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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 편견과 차별, 억압에 맞서온 스물한 명의 여성 미술가들

  • 청구기호609/김54ㅆ;2020
  • 저자명김선지
  • 출판사은행나무
  • 출판년도2020년 6월
  • ISBN9791190492768
  • 가격16,000원

상세정보

르네상스부터 20세기 초 현대 미술의 태동까지, 미술사에서 지워진 21명의 여성 미술가들과 그들이 남긴 발자국을 좇았다. 회화•조각과 공예•디자인 분야의 위계질서가 여성을 미술의 주류에서 배제한 주요 원인임을 들어 미술의 범주를 확장하고, 수많은 유형의 편견과 모순을 넘어 전문 화가•미술인의 길을 개척한 거장들을 조명한다.

책소개

여성의 예술은 한낱 아마추어에 불과하다는 편견에 맞서

위대한 예술 작품을 탄생시킨 여성 거장 21인의 삶과 철학을 만난다!

여성에게 강요된 전통적 성 역할을 걷어차고 ‘예술가’로 살기를 선택한 21명의 여성 미술가들과 그녀들이 미술사에 남긴 뚜렷하고도 날카로운 족적을 좇는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가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소포니스바 앙귀솔라, 라비니아 폰타나, 앙겔리카 카우프만, 로자 보뇌르, 수잔 발라동, 한나 회흐, 카린 라르손, 거트루드 지킬 등 책에서 다루는 여성 거장들은 위대한 걸작을 남기고도 미술사에서 이름이 누락되었다. 여자에게는 예술을 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이 없다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과 가부장 체제가 그녀들을 이중 질곡에 묶어놓았기 때문이다. 매진한 분야도, 태어난 시기도, 살았던 장소와 환경도 모두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자신 앞에 놓인 다양한 유형의 편견과 모순을 넘어서며 필사적으로 미술 작품에 매달렸고 전문 화가, 전문 미술인의 길을 스스로 개척했다. 그리고 마침내 여성의 예술은 한낱 아마추어에 불과하다는 편견에 맞서 위대한 예술 작품을 탄생시켰다.


이 책은 르네상스부터 현대 미술의 태동까지 여성 거장들의 삶과 예술을 생생하게 담았다. 또한 미술의 영역을 남성이 독점한 회화와 조각에서 공예, 디자인으로 확장했다. 회화와 조각, 공예와 디자인 간의 위계질서는 여성을 예술의 주류에서 배제한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차별과 억압에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개척한 21명의 여성 미술가를 통해 미술사의 빠진 퍼즐을 맞춰나가는 진진한 여정을 시작해보기 바란다.


남성 중심의 예술 문법에 질문을 던진 여성들

가부장 수레바퀴 아래에서도 예술혼을 불태우다

여성이 예술가로서의 지위를 거의 인정받지 못하고 미술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없었던 시절, 척박한 환경에서도 예술혼을 불태운 미술가들이 있었다.

프로페르치아 데 로시는 르네상스 시대 최초의 여성 조각가로서 그림과 시, 회화, 음악 등 다양한 공부를 했으나 특히 조각에 매료되었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는 여성은 있어도 조각을 하는 여성은 없었다. 조각은 거친 망치와 끌로 작업해야 하는 데다 육체적 힘이 요구되어 남성이 독점한 분야였고, 조각가가 되려면 남자 견습생으로 북적이는 작업장에서 수년간 훈련을 해야 했는데, 정조가 중요시된 시대에 여성에게는 이러한 과정 자체가 금지되었다. 르네상스 시대 여성이 참여할 수 있었던 예술 작업이라고는 공예, 태피스트리와 자수, 수채화 등이 전부였다. 데 로시는 과감하게 ‘금녀의 문’을 두드렸다. 조각 작업장에 들어갈 수도, 값비싼 대리석을 구할 수도 없었지만 버려진 과일 씨앗을 모아 그 위에 조각을 하며 독학으로 조각 기술을 연마했다. 그리고 마침내 산페트로니오 성당 파사드 조각 공모전에 입상하고, 〈요셉과 보디발의 아내〉라는 위대한 걸작을 탄생시켰다.

17세기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풍속화가 유디트 레이스테르는 스물네 살에 여성은 단 두 명만 가입할 수 있었던 권위 있는 화가 조합에 들어가 빼어난 걸작들을 남겼다. 특히 프란스 할스의 작품 중 수작으로 평가되던 〈즐거운 커플〉이 네덜란드 미술사학자에 의해 레이스테르 작품으로 판명되면서 한동안 미술계를 뜨겁게 달구었다.

