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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정수모의 ‘대지의 소리’展

변종필

정수모의 ‘대지의 소리’

 

 

 

정수모는 1996년 프랑스에서 돌아온 이후 테라코타 기법 위주로 흙의 매체를 통해 인간의 원초적 감성을 집적해왔다. 어릴 적 만든 모래성이나 진흙 놀이처럼 우리의 내부 어딘가에 숨어있는 감성의 지층을 일깨우는 그의 작업은 오랜 시간 축적한 시간과 매체의 관계에 대한 사유의 층이다. 시간을 거슬러 태고의 숨결을 찾는 과정으로 작은 흙 부스러기를 모아 쌓고, 붙이고, 세우고 하는 반복적 몸짓에서 인간의 원초성을 회복한다. 드문드문 세워진 모습들이 언뜻 인간의 군상처럼, 때로는 아프리카 대지 위에 선돌처럼 서 있는 개미집처럼 보인다. 특히 탄화미(炭化米)처럼 흙의 표면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작은 알갱이는 1만 5천 년 전으로 부터 인간의 삶에서 캐낸 시간과 기억의 파편들 같다.

“허물어지는 폐허 속에서 세우고 또 세운다. 남겨진 흔적이 겹겹이 쌓여 시간을 축적한다. 새로운 대지의 숨소리가 들려온다.”라고 기록한 작가의 글처럼 전시공간에 세워지고, 눕혀진 크고 작은 흙덩어리는 결국 현대의 물질문명과 거대한 콘크리트에 묻혀버린 대지 속에서 발굴해내고 싶은 생명의 결정체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도입된 옹기제작방식에 따라 1,200℃의 고온을 견뎌내 한층 견고성을 획득한 그의 작품은 30여 년간 한결같이 고집해온 작가의 집념만큼 대지의 생명을 잉태하고 있는 듯하다.

 

<2012.9.6-9.16 유네스코 에이포트>미술과 비평 추천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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