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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사진문화의 지형

김영태

동시대 사진문화의 지형

ㅡ문화현상으로서의 사진ㅡ


지난 10 여 년 동안 사진문화는 빠르게 변모했다. 2000년대 초반과 그 이전의 사진문화의 지형은 여러 측면에서 다르게 펼쳐지고 있다. 우선 사진문화의 주체가 다변화 됐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사진문화의 주체는 단순했다. 전문가집단, 아미추어사진가집단 등으로 간략하게 구분 할 수 있었다.


전문가집단은 예술사진가, 광고사진가, 다큐멘터리사진가, 사진기자, 사진학과교수, 영업사진사, 스톡사진가 등으로 분류 할 수 있다. 그와는 다르게 아마추어사진가집단은 사진동호회를 중심으로 사진작업을 하면서 공모전출품을 주된 작품 활동으로 삼았다. 


그 외에도 대학 사진동아리가 사진문화의 또 다른 축을 이루었다. 이들 아마추어사진가들의 사진문화를 1961년도에 설립된 한국사진작가협회가 오랫동안 이끌었다. 하지만 1990년대에 한국사진이 국제화, 세계화, 현대화정을 거치면서 사진문화를 전문가 집단이 주도하게 된다. 또한 1990년대부터 전문가 집단과 아마추어 사진가 집단이 명확하게 구분되기 시작한다. 그 이전에는 프로사진가와 아마추어사진가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1970년대, 1980년대를 거치면서 조금씩 변화의 징후가 보였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1990년대부터 공모전사진이 아닌 전문가들의 개인전이나 기획전이 사진문화를 주도하면서 사진의 헤게모니가 전문가 집단으로 이동하게 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기존의 미술제도에서도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와 더불어서 한국사진가와 그들의 작품도 주목 받았다. 대표적인 예가 배병우, 김장섭, 구본창, 김대수 등과 같은 당시의 40대 미만 젊은 사진가들의 작품이다. 이들은 그 이전의 선배 사진가들과는 다르게 서양에서 사진을 전공했거나 미술대학 출신의 작가들이다. 또한 콘셉트가 분명한 사진작업을 본격적으로 하는 첫 번째 세대이기도 하다. 기술이 아닌 사진이론으로 무장한 1세대이기도 하다. 이때까지는 사진문화의 주체가 프로사진가와 아마추어사진가로 단순하게 구성됐다.


하지만 2000대 초반부터는 사진문화의 주체가 세분화되고 다양화 된다. 이시기에 디지털카메라와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사진이 새로운 차원에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그와 더불어서 국내에서 해외사진가들의 대규모 사진전도 관람 할 수 있게 된다. 매그넘 축구사진전, 매그넘 풍경사진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앗제 사진전, 세바스티앙 살가도 사진전 등 사진사적으로 유명한 다큐멘터리 사진가 혹은 포토저널리스트들의 대형전시가 기획되어 큰 주목을 받았고, 상업적인 흥행에도 성공했다. 또 한편으로는 상업 화랑인 가나아트 화랑이 2001년도부터 2007년도까지 사진영상축제를 기획하여 해외 및 국내동시대사진가들의 작품을 전시하였다. 이때부터 기존의 국내미술작품수집가들이 사진작품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사진사적으로 유명한 모더니즘사진가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동시대사진가들의 작품도 국내에서 관람 할 수 있게 되어 국내작가들의 작품경향과 사진전시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또 2002년도부터 시작된 미술시장의 확장이 2007년도에 이르러서 절정을 이루게 되는데, 이때부터 사진작품도 미술시장에서 일부사진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조금씩 판매되었다. 


특히 2005년도에 영국의 팝 가수이자 세계적인 미술품수집가인 엘튼 존이 배병우 작가의 소나무 사진 중 1점을 구입했다는 뉴스가 알려지면서 사진작품이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미술시장에서 일정부분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그 이후부터 40대 초반이하 젊은 사진가들의 작품도 기존의 상업화랑에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상업화랑, 사립미술관 등에서 기획한 사진가들의 개인전과 단체전이 급속도로 늘어난다. 또한 다른 장르의 작가들과 사진가들의 작품이 어우러진 전시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이 시기에 두드러진 활동을 한 사진가들이 박형근, 한성필, 데비 한, 이원철, 구성수, 이원철, 윤정미 등과 같은 1960년대 후반 이후에 출생한 40대중반이하 작가들이다. 또 사진을 전공한 이들만 사진을 표현매체로 사용하지 않고, 이강우, 정연두, 윤정미, 데비한, 배준성, 임택, 김준, 유현미 등과 같은 미술대학을 졸업한 작가들도 사진을 표현매체로 사용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 외에도 예술과 관련된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작가들도 아마추어사진가에 머물지 않고, 기존의 예술제도에서 활동하는 성과를 거뒀다. 대표적인 예가 인터넷 사진 사이트인 레이소다와 하우포토에서 활동했던 사타, 최중원, 이득영, 화덕헌 등이다. 이들은 사진뿐만 아니라 미술에 대한 정규과정도 이수하지 않았지만, 독특하고 개성적인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서 제도권에서 활동하게 된 대표적인 작가들이다. 이처럼 2000년도 초반부터 예술제도내에서 사진문화에 큰 변화가 있었지만, 사회적으로도 사진은 확장되고 변모했다.


