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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계의 과제-국립근대미술관 설립의 필요성’

변종필

 

‘한국미술계의 과제-국립근대미술관 설립의 필요성’

 

Ⅰ.

한국 근대사는 대한제국-일제의 한국 강점-분단으로 이어진 격변과 상실의 시대였다. 특히, 일본과 관련한 뒤틀림과 상처들은 아직도 온전하게 치유되지 못한 채 우리 근대사는 온전하지 않은 역사의 공간으로 남아있다. 이러한 역사적 결여는 문화예술분야에서 더욱 극심하며, 그 한 분야가 미술사이다.

한국 근대미술사에 관한 미술계의 관심과 연구는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왔지만, 정작 관심과 연구의 대상이라 할 수 있는 미술작품을 온전하게 볼 수 있는 미술관은 부재하다.

지난 2013년 한국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화가 57명의 수묵채색화, 유화 등 1920-1970년대 회화작품 100점을 엄선하여 전시한 ‘한국근현대미술 100선’이 국민적 관심 속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된바 있다. 이 전시는 한국 근대미술을 현대미술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를 되짚어 본 전시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이 의미 있는 전시를 시간적․공간적 제약으로 인해 평소에 다시 볼 수 없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더구나 우리 근대미술사 연구를 이끌어 갈 미래세대에 근대미술에 대한 지속가능한 이해와 탐구의 장을 상시적으로 보여 줄 수 없다는 점은 스스로 기성세대의 역사적 책임감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게 한다.


근대미술관 설립의 필요성에 관해서는 관련 학자나 미술전문가들이 이미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1)

미술평론가 신항섭은 “전통회화 또는 구상회화가 미술애호가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가장 큰 이유의 하나로 체계적으로 보고 배울 수 있는 국립근대미술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언급하며, “설령 미술대학 커리큘럼이 현대미술 중심이라고 할지라도 국립근대미술관이 존재하면 한국의 근현대미술의 실체를 보고 배우고 익힐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인데도, 국립근대미술관이 존재하지 않아 미술대학을 졸업한다한들 전통회화 및 근대미술에 대한 개략적인 지식은 물론이요 그 가치를 제대로 알 턱이 없다.”2)고 지적했다.

최병식 교수는 “우리나라의 정체성은 근대적 역사의 굴곡만큼이나 빈약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고대유물이 있고 막 바로 건너 뛰어 현대미술을 연결해야 하는 우리미술사의 한계는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추기는 꼴이 되었다. 그 이유로 고대, 근대, 현대, 당대를 물 흐르듯이 잇는 역사적 흐름이 단절되어 있다. 이와 같은 열망을 반영하여 현재 덕수궁에서 상당부분 근대미술관 기능을 하고 있으나 기획과 상설전, 수장고, 교육 등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면적이다. 별도의 건물을 신축, 혹은 활용하여 근대미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고 강조했다. 이렇게 근대미술관의 필요성은 여러 차례 강조되었지만, 특별한 대안이나 방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오랜 숙제와 문제점이 서울관이 개관되면서 어느 정도 해소되고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다.

우리의 미술은 언제나 유행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정작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가나 작품에 관한 지속적인 연구나 지원에는 무심하다. 한 예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영어명을 보면 우리미술계가 얼마나 정체성이 부재한지를 실감하게 된다. 모던과 컨템포러리(Modern and Contemporary)를 함께 사용하는 것은 정확한 우리의 색깔과 정체성을 세우지 못한 채 마치 모든 것을 포용한다는 식의 어설프고 억지스러운 이름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술관의 명패로는 참으로 궁색하다.

 

Ⅱ.

근대미술관의 필요성에 대하여 미술계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데도 현실적 실행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돈(예산), 장소성(위치) 등과 같은 문제보다는 미술관을 채울 수 있는 근대미술작품의 부재를 가장 큰 이유로 꼽을 수 있다. 근대미술에 해당하는 작가나 작품의 수가 근대미술관을 설립하고 그에 대해 채울 만큼 작품이 풍부하지 않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실행도 해보기전에 어렵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설립하지 않는 근거를 찾는 것에 불과하다.

근대미술의 근대성은 김병수 미술평론가의 견해처럼 시기의 차원에서 머무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우리의 미술과 근대성에 대한 토대와 이념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다루어야 한다. 수집, 보존, 연구 그리고 전시는 그 기본이다. 문제는 그 대상에 대한 것이다. 국립기관으로서 미술관은 현재 유통되고 있는 현상에 대한 매력보다는 역사성에 더욱 관심과 주목을 기울여야 한다. 이 점에서 작가연구는 진행했지만, 작품이 없는 경우 그것의 대안을 찾아 전시하는 방법도 있다. 원작은 없지만, 작가의 전시나 작품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기사, 전시도록, 단행본, 학술논문 등)를 모아 작가 아카이브실을 마련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물은 없지만, 근대기 작가의 활동경력을 알 수 있는 자료를 통해서 근대미술사의 결여를 메우는 일도 의미 있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근대미술관에 포함될만한 작가 발굴 및 연구조사가 선행되어야한다. 우리미술계는 지금까지 지나치게 몇몇 작가에 집중한 근대미술사를 유지해왔다. 빈약하고 부끄러운 미술사이다. 앞서 언급한 ‘한국근현대미술 100선’에 선정한 57명의 작가들을 보면 익히 우리가 접했던 작가들로 한국근현대미술을 진수를 볼 수 있는 작가들임에 틀림없다. 근대미술관이 설립되면 기본적으로 포함되어야 할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전시기획 기준(수묵채색화, 유화 등 1920-1970년대 회화작품 100점으로 구성)이 정해진 전시였기 때문에 근대기 활동작가 전부를 포함하지 못했다. 조각, 공예 등까지 했다면 한층 폭넓은 작가군이 형성될 것이다. 이 같은 특별 전시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우리미술사가 기억하고, 또 보존할만한 작가를 발굴․조사․연구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때 포함 기준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활동했던 작가들의 작품들도 수집, 소장해나가야 한다.