그런가 하면 인상주의 회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명실공히 직업 화가로 자리매김한 베르트 모리조와 메리 카사트도 있었다. 모리조는 인상주의 화가들로부터 ‘색채의 거장’으로 불리었으며, 카사트는 여성들을 깊고 의미 있는 삶을 사는 존재로 묘사하며 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걸작 뒤에는 견고한 남성 중심 예술 문법이 작동했다. 데 로시가 조각가로 이름을 날리자 동료 남성 화가는 그녀가 인체 조각, 특히 남성의 인체 묘사에 탁월한 것은 성적으로 문란하기 때문이라고 헛소문을 퍼뜨렸고, 데 로시는 모든 공공 작업에서 손을 떼야 했다. 그토록 극찬하던 프란스 할스의 작품이 무명 여성 화가의 그림으로 밝혀지자 미술사가들은 그림에 대한 평가를 완전히 뒤집었다. 레이스테르를 프란스 할스의 모방자로 깎아내리기도 했다. 베르트 모리조와 메리 카사트는 어땠을까? 그녀들은 인상파 전시회에 수차례 참석하며 인상주의 회화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지금 인상주의 회화의 동의어 같은 존재는 마네, 모네, 르누아르, 드가 같은 남성 화가들이 차지했다. 특히 모리조는 860점의 작품을 제작한 전문 화가였지만 그녀의 사망 서류에는 어이없게도 ‘무직’이라고 기입되었다.


이처럼 남성 중심 미술계에 맞선 여성들의 분전은 대체로 ‘지는 싸움’일 때가 많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비록 지는 싸움이라 하더라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개척한 여성 미술가들의 삶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변화의 시초이자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의 원동력이다.


“나는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줄 것입니다”

편견과 억압을 담대한 희망으로 바꾸다

자기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의식하거나 언급한 적은 없었지만, 말과 행동으로 편견과 억압에 맞서 변화와 희망의 마중물이 된 화가들도 있었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열일곱 살 무렵 아버지의 동료이자 자신의 그림 선생이었던 아고스티노 타시에게 성폭력을 당하고 부당한 심문과 고문, 길고 힘겨운 재판을 겪었다. 그러나 성폭력 사건 이후 젠틸레스키는 성서와 신화 속에 등장하는 고통받지만 강한 여인들,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주체적 여성들을 그리며 자신을 피해자 자리에 두지 않고, 자신이 겪은 차별과 고통을 그림을 통해 폭로하며 독립적인 여성 화가로 성장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줄 것입니다. 당신은 한 여자의 영혼에서 시저의 정신을 발견할 것입니다.”


최초의 모더니즘 여성 화가 파울라 모더존 베커는 서양 미술사에서 처음으로 누드 자화상을 그렸다. 미술사에서 여성의 몸은 오랫동안 남성의 시각을 만족시키는 쾌락의 대상으로만 그려져왔다. 모더존 베커는 자신의 누드를 그리며 여성의 몸이 표현하는 관능성을 제거하고, 여성이 어떻게 자신의 몸을 보는가를 명확히 나타냈다. 화가들의 그림 모델로 활동했지만 ‘그려지는 대상’에서 ‘그리는 주체’로 자기 삶을 바꾼 수잔 발라동 역시 자화상 속에 각진 얼굴, 여러 겹으로 늘어진 복부 주름살 등 불완전한 몸을 과장하지도 이상화하지도 않고 보이는 그대로 묘사하며 여성의 몸을 주체적 인격을 가진 존재로 끌어올렸다. 이러한 시도들은 어떤 억압 속에서도 자아를 잃지 않겠다는 여성들의 담대한 목소리로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수백 년 만에 수장고에서 빛을 본 세기의 걸작부터

