자리 잡고 있다. 아틀라스 므네모시네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20세기 초반에 미술사뿐만 아니라 서구 모더니즘을 읽어나가는 전통에서 벗어나 이미지를 읽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양혜규가 떠돌아다니면서 정체성을 찾는 다는 것, 또한 본인이 대항해야하는 서구의 모더니티나 서구 전통과의 대립, 충돌, 이해, 수용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작가는 소외된 것, 연약한 것, 불안정한 것을 끄집어내어 서구의 중요 가치들과 대립시킨다. 이러한 행위들은 므네모시네가 말하고자 하는 재배열, 재조명, 재가치화와 연결된다.


■ 양혜규의 주요 작품



〈창고 피스〉, 2004, 포장된 작품, 목재팔레트, 가변 크기


  양혜규는 2003년에 런던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레지던스를 끝내고 작업을 보관할 장소가 없었던 작가는 현실에서 장소의 결핍이라는 절실함에 의해 창고 피스를 만들었다. 창고 피스는 나무 팔레트 위에 총 13점의 작품들을 쌓아놓은 것 자체가 작품이 된 경우이다. 양혜규의 ‘folding’, ‘unfolding’의 개념이 여기서부터 출발하였다고 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는 작업들을 쌓은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양혜규는 1990년대와 그때까지의 자신의 삶을 쌓은 것일 수도 있다.



〈Unfolding Places〉, 2004, 싱글 채널, 사운드, 18‘15’


  비디오 3부작에 대해 작가 자신이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 말한바 있다. 그 중 하나인 이 작품은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의 공기, 냄새, 소리, 소음, 기온 등 자신에게 덮쳐오는 감각들을 이야기하는 작업이다. 사운드, 향 같은 감각 자체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양혜규의 작업에서 재현된다. 물론 감각을 통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은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하지만 양혜규에 있어서 현실을 읽어내는 방식이 ‘감각’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양혜규는 현상을 만들고 싶어 하기에 관객들도 공간을 거닐며 작가가 제안하는 분위기, 환경에서 현상을 체험하고 각자의 이야기들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Series of Vulnerable Arrangements〉, 2006


  양혜규는 창고피스를 있게 했던 결핍, 불안함, 상처받기 쉬움 같은 것들을 근간으로 하여 공간에서 감각들을 펼쳐낸다. 블라인드, 광원조각, 소리, 바람, 빛, 냄새 등을 통해 감각 경험을 촉구시킨다. 복사기, 적외선 적열기, 블라인드 등 다양한 요소들이 공간을 구성하면서 하나의 작업이 된다. 시리즈를 통해 작업이 점점 진화하는 것이 양혜규의 특징이다. 여기서 진화라는 것은 하나의 개체가 이시성을 가지고 또 다른 방식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시리즈는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의 한국관 전시에서 끝을 맺게 된다. 그러나 이 모든 요소들이 다른 환경과 시나리오에서 새롭게 탄생한다.


■ 작품의 변화








  작품 변화의 시기는 2011년, 2012년이다. 이때부터는 움직이는 조각이 등장한다. 또한 움직이는 조각과 더불어 2012년 카셀도큐멘터에서는 블라인드 군무가 선보였다. 조각, 블라인드가 포퍼모(performer)가 되면서 작품도 일종의 안무하는 무용 공연처럼 확장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의 초기 시기가 2011년과 2012년이다. 2013년/2015년의 작품〈상자에 가둔 발레〉는 오스카 슐레머의 발레 3부작에 나오는 인물들을 놋쇠로 된 소리 나는 방울을 가지고 기하학적 형태로 재현한 것이다. 삼성 리움미술관에서 2015년에 진행하였던 전시에서는 ‘중간 유형’ 시리즈가 등장한다. 여기서 작가는 민속에 내재된 이국적이면서도 보편적인 특성을 부각시키고 혼성된 타자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향토적인 재료와 공예적인 기법을 전면화 한 전시이다. 점차 다양성이 평준화되는 2000년대 후반, 국내에서는 민속을 미술에 접목시키는 것에 대해 이국적인 취향을 소비하는 것이라 비판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 당시 한국 밖에서의 전 세계 모든 미술가들은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지역적 코드들을 작업에 도입하는 것에 적극적이었다. 양혜규는 다양성의 평준화에 의문을 던지고, 나아가 서구모더니티의 차원이 아닌 다른 차원에서 문화를 다시 볼 수 없을까를 생각하며 민속성에 대한 새로운 읽기를 제안하였다.





  리움에서의 《코끼리를 쏘다》전시에서는 중간유형 시리즈뿐만 아니라 수공예 작업들, 또한 블라인드의 파격적 변화라 할 수 있는〈솔 르윗 뒤집기-23배로 확장된, 세 개의 탑이 있는 구조물〉이 등장한다. 이 작품은 미니멀리즘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솔 르윗의 큐브가 도널드 저드의 큐브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양혜규는 세상에 존재하는 큐브를 응시하고 관찰하면서 정신을 투사할 수 있다는 솔 르윗의 관점에 공감하였다. 이는 양혜규에게 일종의 해방감을 가져왔고, 그 해방감을 전시한 것이 이 작업이다. 블라인드 조각이 양혜규의 트레이드마크가 되다보니 작가는 어느 순간 블라인드의 서사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에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그는 이 서사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민하던 중 솔 르윗과 조우하게 되면서 해방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즉 모든 서사로부터 해방되는 것을 시각적인 형태로 표현한 것이다.  


■ 또 다른 변화




  다음 변화의 단계는 'Total Artwork'의 시기이다. 작가가 월 페이퍼를 환경으로 하는 토탈아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은 2018년도, 2019년도부터이다. 양혜규 작업의 특징은 전시가 곧 작업이라는 것인데, 그 작업 안에는 또 다른 다양한 작업들이 존재한다. 작업 요소들이 등장인물, 주인공, 개체가 되기도 하면서 서로 충돌, 교차하는 상태를 만들어내는데 그것이 2018년 밀라노 트리엔날레, 2019년의 런던 사우스 갤러리, 지금 국제갤러리에서 하고 있는 전시에서 나타난다. 이번 전시《서기 2000년이 오면》에서 흥미로운 것은 헤테로크로니에 대해 보다 더 잘 표현이 되었다는 점이다. 현재를 이야기하기 위해 미래를 회고한다는 방식이 이번 전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이다.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소환하면서 현재를 이야기하는 방식이 작업에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하였듯, 바르부르그의 아틀라스 므네모시네는 이미지의 역사를 통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또한 서로 복잡하게 관계하고 있는 그 관계와 상황이 총체적으로 엮이면서 그 형태들을 읽어내고 전달하고자 했는데, 양혜규의 최근 작업들 특히, 월페이퍼로 구성된 토탈아트워크를 보면서 바르부르그를 떠올렸다. 작가의 작업과 전시는 서구 역사에서 제외된 부분을 재가치화 하고 발견해내려고 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다시간성, 동시대적인 것과 미래적인 것을 현재의 자리에서 동시에 바라본다는 개념을 양혜규의 작업에서 실제로 어떻게 읽어낼 수 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작업을 직접 조우하고 여러 차례 숙고할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양혜규의 네 번째 국내 개인전인《서기 2000년이 오면》은 11월 17일까지 국제갤러리 K3관에서 진행된다.


원고작성 및 사진촬영 : 이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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