 

Ⅲ.

현재 미술관은 현대미술, 개별작가 등으로 매우 제한된 주제나 소재에 의지해 건립·운영되고 있다. 미술관을 협의적 개념에서 해석한 결과이다. 근대작가들 모두 개인명미술관으로 설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표1〉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상 주요 공사립박물관·미술관 연대별 및 관 특성별 현황

구분

고고

미술

역사

종교

민족

교육

자연

지질학

과학

산업

군사

기타

합계

1940~

 

 

1

1

1

1

 

 

 

 

 

 

 

1

5

‘70~

3

3

 

1

 

1

 

 

2

 

 

1

 

1

12

‘80~

3

4

2

4

4

 

 

 

5

 

 

8

1

2

33

‘90~

17

34

9

21

16

6

1

5

6

 

1

18

2

9

145

2000~

73

66

20

61

64

7

1

9

48

2

14

58

11

50

484

합계

96

107

32

88

85

15

2

14

61

2

15

85

14

63

679

한국미술계에서 개인 작가명 미술관 설립에 있어서 면밀한 검토와 철저한 중장기 운영계획 및 방안을 마련하고 진행되어야 한다. 이상의 실현을 위해 현실의 정서를 무시할 경우 예상치 못한 지역간 갈등을 야기하는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 한 가지 사례를 보자.

 

<사례>

의견1 : 우리가 피를 토해가며 지켜낸 지역미술을 외면하고 왜 우리고장 출신도 아닌 화가의 미술관을 지어주는 것으로 희생해야 합니까? 피땀 어린 우리의 돈을 들여서 말입이다. 저는 켤코 ○○○미술관 설립을 반대합니다.

의견2 : 피카소와 같은 세계적 화가가 우리지역에 미술관을 짓게다 해도 출신을 운운하며 반대할 것입니까?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의 미술관이 우리시에 설립된다면 오히려 자랑스러워해야 합니다. 더 이상 어디 출신인가를 따지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입니다. 저는 ○○○미술관 설립을 적극 찬성합니다.

위 발언의견은 지난 2015년 7월 ○○시 ○○○미술관 설립 용역타당성 연구발표장에서 미술관 설립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던 지역미술단체 소속의 발언자가 각각 자신의 의견을 밝힌 일부 내용이다. 공립이 설립운영주체인 작가명미술관의 성공적 설립사례를 발표하는 세미나였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대립적 갈등이 도출되면서, 작가명미술관설립의 따른 문제점이 도출되었다. 실제 최근 몇 년 사이 급속도로 번지는 작가명 미술관 설립과 관련한 찬반논의가 뜨겁다. 몇몇 작가명 미술관 설립에 따른 잡음으로부터 현재 거론되거나 추진 중에 있는 작가명 미술관 설립과 관련한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이상과 현실은 늘 공존한다. 이상이 현실이 되고, 현실이 이상을 품게 한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이상은 공허하기 마련이다. 예술이 이상을 추구하는 것에 가깝지만, 현실을 인지하지 않은 이상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미술관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싶은 예술가와 그것을 바라보는 타자(대중)와의 교감 없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작가의 순수성이 사라진 설립은 자칫 자신의 화업을 자화자찬하기 위한 행동으로 비춰지기 쉽다. 특히 설립부터 운영까지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지자체가 대부분 떠안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지역에 진정 필요한 작가명미술관이 설립되어야 한다. 동시에 양적 팽창보다 질적 팽창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검증과 작가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마련되어야 한다. 작가 입장에서는 수십억에서 수천억에 이르는 예술작품을 기증한다는 명목을 내세우지만, 결국 작가에게는 자신의 작품을 영구보존할 공간에 대한 투자라는 점으로 보면 작품기증만으로 설립의 타당성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특히 지역정서를 무시하거나 고려하지 않은 채 작가의 입지나 위상만을 내세워 미술관을 짓게 될 경우 지역문화의 특성이 동시에 사라질 수도 있다. 또한 미술관 설립이 지자체간 경쟁처럼 이뤄질 경우 결국 그 모든 부담은 시민이 지게 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양면성을 지닌 작가명 미술관 설립은 결국 지차체의 올바른 판단과 예술인의 객관적 평가위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참고>

* 현재 우리나라의 작가명 미술관은 총14개관이다.(2016년 전국문화기반시설)

 

 

 

 

규모/시설 (단위:m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