디지털카메라의 진화, 아도비 포토샵 프로그램의 발전, 인터넷의 일반화 등이 어우러져서 사진 찍기가 보편화되고 사진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높아졌다. 사진을 과거처럼 예술을 위한 매체로 진지하게 다루는 사람들만 사진을 찍지 않고, 놀이 수단으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또한 D S L R 카메라가 패션소품처럼 인식되어 패션으로서 카메라를 소유하는 이들도 있다. 필름카메라시대엔 S L R 카메라는 사진기자나 영업사진사 혹은 최소한 예술사진을 찍는 이들이 구입하고 소유했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시대엔 카메라나 사진 찍기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 사용목적에 관계없이 고급기종의 카메라를 선호하고 구입하는 것이 일반화된 현상이다. 또 이들 중에는 일부는 업그레이드 된 새로운 기종이 발매될 때마다 카메라를 교체하기도 한다. 사진보다 카메라에 더 관심이 많은 것이다. 고급카메라를 구입하는 주된 소비층이 전문가들이 아니라 이와 같은 애호가들이기 때문에 카메라 업체에서도 이들을 주된 대상으로 신기종을 홍보한다.  이러한 현실도 달라진 모습 중에 하나다. 이제 디지털카메라는 가전제품처럼 인식되고 있다.


디지털카메라시대에는 사진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사진촬영이후에 현상, 인화과정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인 사진제작과정이다. 하지만 이제는 예술을 위한 사진을 찍거나 인상사진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사진가들을 제외하고는 사진을 인화하는 이들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해서 사진을 찍으면 현상, 인화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도 카메라 액정화면이나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서 이미지를 즉각적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인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 결과 이 시대의 사진이미지는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생성과 동시에 삭제되거나 컴퓨터 내장하드나 외장하드에 쌓여서 보관되기만 한다. 아니면 개인 블로그나 사진동호회 사이트에 업로드 되어서 이미지로만 존재한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동네마다 있었던 사진현상소가 폐업하거나 디지털사진의 일반화 때문에 사진현상소에서 필름현상기계는 철거되고, 인화기계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진과 관련된 산업에도 큰 변화가 생겨난 것이다.


현상소뿐만 아니라 광고사진스튜디오도 업무에 많은 변화가 발생했다.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한 촬영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손쉽게 사진이미지를 생산 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서 촬영의뢰가 많이 줄어들었고 제한적이다. 특히 신기종의 고급 디지털카메라는 컴퓨터와 유사하게 디지털화된 프로그램이 내장되어있기 때문에 매뉴얼만 익힌다면 누구나 손쉽게 이미지를 생산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현재는 기술적인측면에서 정규과정을 거친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구분하는 것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결과적으로 사진이미지가 넘치는 세상이 됐다. 간편하게 사진이미지를 생산 할 수 있게 되어 일상에서도 사진 찍기를 즐기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이제 사진은 기록과 예술을 뛰어 너머서 특정한 문화현상이다.


지금까지 디지털테크놀로지와 사진이 만나서 변화된 사회문화적인 현상들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문화적인 현실을 배경으로 사진애호가들도 사진전시를 하고 사진과 관련된 에세이나 작품집을 출판하는 일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해외여행이나 국내 여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을 정리하여 작품집을 출판하기도하고, 감성적인 사진에세이집을 출판하여 주목받기도 한다. 최근에 2권까지 출판된 ‘레아의 감성사진’이라는 에세이집이나 구리시에서 활동하는 문화포럼 뉴 비전 회원들이 출판한 ‘아줌마들 사진과 바람나다.’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사진집을 출판하고 전시회를 개최하여 주목받기도 하는데, 1980년대 노동자 시인으로 유명한 박노해 시인의 사진전이 대표적인 사례 중에 하나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서 개인전을 개최하여 기존의 사진가들 못지않게 활발하게 작가로서의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도 그의 개인전이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유료전시로 열리고 있다.


이처럼 과거와는 다르게 사진이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고 확장되면서 수익을 창출하기위한 대형 상업전시도 많이 늘어났다. 작년하반기부터 현재까지 열린 로버트 카파 사진전, 라이프 사진전, 필립 힐스만 사진전 ‘점핑 위드 러브’, 애니 레보비츠 사진전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 전시는 전시전문 기획사가 기획하고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대표적인 예이다. 


사진전문 갤러리나 사진전시 전문기획사외에도 기존의 미술전시 전문기획사도 사진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필립 힐스만 사진전 ‘점핑 위드 러브’,가 그중에 한 사례이다. 상업전시 외에도 미술관에서도 사진사적인 작가의 전시를 꾸준히 기획한다. 한미사진미술관, 대림미술관에서 기획한 로버트 사진전과 동시대 작가인 라이언 맥긴리 사진전도 작년 가을부터 전시되어 많은 사진애호가, 사진전공자, 사진가 등 사진문화의 여러 주체들이 관심을 갖고 관람한 전시다. 특히 가장 동시대적인 작가인 1977년생 라이언 맥긴리 사진전은 사진과 무관한 20대, 30대 젊은 관객들이 몰려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2000년대 초반이전과는 다르게 사진이 사회문화적으로 확장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략적으로 다음 몇 가지 이유로 정리 할 수 있다. 우선 예술개념의 변화로 사진이 현대예술로서 수용되면서 사진가들의 활동범위가 넓어졌다. 그 결과 사진전시가 늘어났고, 해외 유명사진가들의 전시도 빈번하게 열리게 되었다. 디지털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게 되고 가공 할 수 있게 된 것도 여러 요인 중에 하나다. 또한 스마트폰과 디지털카메라가 결합한 것도 사진 찍기 혹은 사진이 일상 안으로  깊숙이 다가오는데 역할을 했다. 이처럼 예술제도의 변화와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어우러져서 사진이 사회적으로 확장되고 문화현상이 됐다. 


우리는 현재 사진이 일상생활용품처럼 친숙한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러한 사회문화적인 변화를 배경으로 사진문화의 주체도 사진전공자, 사진가중심에서 확장되어 사진애호가, 일반 대중에 이르기까지 다양화됐다. 이것이 가장 동시대적인 한국사진문화의 풍경이다.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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