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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주미경의 ‘인고(忍苦)의 세월’

변종필

주미경의 ‘인고(忍苦)의 세월’

 

 

 

‘인고(忍苦)’를 주제로 아홉 번째 개인전을 갖는 도예가 주미경의 작품은 한마디로 하루하루 인내의 시간을 한겹한겹 쌓듯이 겹쳐서 표현한 삶의 흔적이다.

 ‘내가 아플 때 작품도 아프고, 내가 행복할 때 작품도 살아 기쁨을 준다. 나에게 도예는 삶의 동행이다’는 작가의 고백처럼 작품 속에 인생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이 담겨있다. 차가움 보다는 포근함, 낯섦 보다는 친숙함, 화려함 보다는 소박함이 있는 고향의 품처럼 언제나 자연의 속성을 배우려 하는 삶의 태도가 느껴진다. 둥근 항아리 형태가 주는 적당한 풍만함처럼 욕심보다는 정도를 중요시한다. 특히 작가의지와 미적 탐구가 집약된 부분은 색감과 질감을 대조적으로 강조한 겉과 속의 뚜렷한 이질감이다. 고향의 흙 내음이 묻어나는 투박한 표면이 인고의 세월을 보낸 어머니의 손등 같다면, 한없이 맑고 투명한 안쪽은 새색시의 속살인 듯 매끄럽다. 살아온 일생을 발원(發源)으로 빚은 듯 몸과 마음으로 쌓아온 인고의 시간이 읽힌다. 간간이 보이는 날 선 감각이 긴장감을 주고, 때로 한 점의 도자기가 품고 있는 청자 빛이 전설을 삼킨 심연의 바다 같은 신비감을 발산하기도 한다. 차가운 현대도시의 한 공간에 무심히 놓여있는 주미경의 그릇들은 그렇게 ‘인고의 세월에서 건져 올린 삶의 여유’라는 역설적 미감을 표출하고 있다.


 

* 캐피탈 갤러리. 5월 13일~5월 22일

* 미술과 비평 추천전시 게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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