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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배 / PRADISE를 찾고 있는 음유시인

박옥순



성곡 미술관에서 최근에 가진 전시회는 지금까지 단편적으로 보아 오던 작가의 세계를 확실하게 짚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서울 시립 대학교 작업실 모서리에 걸려 있던 대리석 쟈켙이 이제는 작가의 몸에 익숙한 옷이 되어 가는걸 보여 주었다. 한마디로 편하고 따뜻한 사람이다. 졸업 작품으로 만들었던 그의 쟈켙도 헐렁하고 편안하게 주름져 있었지. 역시 작업은 작가의 모습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겨울에 삐에뜨라 싼타에서 김근배- 박선영부부와 지낸 적이 있다. 유학 온 부부의 작은 집은 작업과 살림과 희망과 불안이 묘하게 엉켜서 삶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 기우뚱거리는 식탁에서도 촛불을 밝히고 수박만한 잔에 포도주로 건배를 하면서 저녁을 먹었다. 그렇다. 김 근배는 삶을 사랑하는 작가다. 그는 대지에 억센 생명의 뿌리를 내리고 있는 나무다. 그의 가방에 담긴 그 모두를 아끼고 사랑한다. 유년의 딱정벌레도, 곧 날아오를 것 같은 희망도, 이리저리 옮겨 다녔던 이사의 힘겨운 수고로움도, 어느 날 고맙게 비를 가려 주었던 낡은 우산도 세상의 가치와는 무관한 추억의 보물이 된다. 삶의 창고에 가득한 이 보물들이 그간에 다듬어진 조형감각으로 확대되고 축소되고 잘 엮어 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각자의 유년과 낭만을 맛보게 해 주었다.
                                                                                여정 대리석 80x25x35

나사못을 닮은 넥타이 신사, 광을 낸 구두를 신고 날아보는 김근배.

몸채보다 더 긴 코를 생명의 호수에 박고 물을 뽑아 올리는 무지막지한 저력과 들키지 않는 욕심을 가진 작가. 이번 작업에서 새롭게 등장한 색유리의 푸른 바다, 붉은 호수...............패미니스트 김근배가 유영하고 싶은 남성의 PARADISES는 아닐까.

paradise에 다이빙하는 남자, 너무 긴 코(의욕?)를 박고 큰 몸을 공중에 띄우고 있는 코끼리, 예쁜 나뭇잎 배를 타고 가는 코끼리들, 어쩌면 가방 속의 생쥐까지도 작가의 또 다른 자기표현일지도 모른다. 현실적인 모습을 초현실적 표현으로 엮어 두 세상을 오가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나는 알 수가 있다. 교정에 정처 없이 나부끼던 대리석 쟈켙이 나사못 얼굴에 잘 어울리는 바지까지 챙기고 나타났다. 그의 끈질긴 생명력은 또 하나의 탈바꿈을 준비하고 있을꺼다. 대리석의 본고장에서 오랫동안 묵묵히 다져온 돌작업의 장인정신이 확실하게 받쳐 주고 있음도 그를 믿을 수 있는 큰 이유가 된다. 다음 작업을 통해 다시 한번 그의 인생을 엿 볼 수 있을꺼라는 확실한 기대를 갖고 전시장을 나오는 나의 마음이 흐뭇하다

 

                                                                                           미술시대2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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