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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기, 1993-2014 : Back to the future》 간담회, 피비갤러리

객원연구원



식순을 설명 중인 원채윤 큐레이터

기자 간담회 일시: 2019년 9월 3일, 오후 2시
장소: 피비 갤러리(Pibi Gallery) 2층 블루웍스 세미나실
작가: 이동기

피비갤러리(Pibi Gallery)는 2019년 9월 5일부터 11월 2일까지 이동기 작가의 개인전 《이동기, 1993-2014 : Back to the future》를 개최한다. 해당 개인전은 피비 갤러리에서 2018년에 진행된 전시《이동기: 2015-2018》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되는 개인전으로서, 1990년대 초부터 최근에까지 이어진 작가의 작업에 집중한다. 9월 3일에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는 전시 큐레이터의 전시 및 작가 소개가 이루어졌으며, 이후 이동기 작가와 류병학 미술평론가의 대담이 이어졌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대담에서는 작가의 주요 시리즈와 대표 작품 21점이 작가와 류병학 평론가 사이의 질문답변의 형식으로 소개되었다. 이후에는 짧은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1980년대 한국화단을 휩쓸었던 민중미술의 물결이 지나고, 1990년대에는 급격한 매체변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이동기가 본격적으로 만화 이미지를 회화 안에 차용하기 시작한 때도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 무렵이다. 〈땅〉, 〈권투〉와 같은 초기 작품들에서 출발한 기존 이미지의 재사용은 2010년대에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장면들을 그린 드라마(Soap Opera) 시리즈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동기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만화나 드라마 이미지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을 화면 안에 담았는데, 이를 통해 작가는 일상의 것들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고자 하였다. 이러한 만화와 드라마 이미지는 매스미디어와 현실에 대한 복제로써 작가에 의해 사용되고 재창조되었다. 한편 1993년에 탄생한 작가의 대표 이미지인 아토마우스는 2009년과 그 이후를 거치며 프로이드 박사, A-맨, 믹톰, 도기독 등의 캐릭터들의 다변화를 겪었다. 서로 다른 캐릭터들은 외양적으로 닮아있거나, 같은 화면에 등장하기도 하면서 심리적이고 기호적인 공통점을 지닌다. 전시장에서는 아토마우스 뿐만 아니라 앞에서 언급한 작가의 확장된 캐릭터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이동기-류병학 대담 내용


질의 중인 류병학 미술평론가


사진 하단 오른쪽 작품, 이동기, 〈둘리〉, 캔버스에 아크릴, 60.3×72cm, 1988

류병학: 가장 초기의 작품으로 보인다.
이동기: 그렇다. 대학시절의 것이다.
류병학: 민중미술이 주요 미술이었을 때인데 당시 학교에서는 어떤 반응이 있었는가?
이동기: 그때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한쪽은 추상미술 하시는 분들이 교수를 하고 계셨고, 그 반발지점에 민중미술, 사회 참여적 작품들이 있었다. 나는 그 두 가지 흐름과는 다른 새로운 것을 끌고나가고 싶었다.
류병학: 둘리를 작품에 사용하게 된 계기는?
이동기: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특히 만화 이미지에 관심이 많았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즐겨보기도 했었고, 둘리는 처음으로 만화 이미지를 도입한 실험적 작품의 첫 번째 예이다. 작품은 의미로 가득 찬 무거운 이미지가 아니라 가벼운 이미지, 어떻게 보면 어린이를 위한 이미지일 수도 있다. 당시 의미를 추구하던 심각한 미술과는 반대 지점에 있는 이미지를 다루고 싶었다.


이동기, 〈땅!〉, 캔버스에 아크릴, 80×100cm, 1988

류병학: ‘공포의 외인구단’ 만화의 한 장면인데, 이 작품을 왜 그렸는가? 작품연대가 1980년대 말인데 당시는 부동산 붐이 일어나던 때였지 않나. 제목이〈땅!〉이어서 부동산과 관련된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이동기: 처음엔 그런 생각을 전혀 못했는데 이번에 전시를 준비하면서 새롭게 작업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당시 유명했던 만화가였던 이현세는 역동적이고 강렬한 작업을 했다. (당대에는) 미술이란 정적이고 관념적이며 무겁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나는 작품에 움직임이라든지 다이나믹한 에너지라든지를 작품에 다루고 싶었다.

