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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트가이스트’전, 과연 시대정신이 담겼나?-②

변종필

전시연출의 전문성
 
전시연출과 소통방법 역시 <자이트가이스트>전에서 논란의 요인이었다는 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이트가이스트>전은 미술사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작품배치는 시대순으로 나열하지 않고 ‘가상적(virtual)’, ‘추상적, 개념적(abstract/conceptual)’, ‘물질적(material)’이라는 세 가지 분류기준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그구성을 요약하면, ‘가상적’섹션에는 형상성의 이미지로 회화적 ‘리얼리티(reality)’의 어떠한 ‘시대정신’을 담고 있는 작품들을 배치했다. ‘추상적’, ‘개념적’섹션에는 추상미술도 일종의 개념미술이고, 현대추상미술은그것이 관념적으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한국현대미술사의 뚜렷한 맥을 형성한 ‘시대정신’으로 보는 작품들을배치했다. ‘물질적’섹션에서는 미술의 형식과 매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보다 물질에 천착한 그런 ‘시대정신’의 작품들로 구성했다.

이러한 전시 구성방법 역시 전시기획자나 미술전공자들의 공감을 얼마나 이끌어 낼 수 있는 분류인지 모르겠다. 앞서 언급한 작품선정처럼 세 가지 분류기준 역시 자의성이 강하고, 일반적분류이상의 특별함이나 독창성을 발견하기 어려운 연출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기획자의 연출·의도·효과 등이 관람자의 시선을 끌기를 원하나, 그러나그것은 전적으로 관람자 스스로의 판단과 정서의 몫이므로 여기서 더 이상 이야기 할 수 없다.'라는 기획자의말은 관람자의 시선을 존중하는 일반적 배려와 상식에 준한 듯하지만, 정작 관람자와의 소통을 위한 기본적연출방법을 고려하지 않은 태도라 할 수 있다. 일반 관람객층은 대부분 미술전공자들이 아니다. 더구나 현대미술은 전문적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더욱 어려운 분야이다. 따라서‘시대정신’이라는 주제 하에 우리 현대미술의 미술사적 흐름과 예술정신을 관람자에게 좀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면, 그에 부합하는 동선으로 작품을 배치하는 전문성이 필요했다.

전시장이 부족하여 일부 작품을 배제했다는 논란과 연관해서도 정작 일부 작가는 작품수와 공간배치를 배려(?)한 반면, 어느 작가는 동선에서 벗어난 곳에 작품이 걸리거나 놓여있는등 관람객의 동선을 고려한 작품배치의 균형감각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전시에서 그림을 뗐다 걸었다 하는 건 기획자 고유의 권한이다’고 생각하는 기획자의 말에는 충분히동의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그만큼 책임을 감수한다는 의미도포함된다.
정치적 외압으로 작품이 철수되었다는 지적에 대해 “민중미술이다 보니 분단 그림이 많아 다른 작품과의조화와 색감을 고려해 내려지게 됐다”고 설명한 것은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한국 현대미술의 시대정신을담아내겠다는 전시에서 내용상 분단 그림이라는 점과 작품 색감 때문에 배제됐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부분이야말로 이번 기획전시가 애초에 ‘시대정신’이 하나의 용어에 불과했음을 단적으로 확인해준다. 기획자가말한 색감의 문제는 전시장의 동선과 작품배치에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꼭 필요한 그림이라면충분한 논의를 거쳐 작품배치를 결정해도 될 문제이다. 그럼에도 굳이 다른 작품과의 내용적 조화와 색감을이유로 중요 작품을 제외했다면 두고두고 생각해볼 문제이다. 특정 양식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기획자의논리가 스스로 오류에 빠진 셈이다.
 
*
 
 이상 살펴본 내용을 기준으로 볼 때 ‘자이트가이스트’전은 ‘주제의 적절성’, ‘작품선정의 공정성’, ‘전시연출의 전문성’의 세 부분에서 중요한서울관 개관전으로서 전시 기획의도만큼 객관성과 전문성을 찾아보기 힘든 전시이다. 한마디로 시대적 바람과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전시였다. 이는 명확한 전시기획, 투명한작가선정기준, 시대적 담론 이라는 전시의 중요한 요소들을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한 결과로 보여 진다.