경계를 넘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 여성 거장까지

마침내 다시 쓰는 미술사 절반의 이야기

이 책은 특히 죽은 뒤 수백 년 만에 수장고에서 다시 발굴된 세기의 걸작부터 폄하와 차별로 점철된 예술 분야에 뛰어들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 여성 거장까지 두루 다루며 불완전하고 기울었던 미술사를 온전하게 복원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17세기 플랑드르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화가이자 정물화의 개척자였던 클라라 페테르스가 세상에 존재를 드러낸 건 지난 2016년, 사후 350여 년 만이다. 앤트워프 왕립 미술관, 프라도 미술관에서 열린 그녀의 첫 전시에는 정계, 문화계 등 각계 인사들이 베일에 가려져 있던 17세기 여성 거장의 ‘맛있는 정물화’를 보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최초의 곤충학자이자 용감한 탐험가, 정교한 동식물 수채화의 동판화를 남긴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도 250년 만에 다시 빛을 본 여성 거장이었다. 그녀가 1705년 출판한 동판화 삽화집 《수리남 곤충들의 변태》는 한 동물종과 그것이 숙주로 삼는 특정한 식물의 상호관계를 밝힌 실험적인 곤충도감이자 꽃과 곤충 등 각종 동식물을 세밀한 묘사로 재현한, 미술사적으로도 매우 뛰어난 걸작이다. 메리안이 죽으면서 과학사에서도 미술사에서도 잊혔던 이 화집은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재조명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직물 디자인을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18세기 영국의 직물 디자이너 안나 마리아 가스웨이트부터 렘브란트 그림보다 비싼 종이 오리기 작품을 만든 요아나 쿠르턴, 신분의 한계를 뛰어넘어 세계 최초의 패션 디자이너이자 오트쿠튀르의 창시자가 된 로즈 베르탱, 남편의 그늘에서 벗어나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개척자로 인정받은 카린 라르손, 시력을 잃고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자 자연을 캔버스 삼은 ‘정원의 화가’ 거트루드 지킬까지 주류 미술에서 비켜나 있던 공예와 디자인을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여성 미술가들 역시 놓치지 않고 함께 다뤘다.


여성 미술가들은 미술을 통해 삶의 부조리에 맞서고, 욕망의 목소리를 따라 거침없이 통념을 깨부수며 마침내 위대한 걸작을 창조했다. 그녀들을 다시 기억하고 재발견하는 것은 미술사의 절반뿐 아니라 어쩌면 인간 역사의 반을 다시 쓰는 일일지도 모른다.


지은이 | 김선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역사를, 동대학원에서 미술사와 현대 미술을 공부했다. 대학에서 미술사를 강의하며 미술 관련 도서들을 번역했다. 위대한 걸작을 남기고도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미술사에서 이름이 누락된 여성 미술가들과 그들 앞에 놓인 다양한 유형의 편견과 차별, 모순을 꼬집은 〈미술사에서 사라진 여성 미술가들〉을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해 2019년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 연재를 묶고 보완한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가 2020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되었다. 지은 책으로 천문학자인 남편과 함께 쓴 《그림 속 천문학》이 있으며, 현재 《한국일보》에 우리가 미처 몰랐던 뜻밖의 미술사와 예술가들의 숨은 이야기를 소개하는 ‘김선지의 뜻밖의 미술사’를 연재 중이다.


목차

· 작가의 말_걸출했던 여성 거장들을 찾아서


1부 가부장 수레바퀴 아래에서 예술혼을 불태우다


· 조각, 그 금녀의 문을 두드리다―프로페르치아 데 로시

· 아버지의 그림자에 가려진 초상화의 귀재―마리에타 로부스티

· 여성 영웅들을 캔버스에 소환한 ‘여자 라파엘로’―엘리자베타 시라니

· 전문 화가의 길을 개척한 풍속화의 대가―유디트 레이스테르

· 18세기 유럽을 사로잡은 여인―앙겔리카 카우프만

· 여성의 공간과 세계를 그린 인상주의의 두 거장―베르트 모리조와 메리 카사트


2부 편견과 억압을 담대한 희망으로 바꾸다


· 운명은 만들어나가는 것―소포니스바 앙귀솔라

· 고정된 성 역할을 걷어차고 직업 화가로―라비니아 폰타나

· 성폭력 피해자에서 불세출의 여성 화가로―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 350년 만에 수장고 밖으로 나온 정물화―클라라 페테르스

· 탐험 정신으로 빚어낸 과학과 미학의 결합―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 오직 자기 내면의 소리를 따라―로자 보뇌르

· 여성의 몸에 대한 여성의 관찰―파울라 모더존 베커

· 거침없이 통념을 깨부순 행동하는 페미니스트―수잔 발라동

· 각성한 여자에게 보이는 것들―한나 회흐


3부 경계를 넘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다


· 렘브란트 그림보다 비싼 종이오리기 작품―요아나 쿠르턴

· 직물 디자인을 예술로 끌어올리다―안나 마리아 가스웨이트

· 세계 최초의 패션 디자이너가 된 가난한 소녀―로즈 베르탱

· 세상에서 제일 예쁜 집을 만든 여자―카린 라르손

· 녹색 정원의 작은 신―거트루드 지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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