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코너 ‘그림 같은 세상’에 소개된 글과 그림 중 118점을 묶었다. 방송작가를 하며 틈틈이 미술관 도슨트로 활동해 온 저자가 감상을 통해 떠올린 단상을 그림과 나란히 적고 공유한다. 이처럼 독자도 저마다의 이야기를 공유함으로써 우리의 일상에 예술이 스며들기를 바란다.
책소개
그림을 보고 느낄 때 지식과 정보가 꼭 필요한 것일까. 미술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자면 전문가의 해석과 비평이 필요하지만, 가끔은 누구의 그림인지 모르는데도 어떤 느낌과 함께 다가오는 그림들이 있지 않은가.
방송작가 일을 하며 틈틈이 미술관에서 꽤 오랫동안 도슨트로 활동한 저자는 그림을 보는 관람객들에게 ‘어떤 느낌이 들어요?’, ‘무슨 얘길 하려는 걸까요?’를 자주 묻곤 했다고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솔직하게 자기 느낌과 자신만의 해석을 들려줬고, 때로 작가들에게 관객들의 ‘해석’을 들려주면 대부분의 작가들은 진심으로 기뻐하고, 놀라고, 신기해했다고.
“그 모습을 보면서 현대미술, 아니 동시대미술의 느낌이란 게 이거구나 하고 느꼈어요.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났죠. 이전 시대에서 그림을 그린 화가들도 어쩌면 자기 그림을 보는 요즘 사람들의 반응을 궁금해 하고 있지 않을까. 마침 맡고 있던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새로운 코너가 필요했는데 바로 그 얘기를 해봐야겠다, 마음먹었어요. 21세기를 사는 내가 그들의 그림을 보면서 느끼는 삶의 단상을 이야기해주자. 또 내가 그 시대로 들어가 화가를 지켜보고, 화가가 그리는 풍경을 바라보고, 화가와 모델 사이의 관계를 상상하고, 그 얘기를 화가에게 들려주자. 조금 더 바란다면, 라디오에서 내 얘기를 들은 청취자들도 저마다의 이야기를 화가에게 들려주면 좋겠다. 그렇게 그림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소통하고 예술과 일상이 말을 거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어설프나마 내가 그 문을 두드려보자. 다른 사람들이 용기를 내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게.”
그런 마음으로 그림을 고르고, 글을 입혀, 맡고 있던 라디오 프로그램 KBS 클래식FM [당신의 밤과 음악]에서 일주일에 네 편씩 소개했다. 6년 동안 방송을 통해 실어 보낸 그림과 글 중 청취자들이 행복해하며 수많은 댓글로 호응해 준 118점을 골라 이 책 《그리워하기 좋은 거리》로 묶었다.
이 책에 수록된 그림들에는 특히 근.현대 미국 작가들의 작품이 많다. 대부분은 우리가 그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작가와 작품들이다. 19세기 말~20세기 초에 활동한 작가들의 작품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우선 이런 기회를 통해 그 작품들을 보는 것 자체가 신선하고 반갑다. 작품과 함께 소개된 화가의 약력을 읽다 보면 그 시대의 어떤 움직임들이 감지되고, 그들의 삶이 지금 우리에게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그림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고, 예술과 일상이 소통되는 효과일까.
저자는 친구나 연인에게 말하듯 그림에 말을 건다. 때론 그림과 마주 앉아 그림이 해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때론 그림 그리는 화가 옆에 나란히 서서 그 풍경을 바라보는가 하면, 스스로 그림 속 인물이 되어 수줍게 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상대방 역시 다 풀어놓지 못하고 그림에 담아 표현했을 지도 모를 그 마음을 헤아리며.
책에서 미술관에서 또는 우연한 공간에서 어떤 그림을 봤을 때 마음속에 훅 느낌이 들어오는 경험을 해봤다면, 이 책에 실린 글들 또한 그 느낌의 연장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저마다의 느낌을 공유하며, 예술이 일상으로 일상이 예술로 천천히 스며들기를 기대한다.
