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없는) 초상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2018.03.20-05.20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은 사당역 인근에 있다. 구 벨기에영사관이라는 역사적 배경이 아니더라도 100년 넘은 건물은 작지만 단단하고, 시간의 무게에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분위기가 있었다.

관람하러 간 전시 '예술가(없는)초상'은 한국 현대 사진에서 예술가의 초상을 통해 사진의 흐름과 변화의 현주소를 은유하고자 했다는 설명이 적혀있다. 

오형근, 서정/이영애/트위스트김/신카나리아 | 구본창, 최수철/김춘수/한강/최인호/박완서

1부 지금, 여기의 예술가 초상을 묻다는 구본창, 오형근 사진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구본창 | 정경자, Speaking of now

 
육명심, 예술가의 초상(김기영), 김기영 감독 영화 포스터 | 육명심, 예술가의 초상 연작 최인훈/구상/박두진

2부 예술가는 있다/없다로 주명덕, 육명심의 사진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육명심, 예술가의 초상(장욱진) | 주명덕, 예술가 시리즈 이불/천경자

주명덕, 예술가 시리즈 최영림/임옥상 | 주명덕, 예술가 시리즈 이세득/유리지

육명심의 <예술가의 초상> 연작과 주명덕의 <예술가 시리즈>를 통해 그간 작품으로만 만났던 예술가들의 초상사진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 도록에 실린 작가의 사진이 이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육명심, 예술가의 초상 천상병 | 벽에 붙어있던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

전시장 한쪽에 문인들의 아카이브 코너로 초판본이나 육필 원고 등을 함께 전시하고 있으며, 전시장 벽 중간중간 문인들의 시나 글을 붙여두었다. 사진을 통해 문인들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그들의 작품이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 전시에서는 그러한 관객의 욕구를 바로바로 충족해준다.

아카이브들 | 서정주<현대조선명시선>, 구상<민주고발>, 김춘수<한국현대시형태론>, 피천득<금아시문선>

박현두, Goodbye Strangers #06

3부 우리 모두의 예술가는 천경우 박현두, 정경자, 김문 사진으로 짚어본다.

박현두, Goodbye Strangers #08 | 천경우, Face of Face-6, 1, 5

3부의 제목처럼 여기엔 유명한 예술가가 등장하지 않는다. 특히 김문의 <철산4동인>의 경우엔 동네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사진들을 통해 사진이 우리 곁으로 아주 가깝게 다가왔음과 예술·예술가가 계속 변화해왔고 변화해 갈 것을 표현하고자 한 듯하다.

 
김문, 철산4동인(부분)

사진.글.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