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입구에 들어섰을 때 처음 마주하는 작품들

좌 <After De Kooning No. 11>, 2018, 168 Oil colors on canvas, 172x172cm

우 <After De Kooning No. 13>, 2018, 168 Oil colors on canvas, 172x172cm

9월 5일 목요일 오후 5시, 아트딜라이트(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 7, 2층)에서 김서울 작가의 개인전 <uncolored>展의 오프닝이 진행되었다. 본 전시는 김서울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으로, 작가의 <After De Kooning> 시리즈를 선보인다. 전시에는 7점의 드로잉을 포함해 총 18점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After De Kooning> 시리즈는 네덜란드의 유화물감 제조사인 올드 홀랜드(Old Holland)에서 판매하는 총 168색의 물감을 모두 이용하여 제작한 것이다. 작가는 모든 작품의 제작에 있어서 ‘168가지 색을 모두 민주적으로 사용하며, 혼색하지 않고, 비슷한 양을 사용하며, 168조각으로 구성해 화면을 채운다’라는 조건을 적용했다. 이를 위해 올드 홀랜드 사에서 판매하는 모든 색의 물감을 사용하여 물감의 성질을 파악하고 분류하는 과정에 2년여의 시간을 들였다.  

작품을 가까이에서 보면 색면과 색면 사이의 좁은 틈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김서울 작가의 작품들은 여러 색이 화면 위에 다채롭게 펼쳐져 있으며, 특정한 형상을 구현하고 있지 않다. 작품을 가까이에서 보면 색면과 색면 사이에 윤곽선처럼 보이는 1mm 이내의 좁은 틈이 비워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작가가 즉흥적으로 우연한 효과를 통해 제작한 것이 아닌 절제와 계획적인 움직임의 흔적이다. 특히 전시장에 함께 전시된 드로잉을 통해 작가가 명료한 원칙 내에서 작품 제작을 계획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작가는 본인이 설정해둔 조건들을 충족시키며 작품 제작을 위한 과정을 수행하였다.

작품과 해당 작품의 드로잉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After De Kooning No. 3>, 2018, 168 Oil colors on canvas, 172x172cm

<Color Chart for After De Kooning No. 3>, 2017, Watercolor on paper, 30x28cm

일반적으로 페인터들은 자신의 색에 대한 선호도나 관심사에 따라 특정 색을 편애하는 경우가 많지만, 김서울 작가의 경우 168가지 색을 평등하게 사용하고자 했다. 즉, 색의 선택에 있어서 그리는 주체인 작가의 자율성을 약화시키는 방식을 의도적으로 택한 것이다. 제작방식에 걸맞게 작품의 제목도 <After De Kooning No. 1>과 같이 시리즈명 뒤에 숫자를 더한 방식으로 붙였다. 김서울 작가의 작품은 하나하나 개별적 의미를 갖기보다는 시리즈로 함께 모였을 때 그 의미가 더욱 극대화되는 특성을 갖는다. 

<Color Chart in My Studio>, 2016, Yellow, blue and white acrylic on BFK paper, 107x215cm

실제로 김서울 작가의 작업실에는 168개의 물감이 순서대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정리되어 있다고 한다. 빈틈없이 메워진 화면, 모든 색의 사용, 계획을 위한 드로잉, 넘버링으로 이름 붙여진 작품들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작품 제작 과정에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규칙에 따라 수행되는 행동이 모여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시키고 있다. 

전시장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