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월간중앙 [정영숙의 아트테크-컬렉터의 수장고를 열다(10)] 제7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7)

정영숙

[정영숙의 아트테크-컬렉터의 수장고를 열다(10)] 제7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7) 

도심에서 누구나 즐기는 예술민주주의 현장 

.안양예술공원·(구)농림축산검역본부에 공공예술 작품 다수 설치

총 24개국에서 작가 88명 참여… 기발한 상상력을 작품에 녹여내.






▎안양예술공원에 설치된 작가 우종택의 ‘반영산수’, 2023. / 사진:안양공공프로젝트

개인 컬렉터가 수집한 작품을 사립미술관이나 사적인 공간에서 관람할 수 있다면, 공공기관에서 컬렉션한 작품은 공공의 공간이나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열린 공간에서 관람할 수 있다. 공공기관에서 주관한 실외 프로젝트는 작품과 상황에 따라 기간 내에만 설치되는 경우와 영구적으로 설치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안양시가 주최하고 안양문화예술재단이 주관하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Anyang Public Art Project)는 2005년 첫 개최 후 3년 간격으로 꾸준히 열리고 있다. 이 행사는 일상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도시 자체를 하나의 갤러리로 만들어 가는 프로젝트이다.

제 7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7)는 야외 안양예술공원과 실내 (구)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진행된다. 총 24개국 48팀, 88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프로젝트를 총괄한 김성호 예술감독을 만나 이번 전시의 메인 프로젝트와 특징에 대해 들었다. 전시 주제와 관련해선 “APAP7의 주제는 ‘7구역 - 당신의 상상공간(ZONE7 - Your Imaginary Space)’으로, ‘7구역’, ‘당신(의)’, ‘상상공간’ 세 개의 주제어로 구성된다. ‘7구역’은 현실을 넘어선 상상공간의 은유적 표현이면서 동시에 7회를 맞이하는 본행사를 의미한다. 공공의 대체어로 쓰인 ‘당신’이라는 주제어는 곧 ‘우리’를 내포하며 ‘모든 사람을 위한 공공예술’이자 ‘모든 사람에 의한 공공예술’을 지향한다. 마지막 ‘상상공간’은 모든 이들의 예술적 꿈들이 현실화되는 예술 공론장이자 생산적 상상을 꿈꾸는 공간으로 APAP의 변화를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APAP7 메인 프로젝트는 ‘야외 전시’, ‘실내 전시’, ‘온라인 전시’로 구성된다. (구)농림축산검역본부와 안양예술공원 일원에서 진행되는 ‘야외 전시’는 설치적 구조물, 건축적 파빌리온, 하천변 부조형 조각으로 구성해 역대 APAP가 추구해 온 예술, 건축,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야외 공공예술을 펼친다. 또한 대규모 ‘실내 전시’를 도입해 도심 속 유휴 공간인 (구)농림축산검역본부 본관동 건물을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특히, 실내 전시 공간을 ‘휴먼 스페이스·에코 스페이스·스마트 스페이스’3개로 범주화해 미래도시에 관한 담론인 ‘인간·생태·테크놀로지’를 탐구하고 제시했다.


▎제7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총괄한 김성호 예술감독. / 사진:안양공공프로젝트

먼저 안양예술공원을 산책해보자. 예술공원에 들어가는 입구 좌측 옹벽에 작품이 있다. 5명의 청년작가로 구성된 작가 그룹 링크(LINK)가 안양예술공원에 설치한 작품 ‘유닛’이다. 삼성천 돌담 사이사이 다양한 색의 작은 반구들이 부착된 이 작품은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하다. 누군가의 지각(知覺)으로써 작품의 존재는 뚜렷해지고, 육안으로 보기 힘든 작은 개체의 디테일은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공원에 들어서면 1회 때 건축된,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건축가 알바루 사자 비에이라의 ‘안양파빌리온’ 건물 앞에 우종택 작가의 ‘반영산수’가 설치돼 있다. 거대한 스테인리스 스틸이 유기적인 형태로 세워져 있고, 그 앞에는 커다란 돌 하나, 뒤편엔 소나무가 있다. 마치 동양화의 평면이 입체로 보이듯 색다르다. 매끄럽게 연마된 스테인리스 스틸의 소재는 주변의 풍경을 반사한다. 길을 걷는 사람들이 굴곡진 표면에 다가가거나 다시 멀어지며 작품에 반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의 정서가 설치 작품에 묻어난다.

