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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큘로 : OKULO

2018년 제7호

OKULO 007

오큘로 제7호 서문 / 목차


최근 영상 작업에서 풍경을 마주하는 일이 잦아졌고, 이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는 것이 편집자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문제의식은 단순했으나 그것을 풀어내기란 실상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처음에는 풍경이라는 문제가 비판에의 요구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은 더 근본적인 수준에서 영상 예술의 작동을 이해하기 위한 특수한 통로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는 우리가 다루는 영상 예술이라는 것이, 풍경의 이미지가 그러하듯 언뜻 너무도 자명해 보이지만 여전히 탐험해야 할 미지의 대상이고 끊임없이 합의가 재조정되는 복잡다단한 체계의 장소임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풍경의 이미지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이미지의 조건들을 마주할 것이다. 풍경의 이미지는 말이 없다. 때문에 우리는 그것이 무엇이며, 오디오비주얼의 체계 안에서 어떻게 수행적인지에 대해 다시 말하기 위해서 결국 필자들에게 나름의 비평적 논증을 새로이 구축하기를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지독하게 무더웠던 이번 여름은 그렇게 풍경이라는 추상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며 수도 없이 막다른 벽 앞에 서기를 반복한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에게 풍경이라고 지각되는 것은 있는 그대로 놓여 있는 외부 세계의 대상처럼 보이지만 실은 “주관적 관여를 통해 매개된 것”(서동진), 즉 “그렇게 보이게끔 변환되고 구성된 것”(유운성)이다. 이와 같은 전제는 풍경 이미지를 비판적으로 사유하기 위한 시작점이 된다. 서동진은 동시대 영상 작가들의 작품에서 무의미한 풍경이 증가하고 있음을 감지하고 그것이 “불투명한 세계에의 고백, 재현 불가능한 세계의 증언”일 뿐이라고 분석한다. 그리고 그 풍경은 역사적 시간으로부터 탈구된 기억의 공간이자 체험의 공간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대립되는 것은 “재현의 위기를 돌파하는 충만한 재현”으로서의 풍경, 예를 들어 아다치 마사오가 <약칭: 연속사살마>를 통해 시도하고자 했던 실천이다. 서동진은 만약 아다치 마사오의 비판적 서사로서의 풍경이 오늘날 불가능하다면, 그 다음은 무엇이 되어야 하느냐고 묻는다. 이도훈 또한 한국의 최근 독립 다큐멘터리에서 나타나는 풍경의 과잉에 대해 지적하며 대부분의 풍경 이미지가 주제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 혹은 목적 없는 체험의 시간일 뿐임을 비판한다. 이도훈은 액티비즘 다큐멘터리에 있어 그러한 풍경이 요청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한국의 정치·사회적인 현실이 있었지만 그 시급함에 비해 풍경이 미학적으로 기능하지 못함을 안타까워한다. 유운성은 “흐름(風)과 보임(景)을 통해 우리에게 현전하는 모습”으로서의 풍경에 주목한다. “가시성의 교환”으로서만 드러나는 풍경이라는 것은 비가시적 대상을 드러내고자 골몰하는 영화적 에세이스트의 사유와 겹쳐진다. 그리하여 풍경은 “가시적인 것을 통해서만 스스로를 표현하고 또 그것에 다가갈 수 이념”이라는 특수한 대상을 다루기위한 방법론으로서의 에세이 영화와 맞닿는다고 필자는 통찰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한범과 김혜림이 풍경이라는 주제 아래 바스마 알샤리프와 아보우나따라 콜렉티브 두 작가(그룹)를 선택한 것은 흥미롭게 읽힐 수 있다. 왜냐하면 이들이 다루는 대상은 각각 가자 지구와 시리아 내전이라고 하는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한범과 김혜림은 이 작가들이 그들이 경험한 전쟁을 재난의 이미지로 재현하기를 거부한다는 것을 언급한다. 그러나 각자의 미학적 선택은 다른 길로 갈라선다. 바스마 알샤리프가 가자 지구라는 상황이 놓여있는 역사의 필연적인 힘을 영화적 공간 안에서 서로 다른 풍경을 꿰어 냄으로써 가시화시키려 한다면, 아보우나따라 콜렉티브는 풍경을 거부하고 더욱 미시적인 얼굴들로 다가간다. 마지막으로 김보년은 최근 개봉한 한국의 장편 극영화를 예시 삼아, 오늘날 영화 제작의 측면에서 풍경을 어떻게 조작하는지에 집중한다. 풍경이 조작되기 쉬운 “약한 이미지”가 되었음이 오늘날의 보편적인 조건이라면, 풍경을 향한 비평의 논점은 어디에 닿아야 할 것인가? 

이번 호에서는 세 편의 대화를 만날 수 있다. 첫 번째는 오늘날 영역을 막론하고 뜨거운 주제로 부상하고 있는 인류세에 관한 브뤼노 라투르와 폴린 줄리에의 대담이다. 이를 풍경의 문제와 연관시켜 보는 것도 흥미로운 독해가 될 것이다. 이 외에도 현소영이 폴린 줄리에의 전시 《박물지》에 관해 작가와 나눈 대화의 기록이 수록되어 있으며, 김정현은 구동희가 지금까지 만든 싱글 채널 영상을 모두 감상한 후 작가에게 꼼꼼한 질문을 던진다. 

가끔 영상만을 다루는 『오큘로』의 특수성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하나의 매체만을 다루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종종 듣곤 한다. 어떠한 관성에 매몰되려 할 때마다 나는 『오큘로』를 창간했을 때 내세웠던 “미술과 영화를 가로지르는 비평”이라는 문구를 곱씹어 본다. 그러면 사실 지난 시간 스스로에게 절실했던 요청이 무엇이었는지 후다닥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우리에게 매체 자체는 신봉해야 할 최종의 목표가 아니며, 그보다 중요한 것은 매체를 가로질러 당대에 발현되는 미지의 현상 혹은 다시 곱씹어 이해할 필요가 있는 문제에 대한 비평적 논의의 토대와 어색함을 불러일으키는 동시대적 거리를 마련하는 것일 테다. 또한 논점을 제안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전력을 다해야 할 곳은 비평의 방법론일 것이며, 이를 위해 역사에 대한 이해를 끊임없이 조정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것이 적절한 것이었고 유의미한 시간으로 축적된다면, 우리 앞에는 공동의 협상을 위한 원탁이 놓일 수 있을 것이다.         

특집: 풍경
서동진  풍경은 넘치지만 현실은 희박하다: 풍경 이미지의 정치적 퇴행 
유운성  흐름과 보임: ‘너머’ 없는 세계의 풍경과 에세이 영화 
이한범  역사를 위한 아토피아: ‹우로보로스›의 풍경 
김혜림  풍경을 선택할 자유—그럴듯하지 않은 풍경을 다큐멘터리에 들여온다는 것: 아보우나따라 콜렉티브 
김보년  풍경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틀 포레스트›와 ‹버닝›의 풍경에 대한 짧은 생각 
이도훈  풍경이라는 독(毒): 독립 다큐멘터리에서 풍경을 활용하는 방식에 대하여 

Interview
브뤼노 라투르, 폴린 줄리에  지층과 자연: 왜 인류세(Anthropocene)인가? 
현소영  펼쳐진, 혹은 진열된 영화: 폴린 줄리에와의 대화 
김정현  싱글 채널 태피스트리: 구동희 작가와의 대화


발행일  2018년 10월 10일
발행인  유운성, 임경용
편   집  김보년, 이도훈, 이한범
디자인  홍은주, 김형재
ISBN   978-89-94027-93-7 93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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