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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영 / 꽃의 화엄을 담는 그릇

정영숙

이호영-꽃그늘 오래된 기억-서울하늘 아래

꽃의 화엄을 담는 그릇


정영숙(갤러리세인 대표, 경희대학교 겸임교수)



이호영 작가는 1997년 ‘영원한 화두’를 시작으로 ‘화엄’, ‘꽃들의 시간’, ‘꽃들의 비명’, ‘꽃들의 바다’ 등의 명제로 20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공간국제판화비엔날레에서 ‘우수상’, 한국현대판화가협회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2010년에는 박사학위를 받아 20여 년의 작품세계를 미학 이론으로 탄탄하게 구축하며 실험적인 조형성을 지속, 발전시키고 있다.


이번 전시의 명제는 <꽃그늘>이다. ‘오래된 기억-서울하늘 아래’의 부제에서 상기되듯 작가가 생활하고 있는 주변 풍경, 사람, 그리고 기억과 시간에 대한 조형적 탐색이다.


“하얀 꽃 뒤에 아름답고 평화스러움을 표현하고 싶다. 밝음과 어둠이 교차되는 우리의 삶의 현실이 꽃그늘에 있다” (작가노트 중)




작업실은 제작 중인 작품이 바닥에 펼쳐져 있고 벽면에도 빼꼭하게 세워져 있다. 회화를 전공했지만 판화, 조각, 사진,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가 뚜렷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재료는 개인전 발표 때마다 적합하게 변화되어 왔다. 이번 작품에는 회화와 사진매체이다. 사진의 특성인 시간과 공간성, 그리고 기록성을 반영한 우리가 살고 현실을 담아낸다. 양재천을 걷다가 떨어진 꽃잎에서 한 컷, 낡고 버려진 침목 사이에 자라는 풀을 클로즈업 한 후 한 컷, 생명력의 상징이다. 서울 도심을 걷다가 사람들의 발길 부분만 한 컷,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흑백으로 한 컷 등 화려하지 않지만 우리 주변에 있는 풍경과 주변 사람들, 건물들에 주목하며 꽃과 그늘을 담아낸다.


“꽃의 시간은 무척이나 짧다. 피었는가 하면 진다. ..... 꽃은 생(生), 피어나는 것들의 욕망이다”, “꽃은 하나이지만 하나이지 않고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도 또한 하나이지만 하나이지 않다. 꽃눈은 복합적이다. 그 복합적인 꽃들이 피어나는 것은 그들을 그들의 이름으로 불러주었을 때이다. 그럴 때 꽃들의 시간은 우리들 몸 안으로 들어와 우리의 꽃을 피울 것이다” <꽃 눈 -피어나는 몸들>전시에서 작가노트(부분)


2011년 개인전에 작가가 표현한 글이다. 꽃이 피어나는 몸에서 시간성이 개입되고, 인간의 욕망이 짧은 시간 폭발하듯 피어나는 삶의 여정으로 꽃과 대비된다. 기존의 꽃이 존재론적 사유의 확장이었다면, 이번 전시의 꽃은 우리의 삶이 투영된 형이하학적 대상이다. 사소한 풍경, 익명의 사람들, 평범한 공간들은 꽃이 되고 그늘이 된다. 굽은 허리를 가진 사람의 그림자는 굽은 그림자다. 향기가 있든, 향기가 없든 꽃의 그림자는 하나의 꽃이다. 그림자는 아픔 또한 포옹할 수 있다. 꽃들의 비명을 달래고, 떨어진 꽃의 화엄(華嚴)을 보듬는 그릇이다. 작가는 따뜻한 감성으로 꽃을 바라보고 그림자를 그린다.


최근 작업에서는 사진과 회화 위에 두꺼운 마티에르를 강조하기 위해 에폭시를 사용하기도 한다. 한 장르만 고집하지 않고 평면·입체·설치·사진, 그리고 퍼포먼스와 영상까지 폭넓게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정신, 포스트 아방가르드 기질이 투철하다. 삶을 하나로 말할 수 없듯 다채널로 표현하는 장치라고 말하는 그인 만큼 삶의 문제를 미시적으로 보지 않고 큰 줄기로 풀어보고 싶은 열망의 표출일 것이다. 



                                            출전: 이호영개인전서문(갤러리세인 2013.10.1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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