지은이 | 박나경
‘20년 경력의 할머니 도슨트’가 되고 싶어 십여 년 전부터 틈만 나면 미술관 언저리를 드나들고 있다. 호기심 때문에 한 우물을 파지 못하고 TV.라디오.인터넷미디어.음악공연.문화예술교육을 오가며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방송 글을 쓴 25년 중 10년이 넘는 시간을 KBS 클래식FM [당신의 밤과 음악]과 함께했다. 2017년 현재 KBS [문화 공감]에 몸담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12인의 예술가 이야기를 담은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들》이 있다.
목차
들어가는 말 8
그림과 글
1. 가을 해질녘 앙리 르 시다네르 10
2. 강기슭의 바위들 조지 럭스 12
3. 따뜻한 오후 가이 로즈 14
4. 계단의 아이 앙리 르바스크 16
5. 달빛 아래의 옥상 앙리 르 시다네르 18
6. 항아리가 있는 프라데의 오솔길 앙리 르바스크 20
7. 모두가 열망하는 컵 존 F. 피토 22
8. 양산을 든 여인 쥘 파스킨 24
9. 분홍빛 구름과 노란 아이리스 클로드 모네 26
10. 아바나 대성당 윌러드 멧칼프 28
11. 사랑의 매복 윌리엄 리핀콧 30
12. 마른 강의 보트 앙리 르바스크 32
13. 매디슨 스퀘어 조지 럭스 34
14. 저녁별 L. 버지 해리슨 36
15. 바느질하는 소녀 찰스 W. 호손 38
16. 새장 프레드릭 프리스크 40
17. 우리의 죄를 용서해주세요 윌리엄 헨리 고어 42
18. 해먹 윌리엄 글래큰스 44
19. 테네시 여인 엘리자베스 너스 46
20. 조종타를 잡은 어부 어거스터스 뷜러 48
21. 집과 나무 찰스 페터스 50
22. Yes 존 밀레이 52
23. 야상곡: 청색과 금색 제임스 휘슬러 54
24. 여름밤 윈슬로 호머 56
25. 비행기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58
26. 파라솔을 든 여인 아리스티드 마이욜 60
27. 빨래가 널린 집 에곤 실레 62
28. 어려운 대답 가이 로즈 64
29. 봄 존 트와츠먼 66
30. 새로운 다양성, 첫 시도 드 스콧 에반스 68
31. 휴식 빌헬름 함메르쇼이 70
32. 더위 플로린 스텟테이머 72
33. 쉿, 그들을 방해하지 말아요 해밀턴 해밀턴 74
34. 남쪽 태양 아래 찰스 콘더 76
35. 상처 입은 천사 휴고 심베리 78
36. 말 없는 마차-롱아일랜드의 큰길 프랭크 워즈워스 80
37. 우산을 든 세 여인 마리 브라크몽 82
38. 작업실에서 앙리 아르피니 84
39. 지난날 김선두 86
40. 연인들 존 앳킨슨 그림쇼 88
41. 브라이튼의 피에로 발터 지커트 90
42. 수련 채집 피터 에머슨 92
43. 차 마시는 시간 장 프랑수아 라파엘리 94
44. 전화선들 티나 모도티 96
45. 모래 언덕에서 물구나무 선 소년들 하인리히 질레 98
46. 무대 뒤에서 로베르 드마시 100
47. 화가 아들의 초상 에로 예르네펠트 102
48. 13페이지 유희경 104
49. 삼각돛 맡기 헨리 튜크 106
50. 호숫가의 늙은 염소 얀 만케 108
51. 올드 베드포드의 미니 커닝햄 발터 지커트 110
52. 환등기 페르디낭 뒤 퓌고도 112
53. 가을 낙엽 이삭 레비탄 114
54. 티 세트 클로드 모네 116
55. 카니발의 저녁 앙리 루소 118
56. 술 마시는 대장장이들 장 프랑수아 라파엘리 120
