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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무게는 몇 킬로그램일까?-송필의 실크로드를 통해본 ‘生의 존재의미’

변종필

  조각가 송필(1970~)의 근작은 동물과 자연석의 교합으로 인간과 자연, 동물과 자연의 공존, 삶의 존재 이유와 가치에 관한 자기 성찰, 혹은 철학적 물음을 향해있다. 특히 시각적으로 드러난 형상만으로 보면, 연약하기 짝이 없는 동물들이 등위에 엄청난 무게의 돌을 짊어져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처럼 힘겨운 자세로 보는 이의 시선을 불편하게 한다.

  낙타, 양, 사슴, 캥거루 등 초식동물은 태생적으로 나약하다. 동물의 왕국에서 애초에 위엄, 권위, 힘과는 거리가 먼 동물들로 맹금류의 먹이 대상이 되거나 인간들의 이동수단, 혹은 삶의 영위를 위해 필요한 대상이다. 이 중에서 낙타는 짐을 싣거나 이동수단을 대표하는 동물이다. 차라투스트라의 ‘세 가지 변화’에서 관습의 짐까지 공손하게 짊어져야 하는 첫 번째 단계의 정신을 상징했던 것이 낙타이기도 하다. 니체의 세 가지 변화는 인간의 참된 자기회귀의 정신적 단계를 의미한다. 작가 송필이 차라투스트라에게 어떤 직접적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의 작품은 어딘지 니체가 서술한 세 가지 변화에서 영웅이 짊어진 무거운 짐과 맞닿아 있다는 느낌이다.

  ‘외경심이 깃들여 있는 강하고 인내력 있는 정신은 많은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정신의 억센 힘은 무거운 짐, 가장 무거운 짐을 요구한다. 무엇이 무거운가? 인내력 있는 정신은 이렇게 묻고 낙타처럼 무릎을 꿇어 짐을 충분히 싣고자 한다.’ 무엇이 가장 무거운 짐인가? 라는 물음에 자신의 오만을 괴롭히기 위해 굴종하는 것, 자신의 지혜를 조롱하기 위해 자신의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것, 진리를 위해 영혼의 굶주림으로 괴로워하는 것 등을 예시한 차라투스트라의 시각에 기대어 보면 현대인에게 짊어진 짐은 일찍이 차라투스트라가 예시한 시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인내력 있는 정신이 모든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사막을 달리는 낙타처럼 정신의 사막을 달린다.

  반면, 작품에 등장하는 양은 순수함의 상징이다. 양은 신약성경에서 예수의 구원 대상으로나 희생의 대상으로 언급되는 이미지다. 니체가 양을 희생양의 대명사로 보면서도 강하지도 영리하지도 않은 동물로 인식한 것처럼, 양은 인간의 의식 속에 늘 희생이나 연약한 동물로 자리 잡고 있다. 사슴 역시 뿔을 사용하는 능력을 지녔지만, 여전히 연약한 동물의 표본이다. 이 점에서 송필 작가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희생의 대상이 되어왔던 동물들을 통해서 인간 세상의 비논리적 삶의 형태를 비판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은 이 시대를 사는 현대인이며, 짊어진 돌은 삶의 무게이며, 정신적 고뇌의 상징이다. 자신의 몸보다 몇 배가 크고, 수십 배에 달하는 중량의 돌을 짊어지고 있는 동물은 작가로부터 시작된 개인, 다중의 보편적 인간, 지구상의 전 인류로 확대할 수 있는 인간세상의 모습이다. 뜨겁다 못해 무거운 태양 빛을 등에 짊어지고 사막을 횡단하는 낙타처럼 헤아릴 수 없는 양과 종류의 물질문명의 무게에 짓눌려 살아야 하는 현대인, 우리들의 모습과 닮았다. 작품을 일견하는 순간 동물이 짊어지고 있는 돌의 무게가 우리가 짊어지고 있는 인생의 무게로 전이(轉移)되는 이유다.

  학창시절부터 노동 집약적인 작품스타일을 고집해온 송필은 누구보다 땀의 소중함을 안다. 작업 과정상 이러한 힘든 과정이 꼭 필요할까? 라는 의구심이 들 만큼 육체를 혹사한다. 그러나 작품에서는 육체적으로 힘든 과정을 최대한 은폐한다. 결과물에서 느껴지는 완결성은 오히려 간결하고 정제되었다. 무겁고 단단한 철을 절단하고 용접하고, 두드리는 과정은 기본이고, 무거운 돌을 뚫고 가공하는 힘겨움은 그의 육체와 정신을 관통하는 시도이다. 당연히 육체적 고통은 가중되지만, 이는 결국 정신적 해방을 위한 인고의 시간이자 성찰의 과정이기도 하다. 니체에게 낙타는 의무와 복종의 정신을 상징했지만, 송필에게 낙타는 자신의 존재감을 회복하고 자유의 정신을 찾아가는 자아이다. 그가 작품으로 옮기는 실존의 무게는 우리가 버리고 싶거나 짊어져야 할 삶의 이력이다.

