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1958년 첫 개인전 이래 50년대말 앵포르멜과 1960년대초 서정적 추상을 선보였으며, 1960년대 중반부터 플라스틱, 기계부속품 등을 사용한 매체 실험과 입체 및 오브제 작업을 제작하였다. 정규미술교육을 받지 않고 스스로 독자적인 창작의 길을 개척하여, ‘회화68’, ‘A.G그룹’, ‘제4집단’ 등 한국전위예술의 흐름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그룹 활동을 주도적으로 이끈 작가이다. 1970년대에 제4집단 활동을 통해 예술에 대한 총체적인 체험과 실험성 강한 작품을 창작하였고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에 참가하여 개념과 과정을 강조하는 전위적인 미술활동은 시대를 선도했다. 또한 회화와 조각에만 집중되었던 한국의 60-70년대 미술계에 해프닝, 판화, 설치미술, 메일아트, 바디페인팅, 대지미술, 실험영화, 무대미술 등 장르를 넘나드는 창작활동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작품세계는 끊임없이 장르 간의 경계에 도전하고 이를 해체한다.
현상에서 흔적으로 2016 국립현대미술관
우리나라 판화사에도 중요한 선구자 역할을 했는데 1981년 국내에서 첫 판화공방을 종로구 신영동에 개설했고 그 해 제3회 동아국제판화비엔날레에 초대된 작품이 실험적이란 이유로 전시 거부를 당해 신문지상에서 논쟁을 일으켰다. 2007년 <판화컬렉션>, 2014년 <서양판화가 100인과 판화감상> 책을 발간했다.
1984년부터 2000까지 미국생활을 거쳤고 1991년 한국작가 최초로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아나미술관 초대로 개인전을 개최했다. 이 전시회는 산타아나미술관 측 로베스타 카라소 큐레이터가 1989년 로스엔젤레스 아트페어 기간에 김구림의 작품을 보고 전시회를 제의해 이루어졌으며 “한국문화의 본질적인 서정과 음양적 세계관을 성공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음양8-S96_2008
2013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회고전은 1960-70년대 실험 작품들을 위주로 선보이며, 발표 후 유실된 작품들과, 에스키스로만 존재하고 기술적인 혹은 현실 제약적인 문제로 실현되지 못한 작품들이 제작되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특히 1969년에 제작되어 2000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처음으로 공개 상영된 후 원본이 유실된 한국최초의 실험영화 <1/24초의 의미>를 16mm필름으로 복원해 선보였다. 전시제목인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홍상수 감독의 동명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9)에서 차용되었는데, 지난 반세기 동안 미술사에서 심도 있게 조망 받지 못한 한국의 실험미술과 김구림 화백이 건네는 해학과 풍자의 메시지이다.
2014년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이 기획한 ‘A Bigger Splash:Performance after Painting’란 전시에 한국 작가로는 이강소와 함께 초대를 받았다. 1960년대 바디페인팅을 잭슨 폴록, 데이비드 호크니, 쿠사마 야요이 등 현대미술의 거장들의 작품과 함께 전시하였다. 최근에 유화작품 <태양의 죽음> (1964)이 영국 Pepe Karmel의 <Abstract Art A Global History > (2020) 책에 수록되었고, 현재 중국 상하이 OCAT미술관에서 열리는 <매체의 재조명 : 동아시아 영상예술의 부상>에도 전시되고 있다. 점점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바디페인팅 1969
김구림 선생님과는 2013년 우리나라 실험미술의 선구적 단체였던 한국아방가르드협회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고 가까운 평창동에 거주하여 교류하고 있다. 김구림 연구자료는 한국미술대표작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소장 아카이브 (30)에 도록, 팸플릿, 기사, 포스터, 스크랩북, 작품 등이 소개되어 연구자들이 찾고 있다.
근현대미술의 자취 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