-이동기, 〈남과 여〉, 캔버스에 아크릴, 160×260cm, 1990 작품에 대해

류병학: 2000년대 말 에는 언어학자 소쉬르와 연관된 작품도 나오는데 그러한 개념을 염두 하여 작업한 것인가?
이동기: 언어라든지, 글자를 작품에 도입해보고 싶었고, 당시 개념미술, 뒤샹에 대해 연구하는 작가들이 꽤 있었는데 개념적인 작업을 실험했던 과정이었던 것 같다.
류병학: 내가 알기로는 이동기 작가가 개념미술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동기: 나는 현대미술이 지나치게 개념미술적인 양상을 띠는 것에 대하여 의문을 많이 가지고 있다. 미술사적으로는 뒤샹 이후에, 특히나 1970년대에 개념미술 작가들이 많이 나왔고 그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1970년대는 미국, 유럽이라든지 미술의 주류 속에서 개념미술이 많이 행해왔고 최근에는 아시아, 중국, 한국도 개념적 작가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추세이다. 나는 이런 경향을 통틀어서 ‘뒤샹의 패러다임’ 이라고 지칭한다. 그 패러다임 안에서 많은 작가들이 작업을 하고, 그것이 현대미술의 관습처럼 굳어지고 있는데 그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대미술의 개념미술적인 접근, 경향이 작가의 주관에 갇혀있는 작업을 계속 생산하기 때문에 보는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사람들의 무의식, 심리적인 부분에 대해, 논리적 영역이 아닌 새로운 부분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나는 영화를 그러한 의미에서 많이 참고하는데 히치콕의 영화 같은 경우는 개념적인 영화가 아니라 심리적이면서도 무의식적인 요소들을 많이 끌어들인다. 사람들을 몰입시키고 심리적으로 참여시키는 다른 방향으로 가게 만든 것이 히치콕이라고 생각한다.


사진 왼쪽 작품, 이동기, 〈권투〉, 캔버스에 아크릴, 260×260cm, 1995

이동기: 이 작품도 어떤 만화의 컷에서 온 것이다. 권투라는 것은 1:1의 대결인데, 서로 반대진영에 있는 두 에너지가 부딪히는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이분법적으로 명확하게 나뉜 스포츠가 권투이다. 서로 다른 영역 사이의 긴장, 충돌에 관심이 많았다.

-이동기,〈누가진짜〉, 캔버스에 아크릴, 117×91cm, 1998에 대해
류병학: 1988년도에 둘리작업을 했는데, 공교롭게도 1997년도에는 복제양 돌리가 화제였고 이 작업이 나왔다. 그 시점에 만화책에서 복제 캐릭터를 의도적으로 끄집어낸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어떻게 보는지?
이동기: 당시 복제관련 이슈도 있었다. 진품과 복제품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당시 내가 보드리야르와 같은 철학자의 이론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진품과 복제품 사이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복제품이 진품을 대체하는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런 것에 관한 내용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팝아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라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특히 워홀이 제기했던 미학적 문제 중의 하나가 미술품이 가진 오리지널리티(원본)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팝아트가 가지고 있는 미술작품의 원본성을 부인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동기, 〈수배자〉, 캔버스에 아크릴, 117×91cm, 1998에 대해

류병학: 해당 작품이 앤디 워홀의 〈Most Wanted Man〉(1964)과도 관련이 있는가?
이동기: 범죄자의 모습을 실크 스크린으로 표현한 앤디워홀의 시리즈가 있는데, 나는 그것을 매우 좋아했다. 워홀의 작품들이 범죄, 시스템의 바깥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폭력, 죽음과 관련된 독특한 워홀의 내용들이 작품에 담겨있다. 1998년 당시에 우리나라에 신창원이라는 죄수가 탈옥을 했던 사건이 있었다. 당시 tv를 틀면 나오는 첫 번째 뉴스가 신창원에 대한 것이었다. 어느 순간에 그의 이미지를 다루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A4용지에 흑백으로 복사된 수배용지가 건물 벽에 많이 붙어있었다. 길거리에 붙어있는 전단지를 하나 떼와 그 이미지로 작업한 것이〈수배자〉이다.