  인간은 때로 상실의 체험 속에서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거나, 실존가치를 인식하지 못할 때 타자를 더 의식하게 된다. 자신을 부정하거나, 타인에 의해서 부정되는 그 순간이야말로 자신을 정직하게 돌아보는 순간일 수 있다. 이 점에서 송필의 작품은 서로의 생각을 이끌 낼 수 있는 동요가 있을 때 비로소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게 되는 타자로서의 울림을 준다. 그 울림이 어떤 이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생의 무거움으로, 또 어떤 이에게는 당당히 짊어져야 할 생의 가치로 전해질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죽었다, 그래서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작가 노트>-라는 도발적 물음을 통해 IT계의 신화적 인물조차 궁극에는 인간의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해준 것은 아니라고 반문하는 작가의 생각처럼 실제로 최첨단의 과학시대를 사는 현대에도 개인들이 쏟아낸 생의 무게는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의 감성은 현실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돌처럼 딱딱하고 차가울 만큼 굳어갈 뿐이다. 개인이 짊어진 삶의 무게는 스스로 감당할 수 없게 될 때 고통과 불평등을 낳는다. 특히 누군가로부터 강제된 짐일수록 육체적 ․ 정신적 고통은 배가된다. 그러나 우리가 궁극적으로 송필의 작품세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긍정적 시각을 지닌 작가의 시선이다. 그가 작품을 통해 진정 말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비극적 삶이나 부정적 표상이 아니다. ‘실크로드’라는 주제에서 드러나듯 그는 동서양의 종교 ․ 문화적 교역로였던 소통의 길에서 이 시대에 우리가 찾아야 할 또 다른 실크로드를 발견하고 싶은 것이다. 절망보다는 가능한 희망을 짊어지고 실크로드를 오갔던 수많은 생의 흔적들처럼 말이다. 그의 작품에서 니체가 생(Leben)으로 언급한 용기, 야망, 위엄, 강인함, 독립심과 같은 힘이 느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차라투스트라가 창조의 놀이를 위해서는 거룩한 긍정이 필요하다고 했던 것처럼 송필의 작품이 담고 있는 긍정의 메시지이며 힘이다. 결국, 송필의 실크로드시리즈는 인간의 삶 속에 드리워진 욕망을 거부하기보다는 스스로 이겨내야 할 짊이라면 강인하고 떳떳하게 맞서야 한다는 자세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이것이 현재 작가 송필이 작품을 통해 찾고자 하는 자신의 정체성이자 '生의 존재의미'이다.  

 

 

송 필(Song Feel) biography

/ AWARDS

2010 Korea Art Book (DUMONT출판사 작가 선정)

2010 서울 북부지검 검찰청 감사패 수상

2009. 퍼블릭 아트 선정 작가

2009 . 송은미술 대상전

1991, 2001 구상조각대전 특선

1998. 중앙미술대전 입선

1997. 뉴코아 장학공모전 우수상 . 상갤러리 신예작가상

1996. 국민미술대전 우수상

1993. 청년미술대전 특선

기 금

2011. 우수예술 프로젝트, 경기문예진흥지원금

2008. 798vision, long media 후원작가

2008 경기문화재단 국제문화예술교류 문예진흥지원기금,

2007. 한국문예진흥회 국제교류 지원 기금

개인전/ SOLO EXHIBITION

2011. ‘Blue carpet’(공아트스페이스,한국)

2009. ‘찬란한 ’ (인터알리아, 한국)

2008. ‘구겨진 ’ ( 상상 미술관, 송장, 중국 )

2007. ‘brilliant light ’ (제로 filed gallery , 북경, 중국 )

2007. ‘brilliant light ‘(갤러리 세줄, 한국 )

2006. 스페이스 평화 기획 초대 개인전 (스페이스 평화, 한국 )

2003. ‘박제된 시선’ (문화일보 갤러리 초대전, 한국 )

그룹전/ GROUB EXHIBITION

2011. 시대정신 (인터알리아, 서울, 한국) . 서호 아티스트 맵 발간 (서호미술관, 경기,한국)

생의 접경지대- 류인, 송필 2인전(복합문화공간 크링,서울, 한국)외 다수

작품소장

상해 젠다이 MOMA MUSEUM(상하이, 중국)

경기도 미술관(한국)

ku art center, beijing (베이징, 중국)

공화랑 (베이징, 중국)

서울 북부지검 검찰청 (한국)

전라북도 도립미술관 (한국)

왕화상 미술관 (베이징, 중국)

그 외 개인 소장(한국 , 대만 등지)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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