야외에서 걷고 사유하며 예술적 감성까지 즐긴다


▎(구)농림축산검역본부 야외에 설치된 건축가 국형걸의 ‘팔렛세움’, 2023. / 사진:안양공공프로젝트

다음 작품은 삼성산 중턱 등산로 안쪽에 자리한 넥스트 아키텍츠의 ‘비밀의 숲’이다. 설치 장소의 지형과 주변 환경에 대한 이해와 연구를 바탕으로 설계됐다. 환경과 예술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접점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숲의 일부를 에워싼 형태의 구조물은 풍경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 낸다. 보행자는 타원형으로 설계된 통로를 거닐며 신체가 이동함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프레임을 경험할 수 있다.

등산로 안에는 1회 때부터 영구 설치된 작품들을 곳곳에 만날 수 있다. 데스크에서 도슨트(docent·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 신청을 하면 기존 작품들 역시 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가볍게 등산을 할 수 있다. 걷고 사유하며 예술적 감성까지 즐기는 산책로를 30여 분 지나면 공원 전체를 조망하는 공간으로 사랑받는 네덜란드 건축가 그룹 MVRDV의 ‘전망대’가 나온다. 산 중턱에서 가슴이 탁 트이며 전망을 체험하게 하는 건축의 힘, 예술의 힘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안양예술공원의 예술로 즐기는 힐링 산책코스다. 전문 도슨트의 안내로 동행하면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몸과 정신이 건강해지는 예술산책이다.

이제 실내공간 전시로 가보자. 예술공원에서 버스로 이동할 수 있고 택시로는 10분 정도 소요되는 곳, 명학역에서는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구)농림축산검역본부이다. 이곳에도 2점의 야외 설치작품이 있다.

근대 건축물과 고층의 아파트, 좁은 골목과 왕복 8차선 도로가 혼재된 안양의 구도심에 ‘팔렛세움’을 세움으로써 건축가 국형걸은 APAP의 상상공간, 7구역을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를 제시한다. 산업용 팔렛을 건축 모듈로 사용하는 작가의 독자적인 ‘팔렛스케이프(Palletscape)’ 작업은 견고하고 안전하면서도 해체가 쉽고 재사용이 가능해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이다. 개막 행사를 이곳에서 개최했는데 공연과 오프닝 행사가 더욱 돋보였다. 작가들의 기발한 상상과 예상 밖의 재료는 이용하는 사람들이 색다른 체험을 즐기는 계기가 된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고민하는 주제 의식 담아


▎(구)농림축산검역본부 야외에 설치된 건축가 이자스쿤 친치야의 ‘보자기 라운지’, 2023. / 사진:안양공공프로젝트

건물 앞에는 작은 정원이 있는데 오랜 세월만큼 거대한 수령의 나무가 인상적이다. 이 뜰은 우리나라 최대의 일본왕개미 서식지다. 생태보존이 필요한 곳으로 지정돼 개미집 등을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를 요구하는 팻말이 있다. 왕개미를 조심조심 피해 공원을 걸으니 놀이공원에나 있을 법한 거대한 설치물이 나무를 감싸고 있었다. 건축가 이자스쿤 친치야의 ‘보자기 라운지’다.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과 작품이 설치될 (구)농림축산검역본부의 장소적 특성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이 건축적 설치를 매개로 환경과 융화되도록 하는 작가의 건축 철학이 함께 어우러진 작품이다. 의자에 앉아서 나무를 바라보고 책을 꺼내 한 줄을 읽으며 잠시 예술로 힐링을 즐길 수 있다.

