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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부조리한 현실을 향한 분노의 외침 : 윤동천의 ‘탁류(Muddy Stream)’

변종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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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 미술관에서 열린 윤동천 작가의 탁류(Muddy Stream)’전은 부조리한 한국의 정치와 사회를 향한 분노의 외침이다. 권력을 남용하는 오만한 자들을 빗대어 조롱을 퍼붓는 작가의 거침없는 행위는 시각적 가벼움보다 정신적 무거움을 안겨준다. 미술관 입구에 놓인 탁류는 이번 전시의 표제작으로, 왜곡된 시각과 언어들로 소통의 부재가 난무하는 현실에 대한 작가의 심상이 담겨있다. 저항적 붓놀림이 꿈틀대는 화면을 보면 어떤 질서나 평화로움, 인간적 배려도 찾을 수 없는 현실을 대면한 듯 어지럽다.

1층 전시실의 평면작품 중 한국인만 공감할 수 있는 감정어로 현실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표현한부아울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야 하는 비참한 현실을 꼬집은천고, 부정한 현실을 향해 거침없이 침을 뱉고 싶은 작가의 심정이 담긴거대한 침-김수영 시인을 기리며등은 차라리 절규에 가깝다.

창작행위를 통한 현실 참여는 철저한 객관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예술은 단순히 변증법적 논리로 현실을 해석하고, 무조건 어떤 현상이나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은 무엇을 주제로 삼는 것 이상으로 어떻게 담아내느냐가 중요하다. 이 점에서 윤동천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위해서라면 필요한 매체를 최대한, 적절히 활용하는 작가라 할 수 있다. 회화, 조각, 사진, 텍스트, 오브제까지 표현 가능한 매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특별한 제약이나 제한을 두지 않는다. 한마디로 작품과 명제를 통해 현실을 새롭게 관통할 수 있는 말의 기능을 증폭시켜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데 탁월하다.

이는 작품의 내용과 형식을 사유와 풍자가 담긴 새로운 말과 사물의 관계로 명쾌하게 소통시킨 2층 전시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조리한 현실을 향한 작가의 비판적 시각이 응축된 오브제들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 놓여 있다. 공허하게 떠있는 애드벌룬, 커다란 오리발, 속이 까만 버선발, 자라는 코 등으로 표현한 의미 있는 오브제-정치가 연작은 우리 정치인들의 특성을 우의적으로 표현했다. 이어진 형형색색의 파리채와 끈끈이, 쥐덫, 표백제, 방망이, 수세미 등 레디메이드로 표현한 정치가를 위한 도구들연작은 그야말로 우리 정치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틀기이다. 정치를 더럽힌 장본인들을 없애고 깨끗이 세탁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된다. 정치가의 특질을 철새에 비유한 이미지작품은 오랜 세월 정치인을 바라봐온 우리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두 섹션을 잇는 사이에 나무에 덩그러니 메어져 있는 M1 철모는 45년 전 국회의원 분뇨투척사건으로 더럽혀졌던 국회를 떠올리게 하고, 이어 수십년 전과 특별히 다르지 않은 오늘의 정치현실과 오버랩 되면서 씁쓸함을 더한다.

 

 

<정치가를 위한 도구들-연작 中> 

 

예술에 계몽적 성격을 첨부하여 인간의 의식을 변화시키고자 했던 행위는 예술가들이 오래전부터 꾸준히 시도해왔던 일이다. 윤동천이 보여주는 도구주의적 경향의 작품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보면 새삼스럽지는 않다. 그러나 최근 우리 미술현장에서 이렇다 할 계몽적 성격은 고사하고 현실 참여적 작품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철저히 외면당하는 느낌이다. 대신 감각적이고, 표현 기술적 신선함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주목받고 또 상품화되어 간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보면 저항적 몸짓이 뚜렷한 윤동천의 작품이 우리의 현실과는 무관하고 어딘지 유행을 비켜가는 작품 정도로 비춰질지 모른다. 그러나 윤동천의 현실 발언적 작품은 한순간의 도발적 행위나 풍자적 제스처가 아니다. 3층에 전시된 고독연작,겸허한 소통,도대체 우리나라로 이어진 전작(前作)에서 작가가 응시한 오랜 사유의 흔적을 발견하는 순간, 철저한 현실인식과 자아탐구를 통해 존재성을 드러내고자 한 작가 정신을 만나게 된다. ‘혼탁한 세상을 외면한 채 미적 탐구만을 추구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는 그의 분노가 공허한 메아리가 아님을 느낄 수 있다.

무관심이야말로 최악의 태도이다. 분노할 일에 분노해야 한다.’라며 불의한 세상에 당당히 맞서 싸우기를 강조한분노하라의 저자 스테판 에셀. 그가 21세기를 만들어갈 우리들에게 애정을 다해 전한 창조, 그것은 저항이며 저항, 그것은 창조라는 메시지가 윤동천의 작품과 맞아떨어지며 강한 울림으로 남는다.   

<미술세계 전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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