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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숙 누드크로키개인전

정영숙

최영숙 누드크로키개인전 

누드화, 미적요소의 종합세트 - 누드크로키로 꿈의 환타지를 담다 
                          
                                 정영숙(갤러리세인 대표, 경희대학교 겸임교수)

몸, 인체를 표현하는 작업은 다양하게 표현된다. 최근에는 사진, 영상, 설치작업에도 단연 중요한 소재이다. 벗은 몸 자체에 주목하는 그림을 누드화라 일컬으며 작품 내용에 따라 나체화로 구분하기도 한다. 크로키는 단시간에 재빨리 대상을 포착해서 스케치하는 방식이다. 많은 사람들 중에 한 눈에 반하는 대상은 그것을 지각하는 사람의 눈과 마음 그리고 선호하는 기호가 통합적으로 순식간에 작동하여 얻어진다. 누드크로키 작업은 작가의 오감이 열리는 상태에서 누드모델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짧은 순간 뿜어내는 강열한 에너지이다. 

최영숙은 20여 년 동안 누드크로키를 그리고 있다. 개인 작업실에든 후학을 가르치는 공간에서든 그의 손끝은 멈춤이 없다. 2~3분 사이로 움직이는 누드모델의 동작을 콘테나 목탄으로 거침없이 긋고 칠한다. 크로키를 회화의 초안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작가의 누드크로키는 그 자체로 완벽한 작품이다. 이는 작가의 원초적인 드로잉이 드러남으로서 실력이 더욱 돋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화단에서 30년 이상 활동하는 중견작가로 추상에서부터 구상까지 다채롭게 작업하며 독창적인 재료 사용으로 차별화를 꽤할뿐더러 모든 작품의 근간이 되는 크로키의 힘이 곳곳에 묻어나고 있다. 

누드크로키는 단순히 선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적절한 색채의 조화, 집합 누드의 공간 배열, 꼴라쥬 변주는 공간과 시간의 흐름을 재배치한다. 좌상, 와상 그리고 입상 등 다채로운 포즈는 작가의 시선 속에서 노련한 손끝으로 재탄생된다. 프랑스 영화 <누드모델(Le Belle Noiseuse, 1991)>에서 화가가 원하는 포즈를 모델에게 강요하는 서두에서부터 결말부분에서는 모델이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해서 진정으로 외형의 누드로 표현하지 못한 부분을 담아가는 노화가가 있었다. 최영숙 작가의 누드크로키는 누드모델을 담아내지 않는다. 작품 명제 <비밀공간-꿈을 꾸다>시리즈 처럼, 누드모델의 생명력 넘치는 움직임을 크로키로 표현한 그 내면에는 꿈의 환타지가 응축되어 있다. 

미술작품은 공연과 다르게 시각예술이지만, 누드크로키는 시간과 공간이 중요한 공연과 유사한 공간예술이기도 하다. 누드크로키로 인간의 실존이나 육체의 초상을 담아내는 것도 가능하다. 에곤 쉴레는 자화상의 드로잉으로, 모딜리아니는 쟌느 초상화로 표현한바 있다. 최영숙 작가의 누드크로키가 광범위한 주제로 접근하는 방식이 아닌, <비밀공간>시리즈의 구체적인 내용이 담아지는 지점이 돌출된다면 그동안 장인정신처럼 갈고 닦았던 크로키의 실체가 빛을 발휘할 것이다.  그 지점이 다음 작품에서 발표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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