 이번 ‘자이트가이스트’전의 논란에는 미술관의 안일한 행정이 문제를 증폭시킨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미술관의 기능과 역할에서 관람객과의 소통방법은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이에견주어 볼 때 ‘자이트가이스트’전은 전시의미와 규모에 걸맞는 관련 카탈로그나 학술적 행사 등 전시의 기본적 형식들도 갖추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서울관 전문인력(학예사)들의 첫 시험무대라 할 수 있는 전시에 전시기획 경험이 부족한 외부사람을 기획자로 선정한 것이 결과적으로 가장큰 패착이었다. ‘소장품의 수준과 학예실의 기획 및 운영 방식까지 국제적 수준에 걸맞는 역량을 갖추도록성장에 역점을 두겠다’던 정형민 관장의 취임공언과 동떨어진 결과다.

‘자이트가이스트’전에 쏟아지는 비판과 관련하여 기획자는 언제든지 반론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기획자의 입장에서 전시와 관련한 모든 비판이 자신의 명확한 기획 의도나 미술사적 깊이를 인식하지 못해서 생긴일이라고 판단한다면 더더욱 바로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획자가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을 보고느꼈다는 한국 현대미술의 현황과 한계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이끌어낼 만한 담론이다. 기획자가 전시벽면에 프린팅한 시대정신의 정의에서 만큼은 왜 이 시대에 비판적 논의가 필요한지 그 정당성이 잘 표명되어 있다.
 
  ‘시대정신’이란 상황과 실존에 대한 ‘깨어있음’의 태도다. '깨어있다'는 것은 곧 비판정신이다. 비판이 없는 지성은 공허하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비판이 있기에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가 가능하다.
 
현대미술에서 미술관은 주요한 미적 담론을 형성하는 장(場)으로서 그 존재가치가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술작품을둘러싼 시대적 상황과 미적 가치의 공유는 한 나라의 문화적 지평을 넓히고 정신적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5개월이 넘는 전시기간동안 객관성과 균형감각을 상실한 전시를 지켜봐야 하는 불편함을 단순한 개개인의 시각적 편차의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된다. 국립미술관의위상과 한국미술의 정체성에 관련된 일에는 시의성이 따로 없다. 한국미술의 발전에 관한 논의는 언제나진행형이어야 한다. 우리가 진정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할 것은 한국 미술의 시대담론이 상실되는 현실 앞에침묵하는 것이다. ‘자이트가이스트-시대정신’ 전을 통해 국립미술관의전시가 나가야할 방향성과 추구해야할 가치와 의미에 대한 더 많은 논의와 반성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이다.
 
 
<부록>
* 이하의 내용은 ‘자이트가이스트-시대정신’ 전 출품작을 보고 작성한 표다. 작가 순서는 전시관의 동선에따라 그대로 표기한 것이다.(1~14번: 1전시실내외, 14~38: 2 전시실내외)

번호

작가명

출품작

제작년도

출품

작수

작품명

재료

크기

비고(분야/출신대학)

1

서용선

(1951~)

2004

1

동학농민운동

캔버스에 아크릴릭

200×350

평면(회화)/

서울대

2

최진욱

(1956~)

1993

1

조선총독부

캔버스에 아크릴릭

194×390

평면(회화)/

서울대

3

한운성

(1946~)

1993

1

박제된 울산바위

캔버스에 목탄, 아크릴릭, 유채

227×162×(3)

평면(회화)/

서울대

4

오수환

(1946~)

1991

2

곡신1.2

혼합재료

259×194×(2)

평면(회화)/

서울대

5

박영남

(1949~)

2002

1

하늘에 그려본 풍경

캔버스에 아크릴

300×170×(3)

평면(회화)/서울대

6

장화진

(1949~)

2004,

2010,

2004

-2013

5

지배자Ⅰ..

/ 숭례문

/ 1996.8.15 이후

복합재료

20×43×152

115×56×101

600×385×745

입체(설치)/

서울대

 

7

김호득

(1950~)

2007

2

거꾸로 가,

돌아선 나

광목에 수묵

150×260,

150×260

평면(회화) /

서울대

8

황인기

(1950~)

2011

1

몽유 몽유

합판위 플라스틱블럭

307×845

입체 / 서울대

*1.2전시실설치

8

황인기

(1950~)

2002

1

세한연립주택

합성수지에 아크릴채색

178×123×280

입체 / 서울대

*1.2전시실설치

9

오병욱

(1959~)

2004

1

내마음의 바다

캔버스에 아크릴릭

194×259×(2)

평면(회화)

/서울대

10

문 범

(1955~)

1998

2

천천히 같이,

천천히 같이

캔버스에 오일스틱

151×305,
151×305

평면(회화)/

서울대

11

신현중

(1953~)

