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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함을 닫는 일과 어두움을 여는 일》, 조원동 강남아파트 18동

김정현


2018년 4월말에 페리지갤러리에서 근무 중인 박지형 기획자에게 보도자료 메일을 받았다. 재개발을 앞둔 조원동 강남아파트에서 전시를 앞두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월말의 바쁜 일정을 마치고 5월 2일에 《투명함을 닫는 일과 어두움을 여는 일》 전시를 찾았다. 구로디지털단지역에 내려서 도보로 10분 정도 강남아파트 단지 끝에 위치한 18동에서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재개발을 앞둔 아파트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주자 실태조사 안내문', 쌓여있는 폐가전제품들, 락카로 쓰인 재개발 반대문구 등이 전시장으로 가는 길에 보였다. 보도자료에 첨부된 사진들로만은 느낄 수 없었던 다양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버려진 어린이용 자전거들과 아이들이 남긴 낙서와 스티커가 가득한 벽면이 인상 깊었다.




전시장 입구




황문정, <미래의 가치, 최고의 프리미엄!>, 벽화 페인트, 2018 / 1813호


강남아파트 지역에 신축될 주상복합빌딩의 조감도를 벽화로 그려넣었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신축될 빌딩도 강남아파트와 같은 길을 걸을 것이다.   



김민정, <산란하는 공간> 아크릴, 조명, 2018 / 1813호




김명진, <끝의 끌>, 습자지에 목탄, 조명, 2018 / 1833호


방의 4면과 천장에 그려진 그림. 암실에서 소리에 반응하며 점멸하는 불빛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관람객은 작품 전체를 인지할 수 없다.



오제성, <광기의 시공간-시간의 침묵>, 싱글채널비디오, 11분, 2018 / 1834호




이향안, 작품설치 전경 / 1853호




김이박, <이사하는 정원 - 강남 아파트>, 2018 / 1863호



조혜진, <행복하려면>, 수집한 자개장 문짝에 자개, 2018 / 1864호


부모님 세대가 SNS 상에서 주고 받는 '좋은 글귀'를 자개장 뒷면에 새겨 넣었다.




전아라, <Emergency Shelter>, 2018 / 1864호



이상용, 작품설치 전경 / 1874호


유년시절을 강남아파트에서 보낸 작가는 강남아파트 내외부의 공간들을 관찰하여 캔버스 위에 기록해두었다.


…《투명함을 닫는 일과 어두움을 여는 일》은 곧 사라져버릴 도시의 한 장소를 이해하기 위해 작가들이 몸으로 개입하는 행위의 방식과 과정에 집중한다. 아파트는 사적인 시공간이 반복적으로 채워지고 비워지는 과정을 통해 개인들의 생활 리듬이 새겨진 장소다. 따라서 본 기획은 투명한 창을 닫는 일, 혹은 어두운 문을 여는 일과 같은 일상의 제스처가 반복되며 남긴 흔적 위에 작가들의 비일상적이고 함축적인 행위들이 덧씌워져 과거의 시간을 현재가 가로지는(혹은 간섭하는) 상황을 시각화하고자 한다. 


서문 중 발췌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과의 짧은 대화 속에서도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역 주민들이 처음에는 경계했지만 조합원회의에 여러차례 참석하며 자주 얼굴을 보이니 조금씩 전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셔서 전시가 열릴 수 있었다는 것, 오랫동안 사람이 머물지 않았던 어떤 방의 먼지와 곰팡이로 인해 병원을 오가야 했던 한 작가의 이야기, 전시준비 기간동안 도굴꾼이 구리파이프를 훔쳐가기 위해 방바닥을 다 부셔놓아 전시를 몇 일 앞두고 공간을 급작스레 바꿔야 했던 것, 강남아파트에 살았던 사람들이 전시를 보고 가며 느낀 점이 많았다며 작가들에게 감사를 표했던 일 등 


많은 출품작들이 강남아파트와 함께 사라질 것이다. 창작자들의 열정, 강남아파트에 대한 추모, 소멸에 대한 저항 등이 어울리며 흥미로운 시간을 만들고 있었다.


전시 주최는 참여작가이기도 한 이상용, 김명진으로 구성된 아트콜렉티브, 어반콘크리트가 맡았다. 이번 전시는 박지형 기획자를 섭외해 함께 진행 한 것으로 다음 기획은 아직 미정이라고 했다.


전시는 5월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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