이동기, 〈어둠 속의 여인〉, 캔버스에 아크릴, 97×45.5cm, 2007

류병학: 처음에는 해당 작품이 히치콕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닌가 라고 생각했다. 
이동기: 이것은 내가 완전히 만들어낸 이미지이다. 인물과 장면 모두. 흑백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 공포 영화의 장면처럼 만들려고 했다. 이 당시에는 내가 드라마 시리즈를 할 것이라 전혀 생각지 않았지만, 이 작품은 〈문을 여는 여인〉(2012)의 드라마 시리즈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류병학: 둘리나 어둠속의 여인, 문을 여인 모두 시선이 전부다 밖을 향하고 있는데, 관객에게 상상할 수 있는 자극적인 요소를 제공하는 것 같다. 이 이미지는 어디서 찾은 것인가?
이동기: 인터넷에서 찾았다. 평소에 드라마를 전혀 보지는 않지만, 이 무렵쯤에 한류 붐이 일어 드라마가 유행을 했다. 어느 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다가 한국 드라마의 장면들을 아카이빙해 놓은 사이트를 발견하게 되었다. 무심코 그 이미지들을 보고 있다가 한국 드라마 장면들이 굉장히 공들여져 만들어진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장면들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작품 설명 중인 이동기 작가

-이동기, 〈프로이드 박사〉, 캔버스에 아크릴, 50×60.2cm, 2008에 대해

이동기: 이것은 큰 작업은 아닌데, 내가 거의 처음 그렸던 프로이드 박사이다. 화면은 프로이드가 처음 등장하고 있는 장면이다. 해당 인물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지그문트 프로이드 일 수도 있지만 그 프로이드랑은 철자가 다르다. 'Dr. Froid'. 따라서 그 일 수도 있고 또 다른 프로이드 일 수 있다.

이동기, 〈어둠 속의 아토마우스〉, 캔버스에 아크릴, 72.5×53cm, 2008-2009

류병학: 유니폼의 명찰에서 보이는 이니셜 A는 무슨 뜻인가?
이동기: 이 아토마우스가 입고 있는 의상은 1970, 1980년대 우리나라 남학생들의 교복의 형태에서 가져온 것이다. 왼쪽 가슴에는 이름표라고 할 수 있는데, A자는 아토마우스의 첫 번째 이니셜을 가져와 A를 붙인 것이다. 단지 '아토마우스'의 A일 수도 있고 'ace'의 A일 수도 있고 ‘art’의 A일 수도 있다. 굳인 내가 A의 의미를 결정해놓고 있지는 않다.

이동기, 〈하늘을 나는 아토마우스〉, 캔버스에 아크릴, 70×90cm, 2010

류병학: 여기서 아토마우스가 영웅적 이미지처럼 보이는데 이것을 하게 된 계기는?
이동기: 아토마우스는 아톰과 미키마우스라는 두 캐릭터를 혼합한 것이다. 대중음악과 같이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문화 속에 들어있는 스테레오타입, 클리셰에 관심이 있었다. 아토마우스라는 캐릭터 자체가 미국이나 일본 문화의 스테레오 타입을 결합시켜놓은 것이라 생각된다. 의상의 경우는 유니폼이 가진 상투성을 가지고 있고, 망토는 슈퍼맨처럼 히어로물 만화들, 클리세를 담고 있다. 하늘을 날아가고 있는 상황 역시 마찬가지 이다.



