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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화를 이끄는 뮤지엄 브랜딩

변종필

지역 문화를 이끄는 뮤지엄 브랜딩

‘홀로서기’에서 ‘함께서기’로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박물관·미술관을 국민들이 일상에서 즐겨 찾는 장소로 만들기 위해 ‘박물관·미술관 진흥 중장기계획(2019-2023)’을 발표했다. 박물관·미술관(이하 뮤지엄)이 국민 삶 속의 문화기반시설로 거듭날 수 있도록 방향을 모색하고, 진흥시책을 포괄해 종합적인 발전정책을 수립(3대 목표 아래 5개 전략과 16개 핵심과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뮤지엄이 한나라의 문화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대상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 같은 계획은 우선 긍정적이다.

그러나, 최근 5년간 뮤지엄의 수가 양적으로 증가(13년 911개 →’18년 1,124개)하고,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확장되었지만, 정작 뮤지엄을 이용하는 관람객은 많이 증가하지 않았다. 이는 ‘2018 문화향수 실태조사’에서 지난 1년 동안 뮤지엄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100명당 16.5명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가 말해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3년까지 30% 수준으로 높여 많은 사람이 일상생활 속에서 뮤지엄을 찾도록 할 계획을 세웠지만, 수적 증가만으로 문화를 이끄는 효과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특히 지역 뮤지엄의 경우는 더욱더 쉽지 않다. 지역 소재의 많은 뮤지엄은 지역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각 관만의 특성을 살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필자는 뮤지엄이 지역문화를 이끄는 문화시설이 되기 위한 많은 필요요건 중 ‘지역성’을 반영하고, 여기에 지역의 ‘민관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지하다시피 지역 뮤지엄은 수도권에 위치한 뮤지엄보다 노력과 인내가 더 많이 요구된다. 인구밀도, 경제수준, 문화 인식도, 지역작가의 분포 및 호응 등 여러 부분에서 고려할 것이 많다. 따라서 왜 지역에 뮤지엄이 필요한지? 그 당위성부터 어떤 유형의 뮤지엄을 설립할지, 그리고 어떻게 운영할지 등에 관해 끊임없이 논의하고 그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다시 말해 지역성을 뮤지엄의 설립부터 운영까지 핵심 요소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럽이나 영미권의 유수 뮤지엄을 보면 각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서 강력한 매력을 지닌 뮤지엄이 많은데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뮤지엄이 대표적이다. 프랭크 게리가 철강도시였던 빌바오의 지역성을 티타늄과 스틸의 파격적 재료로 구성하여 예술적 건축물로 상징화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1997년 개관이후 2017년 10월 19일 개관 20주년까지 구겐하임을 찾아온 2천만 명의 관람객에게 160건의 기획전과 더불어 철강도시였던 빌바오의 역사를 기억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성과는 구겐하임 뮤지엄을 빌바오에 유치하고 지속적인 재원 약속을 이행한 바스크정부와 솔로몬 R. 구겐하임 파운데이션의 노력과 실천, 양보와 협력의 결과이다. 이것이 쇠퇴해가던 철강도시를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관광도시로 변모시킨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의 실질적 성공 요인이다. 이러한 성공 요인을 깊게 벤치마킹하지 않고 성공의 결과에만 현혹되어 지역미술관을 유치한다면 실패의 확률이 높다. 이는 우여곡절 끝에 유명작가의 뮤지엄을 유치하거나 뮤지엄을 설립한 이후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정책이나 행정지원에 소홀한 국내 지역 뮤지엄의 현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늘의 뮤지엄은 감상, 해석, 참여를 통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고,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인식된다. 이에 따라 많은 뮤지엄이 사회적 유용성을 강조하고 공동체문화형성을 통해 함께 참여하고, 즐기고,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다시금 강조하고 싶은 것이 민관의 협력과 참여이다. 이 점에서 처음 뮤지엄을 유치할 때와 다르게 지역 주민들의 변화된 태도로 뮤지엄의 존재필요성이 부각되고, 역할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국내 미술관은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예컨대 제주도 서귀포시의 이중섭미술관은 2002년 개관 당시 보다 10배 이상 관람객이 증가하여 연간 27만 여명(하루평균 800여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이중섭미술관은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같은 유명세와 위상에는 못 미치지만, 이중섭거주지, 이중섭거리와 함께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이끌며, 서귀포의 명소이자 제주도를 대표하는 미술관으로 발전했다. 설립 당시 반대 의견이나 무용론을 떠올려보면 20년이 흐른 지금의 이중섭미술관이 지역문화를 이끄는 구심점이 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년 개관 20주년을 앞두고 ‘이중섭 문화브랜드 강화방안’이라는 측면에서 미술관 시설 확충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미술관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전방안을 지역주민과 공유하며 미래상을 그려가고 있다.

이처럼 뮤지엄을 통한 문화저변확대를 꿈꾸는 지역미술관들은 이중섭미술관뿐만이 아니다. 양구의 박수근미술관, 대전의 이응노미술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등 공립미술관이 각 지자체를 대표하는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하며 지역문화의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여기에 각 지역에 분포한 다종다양한 사립미술관의 역할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예술의 지향점이나 지역의 정서가 다르고, 작가의 삶과 예술정신이 각기 다르지만, 작가의 예술정신을 기리고, 지역작가의 발굴과 지역미술의 역사정립 등을 통해 지역문화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데 역할을 하고, 나아가 지역 간 협력을 통해 뮤지엄의 기능과 역할을 공유하며 확대해 가는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일반적으로 공익성과 비시장성이 강한 뮤지엄의 한계성을 미술사적 가치를 지닌 미술작품을 소장하고 전시하는 장소에서 창조적 예술문화공간으로 변화를 꾀하면서 지역뮤지엄의 가치와 역할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진다.

 

뮤지엄은 한 국가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라 하지만, 사실상 그 가치와 효과는 하루 아침에 나타나지는 않는다. 문화예술의 정서는 작은 예술의 싹이 무성한 나무로 자라날 때 비로소 그 가치와 의미를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뮤지엄의 가치와 효과는 뮤지엄을 가까이하면서 자라날 아이들의 머지않은 미래 모습에서 만날 수 있다. 뮤지엄의 다양하고 수준 높은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이 이끌어 갈 미래의 우리 문화는 그러한 경험이 거의 없었던 이전 세대의 문화와 지역에 대한 이해력이나 실천력과는 다른 차원에서 전개되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내세운 ‘문화로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박물관·미술관’의 비전은 빌바오와 같은 거대한 도시재생계획이 아니더라도 지역의 현실과 발전 가능성을 직시하고 계획한 과제를 하나하나 실천한다면 실현 가능일은 그만큼 가까워질 것이다. 각 지역의 고유한 지역성을 내세우고, 차별화된 콘텐츠 구성에 기반한 뮤지엄의 사회적 가치를 확장해 간다면, 뮤지엄은 지역문화를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결국에 지역문화를 이끄는 뮤지엄은 지역성을 반영하고,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지역민들의 관심 속에서 ‘홀로서기’에서 ‘함께서기’로 바뀔 때 진정한 역할을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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