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커뮤니티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한애규展 : 푸른길 @아트사이드갤러리

안효례

[2018.06.26]




한애규展 : 푸른길

2018.06.15-07.19

@아트사이드갤러리


 


비 오는 날, 따뜻한 느낌의 작품 이미지를 보고 가게 된 아트사이드갤러리.

한애규 작가의 테라코타 작업으로 이루어진 전시로 그는 1980년대부터 흙을 재료로 사용하여 일기를 쓰듯 자신의 삶을 빚어 왔다고. 여기에는 주로 일상에서 느끼는 여성과 여성의 삶 그리고 존재에 관한 생각들을 표현했단다. 물론 설명 그대로 그는 여성 작가다. 여성이기에 자기 삶의 이야기에 태반이 여성이겠지.


(사진) 흔적들, 청금석을 든 여인


이탈리아어로 구운 흙이란 뜻을 지닌 테라코타 Terra-Cota 는 제작 과정을 모르면 어릴 때 다들 만져보는 찰흙 인형을 가마에 구운 정도로 이해한다. 실제론 불, 물, 햇빛, 습기와 싸우고 가마에 고온으로 구워내는데 작업과정이 특히 힘든 이유로 많은 인터뷰에서 그녀의 고된 작업은 도드라져 보인다.


 


1층의 테라코타 작품들은 의자와 같이 만들어져, 관객에게 앉아서 관람하도록 권유한다.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은 나는 자연히 핀 조명 아래 여인상<청금석을 든 여인>으로 눈길을 준다. 열 명쯤 사람들이 같이 앉아 있었다면 우린 어쩌면 어느 원시 부족의 종교모임처럼 여인상을 바라보고 앉아있을지 모르겠다. 의자에 앉아 다른 의자들에서 있지도 않은 '다른 사람'을 느끼는 것은 유전자에 기록된 과거 인류의 유산일지도 모른다는 거창한 상상을 해봤다. 의자라고 부르고 있지만, 그것들은 허물어진 과거의 유적이나 목재 건축이 사라지고 남은 초석 같은 느낌이라 그랬다.


 


푸른길은 아마도 이전에 여행을 다녀오고 나온 '푸른 그림자'와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여행 경험을 통해 과거의 역사나, 그보다 오래된 인류 존재의 과거로부터 현재의 나까지 이어지는 무언가를 작품에 담아내는 것으로 보였다. 여행 이전 작업이 나의 개인적 삶이었다면 가족을 잃는 아픔을 겪은 뒤 생각의 세상이 팽창했던가 보다. 허망과 위로는 의외로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면 행렬을 만난다. 계단에 내려선 자리는 원형의 행렬의 맨 뒤가 바라보이는, 행렬의 맨 앞쯤 되었다. 아마도 어중간한 위치라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그저 내 기분이 그랬다. 무리 안에서 안락함을 느끼는 게 보통의 인간 아니던가. 푸른색을 띤 비석처럼 생긴 작품으로부터 둥글게 자리잡힌 행렬에는 뿔이 달린 동물부터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처럼 생긴 여성상까지 반인반수를 포함해 다양하게 늘어져 있다. 이들에는 실크로드와 신화가 담겨있다고 한다.


 
 

 


행렬 제일 앞 여인상은 '조상' 시리즈로 행렬의 앞 먼 곳으로 가장 먼저 발걸음 하는게 인간이길 바랐다고 했다. (참조 : http://weekly.cnbnews.com/news/article.html?no=124821) 그들 중 발끝에 푸른색이 눈에 띈다. 그것은 그들이 강과 바다를 건너 걸어온 흔적이었다. 역사의 흔적이다.


 

작품들은 무엇보다 표현한 시선이 따뜻했고, 삶과 생명에 관한 이야기를 느꼈다. 나라는 인간 하나 뒤에 무수한 생명의 역사와 삶들이 있었음을 생각하게 했다.


사진.글.효례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