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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몽펠리에 <꼬레디씨 페스티벌> 송인호 '古色蒼然'특별전

정영숙


프랑스 몽펠리에 <꼬레디씨 페스티벌

송인호 '古色蒼然'특별전

 



정영숙 (문화예술학 박사, 갤러리세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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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은 자연이고 역사다

 

숲길을 산책하다 보면 알 수 있다. 나무도 풀도 꽃도, 새 소리도 .. 오래된 숲일수록 자연의 하모니는 넓어지고 깊어진다. 계절마다 다른 빛과 색으로 변하는 오묘한 흐름은 켜켜이 쌓여 지층의 깊이를 더한다. 익은 시간이 노래한다. 고색창연한 세계를.

 

궁궐을 산책한다. 여러 건축물과 그것을 구성하는 기둥과 서까래 등 목재에서 묵직함이 전해온다. 이런 묵직함도 그 견뎌온 세월 속에서 천천히 숙성된 것이리라.

 

연못을 지나 꽃담을 따라 걷는다.코너를 돌 때마다 궁은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선다. 기둥머리를 장식한 단청문양의 주의초가 눈에 들어온다. 천의장식이라는 것인데 '기둥에 비단으로 옷을 입혀 더러움을 방지하는 것으로 한국, 중국, 일본의 고분벽화나 석굴사원, 공예품, 석조부도, 회화 등에서 볼 수 있다.' 특히 목재건축의 경우 화재나 유지의 번거로움으로 도채하는 방법으로 주의초가 정착되었다.

송인호 사진작가는 30여 년 전부터 미술품 사진과 보도사진, 그리고 무용사진을 찍어왔다. 한편으로 순수 사진작업도 계속했다. 그 주요 대상은 바다, 도시, 단청 등이었다. 특히 단청 사진은 3년 전 몽펠리에 전시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촬영하기 시작했다.

 

작가는 역사적 맥락에서 단청에 접근한다. 한국만의 고유미를 찾는 방식에서 단청은 주요한 대상이 된다. 오방색으로 이루어진 단청의 깊은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작가는 작업을 거듭했다.

 

오방색은 음양오행설에 바탕을 둔 개념으로 오행의 각 기운과 직결된 적(), (), (), (), () 등 다섯 가지 색으로 구성된다. 빨강은 하늘(), 파랑은 땅(),노랑은 사람()을 뜻한다. 빨강은 태양의 상징으로 양(), 파랑은 상대적으로 음(), 그리고 노랑은 빨강과 파랑의 중간으로 천과 지의 중간에 있는 인간을 의미한다.

 

단청 중에서 특히 궁궐의 단청을 모로단청이라고 부른다. 전체를 채우지 않는 무늬를 사용해 여백의 미와 간결과 응축의 아름다움을 집중시킨다.

 

작가의 2015<고색창연-축서사보광문천정> 은 자연과 대비되는 건축물 구도와 단청의 또렷한 색상과 자연의 색상이 어우러져 명연주자의 삼중주 하모니처럼 웅장하고 섬세하다.

 

2017<고색창연-꽃살문>은 마치 캔버스에 그린 한 폭의 회화나 종이 부조로 만든 입체작품을 보는 듯하다. 정면과 측면의 색이, 하단부의 연꽃과 꽃창살 무늬가 어우러져 형형색색의 빛을 뿜어낸다. 근접촬영으로 문이 스르르 열릴 것 같은 착시를 느끼게 된다.

 

<고색창연-창덕궁 단청> 시리즈는 500년 조선의 역사가 켜켜이 내려앉은 건축물과 단청의 고고한 멋을 웅장하게 촬영했다. 장대한 시각과 작가의 의도가 가미된 색의 보정으로 궁궐의 단청은 찬란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서울 둘레길을 벗어나 등산로로 접어든다. 숲과 바위를 지나고 작은 암벽을 기어올라 정상에서 느끼는 광활함, 멀리 겹겹이 쌓인 산봉우리를 바라보니 마치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는 듯하다.

 

송인호 사진작가의 사진은 강이 바다처럼 보일 때가 있다. 자연과 사물을 확대해 보여주는 작가의 시선은 <고색창연> 시리즈에서 한층 더 증폭됐다. 사진 또한 고색창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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