57. 좋은 저녁 카스파르 프리드리히 122
58. 램버트빌에 있는 시냇가의 집 조셉 피켓 124
59. 노란색과 푸른색 프레드릭 칼 프리스크 126
60. 바느질 학교 콩스탕 메이어 128
61. 레덴토레 축제 모리스 프렌더개스트 130
62. 로지 주변의 둥근 원 에드워드 포트허스트 132
63. 오찬 에두아르 마네 134
64. 스카겐 해안의 어부들 페더 세버린 크뢰이어 136
65. 구름나무 이삭 레비탄 138
66. 나소의 담벼락 윈슬로 호머 140
67. 겨울 풍경 주세페 데 니티스 142
68. 실내 풍경 쥘 파스킨 144
69. 루앙의 피에르 다리 샤를 앙그랑 146
70. 한 줄기 햇빛 존 화이트 알렉산더 148
71. 감은 눈 오딜롱 르동 150
72. 팔걸이의자에 앉은 캐슬린 제임스 티솟 152
73. 밤 레옹 스피리에르 154
74. 편지 그웬 존 156
75. 토요일 밤 조지 럭스 158
76. 입구에 선 젊은 여인 콘스탄틴 코로빈 160
77. 네바다 카슨 싱크 근처 사막의 모래 언덕 티모시 오설리반 162
78. 뉴욕 콜럼버스 서클 위의 황혼 윌리엄 손탁 주니어 164
79. 움직임 속의 색 미하일 마츄신 166
80. 바우하우스 계단 오스카 슐렘머 168
81. 기구 팔 씨녜이 메르세 170
82. 저녁 에버네져 웨이크 쿡 172
83. 푸른 방의 햇살 안나 앵커 174
84. 고요한 시간 존 화이트 알렉산더 176
85. 봄 빅토르 보리소프 무사토프 178
86. 꽃 습작 자클린 마르발 180
87. 다리 가까이 알빈느 반 데 아벨레 182
88. 예술가의 딸과 손녀 조지 하워드 184
89. 선택 조지 프레데릭 와츠 186
90. 산들바람 메리 페어차일드 188
91. 밤의 베니스 풍경 페르디낭 뒤 퓌고도 190
92. 브리에르에서의 밤 뱃놀이 페르디낭 뒤 퓌고도 192
93. 헛간 옆 시골 여인 안톤 모베 194
94. 호보컨의 쿠바가수 오스카 블룸너 196
95. 런던, 밋첨 공원에서 거위 쫓아가기 이다 로버링 198
96. 정원의 마리 페더 세버린 크뢰이어 200
97. 코린튼의 요정나무 힐과 아담슨 202
98. 노란 암탉 에이다 슐츠 204
99. 집시여인들 크리스토퍼 우드 206
100. 산책길 알프레드 월리스 208
101. 탁자에 팔을 걸치고 포즈를 취한 소녀 오스카 레일랜더 210
102. 제1라운드 피에르 뒤브레이유 212
103. 몸단장 에바 곤잘레스 214
104. 스트로모브카 공원의 정원 레스토랑 안토닌 슬라비체크 216
105. 당신은 쓸모없어진 별로 무엇을 하나요? 해리슨 엠마 플로렌스 218
나는 서둘러 세상에 눈을 뿌릴 구름을 만듭니다
106. 발레 다오스타의 산 풍경 로렌초 델리아니 220
107. 치명적인 여인들 게르다 베게너 222
108. 방문 아브람 아르크니포프 224
109. 가을의 깊은 숲 존 조셉 이네킹 226
110. 창가의 소녀 로버트 레이드 228
111. 수확하는 농부와 그의 아들 토마스 안슈츠 230
112. 해변에서 프레더릭 모건 232
113. 크레이그를 마주한 탐 N.C. 와이어스 234
114. 해먹 지오반니 볼디니 236
115. 프랑스풍의 창 아돌프 멘첼 238
116. 우리, 전쟁 에드바르드 오쿤 240
117. 포푸리 허버트 드레이퍼 242
118. 고독 알베르 로리에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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