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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 숨결소나타

정영숙

동양화작가 이상희

숨결 소나타 


일상 바람이 놀고, 음악과 색이 어울려서

바람이 놀고, 음악과 색이 어울려서 춤 추고,

동식물이 속삭인다. 보이지 않는 여백 사이로


 

숨결-소나타10, 2015, 장지, 채색, 75x145cm


정영숙 문화예술학 박사, 경희대 겸임교수, 갤러리세인 대표


이상희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및 동대학원 동양화과를 전공하였다. 개인전8, 초대전 및 단체전 100여회등 참여하였다. 작가는 오랫동안 한결같이 자연에 대한 관찰과 탐구를 모색해 왔으며 숨결이란 주제로 자연의 생명력을 세밀하게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언어로표현해왔다. 인간이 자연을 대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흥의 순간들을 그리거나 비워내면서 절제된 색채와조형미로 사색적이고 관조적인 작업을 해왔다.


그리고 지난해, 새로운 작업 방향을 탐색하였고 몸으로 체화된 경력과 꾸준히 연마해온서예수업은 고민의 흔적을 신작으로 과감하게 털어내었다. 기존에 일관되게 이어져온 작고 사소한 것의 힘, 아름다움은 그대로 지속하되, 다른 방식의 색의 발색, 드로잉 하듯 구김 없는 유려한 선들의 변주가 시작되었다.


벌레와 동물들이 잠들어 있는 깊은 골짜기, 야생화의 뿌리가 쉬고 있고 야산의언덕, 새해의 농사를 위해 긴 잠을 자고 있는 언 땅, 이러한기운을 살짝 건드리는 터치, 봄으로 가는 여정을 안내하는 바람 신처럼 붓놀림은 부드럽게, 때론 강렬하게 이어진다. 그 사이에 움트는 새싹, 생명력 강한 풀들은 색색의 기지개 펼친다. 선율에 맞춘 몸짓은 바람의춤이 되어 소나타 리듬에 맞춰 흐른다. 때로는 알레그로, 때로는아다지오, 때로는 미뉴에트, 때로는 알레고르로 악장을 넘나든다. 특히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색음이 연결된다. 이 음을 타고 달팽이가겨울 끝자락에서 스멀스멀 봄 빛 속으로 들어간다. 이상희 작가의 그림에는 바람이 놀고, 음악과 색이 어울려서 춤 추고, 동식물이 속삭인다. 보이지 않는 여백 사이로


그 안에서 달팽이는/ 천년쯤을 기약하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고 한다./ 귀가 죽고/ 귓속을궁금해 할 그 누구조차 사라진 뒤에도/ 길이 무너지고/ 모든소리와 갈증이 다한 뒤에도/ 한없이 느린 배밀이로/ 오래오래간다는 것이다./ 망해버린 왕국의 표장(標章)처럼/ 네 개의 뿔을고독하게 치켜들고/ 더듬더듬/ 먼 길을.”


(김사인시인. [어린당나귀 곁에서] 시집에서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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