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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성벽화거리@대구 남구 이천동

안효례

이인성벽화거리

2018.07~

@대구광역시 남구 이천동 310-5



내 뇌리에 강렬하게 입력된 작품이 신문에 벽화로 탄생했다는 소식이 실렸다. 대구에 가서 그 벽화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별 고민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그게 실수였다. 기사를 대강 보고 내려갔던 나는 현지 주민들도 잘 모르는 그 벽화의 위치를 찾는 데 애를 먹어야 했다. 기사에도 '남구 이천동'이라는 것과 '캠프헨리'라는 내용뿐 상세한 주소를 알 수 없었다. 캠프헨리를 한 바퀴 다 돌아야 하나 고민하며 기웃거려봤지만 쉽지 않았다. 마중 나와 데려다준다고 차를 태워준 지인에게 미안해 식은땀이 났다. 그러다 인터뷰가 실린 기사에서 유명한 중국집 이름을 들먹이며 '맛집과 함께 이곳을 알려줄 것이란' 내용을 보고 그 중국집의 위치를 물었다. 지인은 곧장 우리가 목표로 했던 위치를 찾아줬고, 벽화를 만날 수 있었다.


 


벽화보다 사실 이인성 기념비로 위치를 먼저 찾았다.


본래 이 기념비는 1995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미술의 해’를 맞아 이인성을 기념하기 위해 ‘태평로 3가 56은 1940년 전후 이인성 선생이 작품 활동을 하였던 곳으로 그 역사성을 기념하여 여기에 표석을 세운다’라는 내용으로 세웠던 것이다. 봉산문화거리 초입에 있던 이 기념비는 2017년 정비사업 중 훼손되었었다. 그랬던 것을 위치를 꽤 멀찍이 이동해 다시 세운 것이다. ‘1929년 이인성의 〈건들바위〉 연작이 창작된 곳’이라는 내용으로 다시 세워진 기념비는 취지로 위치의 선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벽화는 이인성의 소개로 시작한다. 뒤이어 나오는 작품들의 제작 연도나 수상 등을 찾아볼 수 있는 역할을 해준다.


 

건들바위, 1929 / 해당화, 1944


이 벽화들의 취지를 이유로, 〈건들바위〉는 여기서 중요하게 여겨볼 작품이다. 물이 흐르던 자리를 도로가 채우고 있어 현재는 당시의 모습과 다르지만, 건들바위역 인근에서 만날 수 있다. 〈해당화〉는 아름다운 그림이다. 관련 도록의 표지로 등장한 적도 있는 작품은 타일벽화 중 가장 화사하게 인쇄되었다.


 

경주의 산곡에서, 1935 / 정원, 1938


미술잡지 〈월간미술〉 1998년 2월호에 실렸던 '근대유화 베스트 10' 미술평론가를 대상 설문조사에서 이인성의 〈경주의 산곡에서〉가 1위, 〈가을 어느 날〉이 7위였다고 한다.


사실 이인성은 나에게 〈가을 어느 날〉로 기억되는 화가다. 멋모르고 다니던 대학 1학년, 전공이론 첫 실습과제로 나는 그 작품을 골랐었다. 임모(臨摸)와 방(倣)을 배우던 그 시기, 커다란 슬라이드 필름으로 처음 보자마자 심장에 쿵 하고 내려앉았던 것이 이인성의 〈가을 어느 날〉이었다. 보자마자 정했던 소재는 흙이었고, 무슨 배짱으로 50호나 되는 크기의 화판에 찰흙으로 작업했는지 모르겠다. 무게도 상당하거니와 재료의 처리 기술의 부족으로 요새 날씨에 땅바닥처럼 쩍쩍 갈라지며 말라버렸다. 제출 당일, 2시간여 지하철을 낑낑거리며 이동하는 수고를 부리고도 폐허처럼 무너진 작품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었다. 그것 역시 작가가 갖추어야 할 소양이라는 교수님의 매서운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었다.


 

가을 어느 날, 1934 / 사과나무, 1942


대구 신격동에는 이인성아트센터와 이인성사과나무거리가 있다. 산격동에서 어린 이인성이 그림을 그려 특선에 당선되었던 인연과 사과나무가 많았던 지역적 특성, 그리고 〈사과나무〉 작품을 엮어 만들어진 장소다. (여기도 길 따라 벽화가 있다) 1942년 완성된 〈사과나무〉는 그해에 명덕초등학교에 기증되었다가 1972년 국립현대미술관에 맡겨졌다고 한다. 이인성 탄생 100주년이 되던 2012년, 다시 대구로 돌려보내졌다. 당시 100주년 기념전시는 9월부터 시작되었었는데, 10월 돌려받고서 12월까지 대구에서 전시에 합류하게 되었다니 얼마나 큰 소식이었을까 싶다.


 

빨간 옷을 입은 소녀, 1947 / 멜빵바지를 입은 소녀, 1948 / 카이유, 1932 / 해바라기, 1947



 


후기를 쓰려고 다시 찾다 보니 이런저런 이인성과 관련된 곳들이 있다. 제일 위 파란 점이 이인성아트센터와 이인성사과나무거리이고, 제일 아래가 내가 다녀온 이인성벽화거리다. 중간파란 점은 계산동 성당의 이인성 나무이다. 이인성 나무는 그의 작품 〈계산동 성당〉에 크게 그려진 감나무를 말한다.


지붕 없는 데서 많은 사람과 좋은 그림을 함께 봤으면 한다는 취지처럼 많이 사랑받기를 바란다.


 사진.글.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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