2004-5

1(3)

공화국 수비대

혼합재료,

스테인리스스틸

45×60×450×(2)

120×150×400

입체(조각)3작품/서울대

12

윤명로

(1936~)

1991

1

익명의땅 91530

캔버스에 유채

290×218×(4)

평면(회화)/

서울대

13

이불

(1964~)

1999

1

사이보그 W5

플라스틱에 페인팅

150×55×90

입체 / 홍익대

14

최인수

(1946~)

1992

1

먼 곳으로부터 오는 소리

주철

39×397×39cm

입체(조각) /

서울대

15

윤동천

(1957~)

2013

1

강조어법1,강조어법2(확대),강조어법3(반복,나열)

디지털프린트

203×150×(3)

평면 /

서울대

16

김홍석

(1964~)

2012

4

매터리얼,

미스터김(노동의 방, 태도의 방, 은유의 방)

레진, 바지, 운동화

150×30×30

47×106×197

입체(설치) /

서울대

미소장작품

17

김홍주

(1945~)

1996

1

무제

캔버스에 아크릴릭, 세필화

184.3×184.3×(4)

평면(회화)/

홍익대

18

김재홍

(1958~)

2004

1

아버지-장막1

캔버스에 아크릴

162×331

평면(회화)/

서울대

19

민정기

(1949~)

1981

2

포옹/ 영화를 보고 만족하는 K

캔버스에 아크릴

112×145.5

130×162×(2)

평면(회화)/

서울대

20

오경환

(1940~)

1994

1

천공 9405

캔버스에 아크릴

197×350

평면(회화)/

서울대

21

김종학

(1954~)

1987

3

인간의 굴레Ⅰ..

종이에 유채, 캔트지에 유채

81×101

평면(회화)/

서울대

22

김차섭

(1940~)

1980

1976

1980

2010

2011

2012

6

curvature / 무한간

/composition

/ Pi's window

에칭, 실크스크린

캔버스에 아크릴,

44.7×52.5

45×89.6

51.5×48.4

44×13.8

평면(판화, 회화) / 서울대

23

이석주

(1952~)

1970

1980

2

캔버스에 아크릴

130.3×194

130×130

평면(회화) / 홍익대

24

오원배

(1953~)

1987

-1988

1

무제

천에 혼합재료

225×680

평면(설치형식) / 동국대

25

박생광

(1904

~1985)

1985

1

전봉준

화선지에 채색

360×510

작고작가/일본교토회화전문학교

26

이우환

(1936~)

1992

1

관계

,철판, 설치적 오브제

30×180×140

입체(설치)/

서울대중퇴, 일본니혼대학(철학과)

27

전준

(1942~)

1968

1

통격의 장

철용접

120×130×165

서울대

28

박충흠

(1946~)

1997

1

무제

120×250×250

입체 / 파리국립고등학교

29

노상균

(1958~)

1998

1

경배자를 위하여

FRP, 불상, 시퀸

90×66×48

입체 / 서울대

30

김태호

(1952~)

2010

1

랜드스케이프G,

랜드스케이프B

캔버스에 아크릴

218×389.5×(2)

평면(회화)/

서울대

31

이수경

(1963~)

2007

1

번역된 도자기

도자기파편, 에폭시, 24K금박

120×210×95

입체 / 서울대

32

강경구

(1952~)

2000

1

-숲에서

합판에 먹

243.5×122×(4)

평면(회화) /

서울대

33

하종현

(1935~)

1982

1

접합-7

마포천에 유채

220×120×(3)

평면(회화) /

홍익대

34

송수남

(1938

~2013)

2001

2

2135,

2131

종이에 수묵

193×260,

193×260

평면(회화) /

홍익대

35

이성자

(1918

~2009)

1962

3

영감No1, 영감No2, 그늘 없는 산,

유화

98×79-2

98×195

평면(회화) / 도쿄실천여대 가정학과

덕숭궁근현대회화100선 출품작가.

36

서세옥

(1929~)

1989

1

사람들

화선지에 수묵

164×260

평면(회화) /

서울대

37

신영상

(1935~)

2000

1

9925

옥양목()에 수묵

247평면(회화)224

평면(회화) /

서울대

38

백남준

(1932

~2006)

1996

1

달은 가장 오래된 텔레비전이다

TV모니터(12), DVD플레이어

 

동경대독일 뮌헨대 철학과 입학. 음악학과 미술사 수학

 

* 2014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정기세미나 “국립현대미술관 운영과 정체성 문제”  발제문-2014.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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