이동기, 〈믹톰〉, 캔버스에 아크릴, 41×60.5cm, 2008

이동기: 처음 아토마우스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 두 가지를 아이디어 스케치로 했다. 둘 다 아톰과 미키마우스의 결합이었는데, 그 둘 중 하나가 믹톰이었다. 아토마우스 이미지는 아톰의 머리와 미키마우스의 얼굴로 구성되어있고 믹톰은 반대로 아톰의 얼굴과 미키마우스의 머리로 구성되었다.
류병학: 믹톰이 여자캐릭터인가? 
이동기: 캐릭터의 성별에 대하여서 정해 두지는 않았다.

-이동기, 〈도기독〉, 캔버스에 아크릴, 65×80cm, 2011에 대해

이동기: 아토마우스라는 캐릭터를 만들고 처음에는 그것이 개념적인 기호라고 생각했다. 두 가지의 기호가 결합된, 두 가지 개념이 결합된, 미국문화에서 등장한 기호와 일본문화를 바탕으로 등장한 기호가 결합된 것이 아토마우스라 생각했다. 개념을 제시하는 일종의 개념미술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아토마우스를 기호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살아있는 존재처럼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따라서 컬러를 입히기도 하였던 것이다. 초기의 아토마우스는 그림자도, 입체감도 없고, 흑백의, 단순한 기호와 같은 이미지였는데 거기에 컬러도 넣고, 그림자도 넣고, 배경을 넣어 연출하여 살아있는 존재처럼 만들고 싶었다. 그런 과정에서 주변 인물, 보조 캐릭터들을 더 만들어내게 되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도기독이다.


이동기,〈꽃밭〉, 캔버스에 아크릴, 120×120cm, 2008

이동기: 이 작품에 나타난 꽃밭은 인공적인 느낌을 주는 꽃밭이다. 꽃밭이란 자연물이지만 나는 자연스러운 꽃밭이아니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같은 배경을 아토마우스의 활동 배경으로 삼고 싶었다.
류병학: 일종의 플라스틱 세계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세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어떤 것인가?
이동기: 현대문화에 있어 사람들은 우리가 만질 수 있는, 실존하는 대상이 아니라 인공적인, 가상의 존재 같은 것들, 가짜 존재들에 매료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얼마 전에 구글에서 역대 헐리웃 영화의 지금까지의 최고의 흥행작 50편을 정리해놓은 자료를 본 적이 있다. 50편중에 10편이 애니메이션이었다. 그 중에는 한국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애니메이션도 2편이 있었다. 그 50위 안에 든 작품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20세기의 실사영화가 아니더라. 〈아바타〉,〈타이타닉〉,〈반지의 제왕〉등인데,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뒤범벅된 영화들 아닌가. 실사처럼 보이지만 굉장히 그려진,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영화들이 1위에서 50위까지를 채우고 있더라. 이것이 현재의 문화적인 현상, 상황이라 생각한다. 서양의 역사가 끊임없이 카테고리를 나뉘어온 역사였다면 우리가 과거에 분류했던 분류체계가 아닌,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개념이 허물어지고 흔들리고 있는 현상인 것 같다.

류병학: 아토마우스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아토마우스를 끊임없이 변형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이동기: 아토마우스를 처음 만들 때부터 고정된 성격을 가진 캐릭터로 설정하려 하지 않았다. 
류병학: 보통 상업적 캐릭터는 고정되는데? 
이동기: 라이온 킹, 미키마우스 등 많은 상업적 캐릭터가 있다. 그들은 목적이 분명하다. 사람들한테 다가가는 것이 목적일 수 있기에 캐릭터마다 성격이 기본적으로 정해져있다. 미키마우스는 가령 명랑하고 활동적인 캐릭터로 설정되어있다. 나는 그런 방식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정체성이 고정되지 않은 존재를 처음 캐릭터를 만들 때부터 구상하였다. 나는 1980년대 미국 작가 신디 셔먼을 좋아했다. 나에게는 팝아트 작가들 워홀이나 리히텐슈타인, 그리고 살바도르 달리 등의 영향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1980년대 미국 작가들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제프 쿤스, 헤링, 바스키아, 신디 셔먼, 에릭 피슬을 좋아했고 또한 1980년대 독일 신표현주의 바젤리츠 같은 작가도 좋아했다. 신디 셔먼이 가지고 있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정체성의 영향이 나에게 있었던 것 같다. 

