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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미술의 ‘경인선’을 놓다_박영택 『한국 현대미술의 지형도

윤지수

『한국 현대미술의 지형도』-박영택, 2014, (주)휴머니스트 출판그룹




한국 현대미술의 ‘경인선’을 놓다.



현대미술의 비평적 지형
여름이 물씬 우리 곁에 다가왔다. 봄의 언제 왔다갔는지 모를 만큼 거리는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여름은 생명이 약동하는 봄과 곡식이 익는 가을 사이에 있는 계절로 푸르름이 극대화 되는 때이다. 필자는 길을 걸으며 보이는 여름의 생명력에 도취되어 스스로에게 “나는 살아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살아있음은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삶을 지속하면서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이 질문에 명료한 답을 내리지는 못한다. 남들과 마주하면서, 남들과 살아가면서 나라는 개인은 남들 안에 있는 ‘나’ 때문에 무뎌지는 것 같다. 

  사람이라는 단어는 주체로서의 ‘나’를 뜻하고 인간이라는 단어는 남들과의 삶에 몸이 익은 ‘나’를 뜻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필자는 우리의 생애를 사람에서 인간이 되는 과정이라고 표현하고자 한다. 

  그러나 보통의 우리들이 사람에서 인간이 되는 과정을 겪을 때, 이와 반대로 이 길을 역행하려하는 존재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예술가이다. 예술가는 자신이 무뎌짐을 거부하고 계속해서 자신의 숨을 뱉어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더욱 더 예리하게 만든다. 그리고 예술가들을 편애하여 자신만의 관점으로 다시보기를 시도하는 이가 바로 비평가다. 

  이 책의 저자 박영택은 비평가를 ‘나’라는 주어를 가지고, 고유성에 입각해 비평적 행위를 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저자는 비평가로서 기존의 한국 현대 미술사를 주체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재구성을 시도했다. 


현대미술의 박영택적 원점과 경로
박영택은 1960년대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 미술사를 조망해보고자 이 책을 썼다. 저자는 기존의 미술사가에 의해 기술된 한국 현대 미술사를 철저히 자신의 관점으로 다시 보기를 시도하였다. 저자는 기존의 현대미술사가 그 근거를 서구 모더니즘의 수용으로 두는 것을 비판하며 서구와는 다른 우리만의 담론을 만들어 현대미술을 새롭게 조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기준으로 작가 117명과 작품 151점을 뽑았다. 그리고 한 작가의 작품과 미술관(觀)이 이후 다른 작가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그로 인해 어떤 작가와 작품이 파생되었는지를 살펴보았고 이것을 바탕으로 한국 현대미술사의 지형도를 그렸다. 지형도를 그리다보니 박생광, 변관식, 이상범, 이인성, 김환기, 이응노, 김종영, 권진규라는 여덟 명의 작가가 맨 앞에 위치함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들을 오늘날 한국 현대 미술사를 가능하게 한 근원이라고 말한다.  

  예로부터 지도를 제작하는 목적은 생존을 위함이었다. 동양은 외세의 침략을 막기 위해 지도를 만드는 것을 제한했다고 한다. 반대로 서양에서는 동양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기 위해 많은 지도를 제작했다. 비록 우리나라에서 지도 제작이 제한되긴 했지만 국가 통치의 목적을 위한 지도들은 제작되었다. 필자는 나라를 통치함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것이 이해심이라고 생각한다. ‘이해(理解)’ 는 다스릴 이(理)에 풀 해(解)가 합쳐진 단어로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한다. 깨달아 알아듣는다.’ 라는 뜻을 가진다. 우리는 다스리는 자는 생각하는 자였다는 개념이 단어 안에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국가를 통치하는 자들은 통치의 목적으로 지도를 만들었다. 결국 지도는 통치자들을 위한 수단이자 특권이었다. 그래서 지도의 바탕에는 생각해야 한다는 선조들의 교훈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박영택은 기존의 현대 미술사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정리하여 새로운 현대미술사 지도를 만들려고 하는 의도로 이 책을 썼다. 필자는 우리의 미술계가 현대 미술사를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더불어 새로운 것을 창작해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박영택은 책의 제목에 ‘지형도’라는 단어를 넣은 것이 아닐까?  

박영택이 그린 지형도

  1) 색채와 도상이 지닌 주술성과 영성


박생광은 샤머니즘적 세계관을 환생시키고자 한 작가로 한국의 전통 회화나 건축에서 색채, 도상을 빌려 썼다. 그의 그림은 강한 원색과 굵은 테두리를 두르는 원시적인 묘법이 원용되어 묘한 주술적 힘이 드러난다. 박생광의 계보를 잇는 많은 작가들 중 대표적인 작가는 하인두이다. 하인두는 한국의 불교 미술과 강렬한 색채에 영향을 받았다. 그는 오방색과, 단청, 만다라를 만나 그의 추상 미술적 고민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의 그림에는 박생광의 그림처럼 주술성이 강하게 느껴짐을 알 수 있다.<본문 중에서>


