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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꽃, 숲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안효례

MMCA 현대차 시리즈: 최정화-꽃, 숲
2018.09.05-2019.02.10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사진) 세기의 선물, 2016

최정화는 플라스틱 바구니, 돼지저금통, 빗자루, 풍선 등 일상에서 쓰이고 버려지는 소품을 활용해서 설치작업을 하는 작가다. 그의 작업으로 전시 혹은 미술관의 작품으로 상징되는 고급예술과 소재에서 상징되는 대중문화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며, 급속한 경제성장이 빚어낸 한국사회를 담아낸다.
7-80년대, 유기로 된 주방용품이 스테인레스로 빠르게 전환되었고 이후 차차 나무 혹은 대나무와 도자기 등의 주방용품의 자리를 플라스틱이 빠르게 대체했다. 작가의 작품 중 많은 부분에서 이러한 저렴한 플라스틱 주방용구들을 찾을 수 있고, 그가 빼앗은 자리를 채웠던 부엌도구들을 다음으로 찾아볼 수 있다.


(사진) 꽃, 숲, 2016-2018


(사진) 꽃, 숲, 2016-2018


(사진) 꽃, 숲, 2016-2018


(사진) 꽃, 숲, 2016-2018

더미의 숲은 그렇게 다양하게 드러난다. 빨래판이나 개다리소반 그리고 바닥에 어느 주인의 부엌에서 왔는지 알 수 있는 댁호가 쓰였을 것 같은 그릇들. 이것 외에도 버려진 부표같은 것도 찾아볼 수 있다. 개체들은 하나의 탑과 같이 구성되어 원래의 모습을 바로 연상하기보다는 작가의 의도처럼 꽃이나 나무 탑으로 먼저 연상되는데, 특히 양쪽에서 불빛을 비추고 생긴 그림자 통로로 들어가면 이들의 개별 물성은 사라지고 숲길이라도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진) 꽃, 숲, 2016-2018


(사진) 꽃의 향연, 2015

한편, 이들은 자연스럽게 토템을 떠올리게 한다. 탑이나 원시신앙에서 등장하는 토템은 뭔가 바라는 것들의 상징이다. 욕심 넘치게 넣고 쌓고 붙이고 올리는 작업들에서 인간의 바람. 곧 욕망이나 욕심을 떠올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더불어 늙은 어머니나 어머니로 대표되는 여성의 노동이 떠오르는 것 역시 어색한 연상은 아닐 것 같다.


(사진) 알케미, 2016


(사진) 늙은 꽃, 2015

지난 9월 성북구립미술관에 전시를 보러갔을 때 앞쪽에 설치된 작가 최정화의 '숲'을 만났을 때가 떠오른다. 주민참여 공공미술프로젝트로 진행되었다는 안내표지판의 설치작품은, 초록색의 바구니의 반복으로 그 바구니를 볼 땐 상상할 수 없었던 예쁘다는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그의 작품들이 인기가 좋아서인지 어느 술집에서도 실내장식으로 플라스틱 그릇들로 화려하게 치장된 모습을 본 적 있었다. 저렴해서 사용할만하다는 것 말고는 어떤 가치도 느낄 수 없는 존재들에 대한 아이러니다. 막상 개별 노동을 두고 크게 의의를 찾지 않으면서 모두가 당연하게 필요로하는 한국내 그림자 노동의 이면을 보는 것 역시 나만의 시각은 아닐것같다. 이러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것은, '지역성과 보편성'을 담아내는 작가로 주목받는 이유인가보다.

사진.글.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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