건물 외관의 일부도 작품이다. APAP7 큐레토리얼 팀은 “실내 전시 장소인 검역본부 본관동 부조의 불분명한 창작자를 지속적으로 조사한 결과 도안은 김세중 조각가의 작품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1961년 건축된 건물의 외관에 조각의 작품이 있다는 것도 특별한 스토리이고 감상할 거리인 셈이다. 건물 안 실내 전시는 3가지 주제의 스페이스로 구분했고, 미래도시에 관한 담론의 공간도 제시한다. 이곳은 전문 도슨트 프로그램을 세분화해 진행 중이다. 영어와 수어를 지원하며, 스페셜 투어로 반려견 투어, 그리고 예술감독의 나이트투어도 제공한다. 예술감독의 안내에 따라 일반 관람객들과 동행했다. 여기서 본 섹션별 주제의식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휴먼 스페이스’이다. 본질적으로 혼자 생존할 수 없는 인간이 점점 개별화·고도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인류의 지속을 위해 타인과 어떻게 공존·공생해야 하는지 성찰하는 작품들이 출품된다. 두 번째는 ‘에코 스페이스’이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여러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작품들이 구성된다. 인류가 만들어 온 환경 문제의 참혹한 결과를 낯설게 재인식하게 하거나, 현재 문명이 지속할 때 인류가 겪을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을 상상하게 한다. 세 번째는 ‘스마트 스페이스’이다. 인간 삶에 영향을 주는 과학기술에 대한 미래적 상상을 담는다. 스마트 스페이스의 출품작들은 과학기술로 인해 변화하는 삶에서 기존의 자연관·윤리관·예술관 등이 어떤 의미를 드러내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예술산책·작품감상·온라인 전시 등 다양한 체험


▎(구)농림축산검역본부 건물 내 설치된 과학·공학 콘텐트 스타트업 긱블의 ‘괴짜 과학자의 실험실’, 2023. / 사진:안양공공프로젝트

김성호 예술감독은 APAP7의 대표적 특징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①오랫동안 개방하지 않았던 유휴공간인 (구)농림축산검역본부를 개조해 대규모 실내 전시를 처음으로 도입해 논쟁적 공공예술 담론을 실험하고 확장하며 ②‘프레-프로젝트·메인 프로젝트·포스트 프로젝트’의 순차적 구성을 통해 행사 기간 전후에 걸쳐, 지속적인 대중 참여와 공개적 행사를 도모하고 ③지역 작가의 활발한 참여를 통해 다양한 공공예술을 실험하고 지역 예술을 활성화하며 ④시민 참여 확대와 배리어프리, 취약 계층의 적극적 참여를 견인하는 ‘문화예술민주주의’와 ‘모두를 위한 모두의 공공예술프로젝트’를 지향하고 ⑤국내외 기관과의 다양한 유형의 MOU 체결과 후원, 협찬을 통해 APAP7의 외연을 확장하며 ⑥온·오프라인의 홍보 다각화를 통해 APAP의 인지도를 고취하는 것이다. 그는 “APAP7은 (구)농림축산검역본부의 유휴 공간을 활용해 역대 APAP 중 처음으로 대규모의 실내 전시를 기획함으로써 야외 전시에서 다루기 어려웠던 회화, 설치, 퍼포먼스 아트,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공공예술 콘텐트를 실험하고 선보이고자 한다”고 말한다. 이렇듯 탄탄하게 준비된 APAP7에선 예술 산책, 문화 예술 체험, 온라인 전시 등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예술품이 소유의 대상이긴 하지만, 느끼고 즐기는 것만으로도 또 다른 값진 소유가 될 수 있다. 공공에서 개최되는 전시는 예술의 민주주의를 일깨워준다. 이번 APAP7을 통해 마음으로 소장하는 작품을 만나고 일상에서 체험하지 못한 ‘당신의 상상공간’을 만나길 바란다.

※ 정영숙 - 갤러리세인 대표. 전 현대백화점 현대아트갤러리 수석큐레이터.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예술기획을 전공했으며, 추계예술대 대학원에서 문화예술행정경영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기도 여주시 명장심사 도예파트 자문위원이며 ㈔한국지역문화학회 감사로 있다. 대학과 기업에서 미술시장과 투자 등을 강의하는 한편 미술비평 등 글쓰기와 컬렉터 인터뷰를 병행하고 있다.




원본출처: https://jmagazine.joins.com/monthly/view/338420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