박생광, 〈부적과 무녀〉, 종이에 채색, 106×109cm, 1985년


하인두, 〈성상〉, 캔버스에 유채, 162×130cm, 1987년





  2) 한국인의 자연관


변관식은 조선시대 인물산수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동시에 달라진 시대 상활에 따라 번안된 새로운 인물산수화, 독자적인 한국 산수화의 양식 또한 제시했다. 그는 한국 산하의 특성, 개성, 그 색과 내음을 그림 안으로 불러들이고 있는데, 이는 김홍도와 정선의 맥에 가 닿는 성취다. 
이상범은 다분히 관념적이고 교과서적인 전통 산수화의 근간을 유지하면서도 거기에 근대의 풍경적 시선을 결합한 ‘산수풍경’을 그렸다.
  변관식과 이상범의 영향을 받은 작가들 중 서은애는 조선시대 인물산수화의 유가적, 도가적 정신을 자신의 작품에 담아냈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전통적인 인물산수화를 재현하는 것과 더불어 반전의 이미지를 개입시켰다. 그는 화면 안에 과거와 현재를 공존시켰으며 옛 선비들이 산수화를 그리면서 꿈꾸었던 욕망을 감정이입하여 그려냈다.<본문 중에서>



변관식, 〈외금강 삼선암 추색〉, 종이에 수묵 담채, 125.5×125.5cm, 1966년





이상범, 〈효원曉原〉, 종이에 수묵 담채, 79×192.5cm, 1965년




서은애, 〈띠리링 초석명금도〉, 종이에 수묵 담채, 188×103cm, 2005년




  3) 현실을 반영하는 눈



  4) 한국 모더니즘 미술과 개념적 작업의 기원





김환기는 한국 현대미술사에 한국적 추상화, 모더니즘의 가능성을 발견한 본격적인 작가다. 그는 한국 전통이라는 주제로 전통적 소재를 작품 안에 담았다. 초기에는 한국 전통 기물을 소재로 문인화 정서를 평면화, 촉각화 했다. 그리고 후기에는 수묵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한국 전통의 정서를 표현했다. 

  김환기의 영향을 받은 대표적 작가는 이우환이다. 그는 서구 추상미술에 동양의 문인화에서 나온 수묵화 방법론을 융합하여 한국적인 추상미술을 만들어냈다. 그의 작품에서는 자아와 세계가 만난다. 그리고 그의 작품들은 모호하고 불확정적인 세계에 대해 반응한다.<본문 중에서>



김환기, 〈16-Ⅳ-70 # 166〉(‘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연작), 코튼에 유채, 232×172cm, 1970년




김환기, 〈새와 항아리〉, 캔버스에 유채, 62×40cm, 1958년




이우환, 〈선으로부터〉, 캔버스에 유채, 91×116.8cm, 1978년

  5) 모필과 먹이 이룬 서체적 회화




  6) 한국 현대 조각의 근원 


필자는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적이 있다. “왜 자기 자신을 뜻하는 단어가 ‘나’일까? 그리고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을 뜻하는 단어가 ‘남’일까?” ‘나’라는 단어는 발음할 때 입이 벌어지면서 숨이 몸 밖으로 나온다. 우리는 숨을 뱉어냄으로써 나의 일부를 세상에 물들인다. ‘나’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오면 이 세상은 나의 숨, 나의 존재함을 받는다. 그러나 ‘남’이라는 단어를 발음할 때는 입이 닫혀 숨이 밖으로 새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정신, 그 기운이 나에게 닿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나와 남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우며 함께 섞여 살기 쉽지 않다. 따라서 나는 남과 함께 어우러져 살면서도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어느 순간부터 멈추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존의 현대미술사는 작가가 개별 정체성만을 강조한 것과 같이 상호 연관지여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현상 안에서 저자는 자신만의 주체적인 시각으로 새로운 지도를 만들고자 하였다. 이를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이라고 볼 때 이 작업은 현대미술에서 일정한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이를 기점으로 또 다른 철도(지형도)는 어떤 것이 있으며 어떻게 그려질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다양한 지형도는 우리현대미술의 가닥과 흐름을 명확히 함으로써 그 독자성을 정립하여 우리 현대 미술사의 기반을 견고히 해주기 때문이다.    


  이번 박영택의 지형도는 1차 작업으로 보인다. 이번에 산입되지 못한 그 외 작가는 또 다른 철도를 놓아 소급할 필요가 있다. 뿐 만 아니라 지형도의 각 지점과 지점이 만나는 환승역(서로 겹쳐지는 특성)도 구축하여야 한다. 박영택의 이번 지형도는 특정 작가 군을 그 들의 단편적 경향만을 반영하여 서로 만나지 않게 조합하였다. 또한, 정신, 표현방식, 작품의 내용 등 그 배열의 구분법도 종과 횡으로 나열하기에 또 다른 여지가 보인다. 따라서 박생광, 문신, 최종태, 권옥연, 이우환, 백남준 등은 또 다른 지형도의 지점에 배치해도 무방한 특징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2차 작업자가 꼭 박영택이 아니라하더라도 다른 시각에서의 지형도가 필요한 이유이다.

  한편, 박영택의 지형도는 특정작가를 원점으로 한 계보나 영향권으로 결코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우리나라 작가들은 현대미술의 일천한 역사와 척박한 환경 속에서 일본을 통한 서구미술의 영향을 받았다든가 외국작가들에 비해 창의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일정부분 받아왔다. 인상주의 화풍, 어느 어느 대학 풍, 누구의 영향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박영택의 지형도에 이름을 올린 작가들은 박영택이 구획한 흐름 내에서 명징한 독자성을 인정받고 있는 작가 군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편협 되어서는 안 된다. 

  저자는 다양한 지형을 따라 길을 나게 하는 1차 작업을 시도했으며, 제2차, 3차 작업을 통해 현대미술의 또 다른 거점을 연결하는 지형도를 그려야 한다. 또는 1차 지형도에서 출발하는 지선도 고려해보아야 한다. 이는 우리 현대미술의 중요한 토대와 독자적인 관점을 확보하는 중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박영택은 현대미술의 갈래를 구분함으로써 우리에게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것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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