-이동기,〈샘〉, 캔버스에 아크릴, 200×130, 2008에 대해

이동기: 작품의 하단 부분에서 보이는 아토마우스의 포즈는 개념의 미술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브루스 나우먼의 〈샘으로서의 자화상Self-portrait as a Fountaion〉(1966)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위에는 현대 미술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 20세기에 새롭게 등장한 경향인 추상화를 나타내었다. 그리고 나우먼의 포즈를 차용하고 있는 아토마우스는 만화, 애니메이션적인 이미지이다. 이러한 세 가지 경향을 한 작품 안에서 전부 다루고 있다.


전시전경

■ 본 지(誌)와의 질의응답

Q1 작품들에 따라 소재와 내용은 조금씩 변화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작업의 동기가 에너지, 역동적이며 살아있는 것에 대한 것이라 느껴진다. 이러한 에너지와 역동성이 관객들과의 일종의 소통의 도구로서 작가에게 사용되는 것인가? 
이동기: 그렇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보는 사람들에게 의미를 발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품의 의미는 작가가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작품 안에 고정된 내재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움직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작품의 의미가 발생되기 위해서는 작가가 작품으로부터 벗어나야 된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작품을 완전히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작품이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조율하고, 의미를 발생시키도록 하는 엔지니어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의미를 발생시키는 메커니즘을 작동시키는 엔지니어가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 엔지니어가 유능한 엔지니어여서 그런 메커니즘을 잘 작동하게끔 해서 의미가 발생하면 그 작품은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Q2 작품들에 등장하는 대중매체 이미지들이 작가 본인 혹은 작가가 제시하고자 하는 작품의 정체성의 대변자들인가?
이동기: 아토마우스에는 내 정체성이 어느 정도는 반영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정체성이라는 것에는 카테고리가 다양하다. 미술작품이라는 것은 모든 정체성과도 관련되어 있다. 가령 사회문화적 정체성뿐만이 아니라 미학의 맥락에서의 정체성, 미술의 정체성도 있다. 예를 들어 추상미술은 외부의 구체적 사물을 제거한 것을 미술이 정체성이라고 본 것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모든 미술작품은 그 자체로 정체성에 대한 것이다. 아까 대담회에서 신디 셔먼을 언급한 것은 그는 사진을 이용한 초상작가로, 전통적인 초상화 다시 말해 렘브란트식의 초상화와는 다르다. 전통적인 초상화가 작가의 내면을 보여주고자 하는, 자기만의 세계, 변하지 않는 한 사람의 세계를 보여주고자 하였다면, 신디 셔먼은 영화의 장면처럼 계속해서 변화하는 작품을 한다. 각 작품마다 등장하는 작가 자신은 렘브란트적인 작가가 아니다. 내 작업은 이러한 신디 셔먼식의 아이덴티티의 영향을 받았다.

Q3 그렇다면 이동기 작가의 작업 역시 변화하는 정체성인가?
이동기: 개념미술이란 이 개념을 어떻게 설정하고 보여주는가이다. 그러나 나는 개념을 보여주기 위한 작품이 아니라 계속되는, 생성되는 작품을 하려고 한다. 개념을 설정하지 않고, 작업방식과 태도를 새로이 하고 싶은 것이다.

민중미술이 화단의 주류를 이루고 있을 무렵 작가가 대중매체에서 나타나는 기존의 이미지를 재사용, 변용시킨 것은 1980년대에서 1990년대로 이어지는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와도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흔히들 한국의 팝아트, 팝아트적인 작품들이라고 이동기 작가들을 포함한 몇몇의 작가들을 정의내리고 있지만 그것의 구체적 의미나 시대적 배경과 연관된 서술과 분석은 여전히, 앞으로의 전시와 연구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이번에 진행되는 개인전은 이동기 작가의 초기 작업에서부터 비교적 최근까지의 회화작품을 두루 살펴볼 수 있으므로 방문하여 둘러보아도 좋을 것이다.

원고작성 및 사진촬영: 이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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