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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멘토 디렉터 정의 10분이면 돼, 즐기며 배우는 미술이야기- 생활 속 미술발견, 그곳에 작품이 있었네

정영숙

미술멘토 디렉터 정의 10분이면 돼, 즐기며 배우는 미술이야기

생활 속 미술발견, 그곳에 작품이 있었네 

'작품의 맛'을 톡톡히 본 것은 영화 '돈의 맛'이다. 대재벌 대저택의 로비, 각 방마다 배치한 작품은 외형적 최고급의 인테리어 효과와 더불어 주인공의 신분과 심리를 짐작하게 한다. 영화관람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장소성, 공간연출, 의상, 소품들이 있다면, 필자의 시선은 미술과 연관된 미장센에 더 주목한다.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미술작품을 관람한 경험이 있다면 이제 생활 속에서 미술을 발견해보자. 영화 속에서 미술품을 만나고, 미술감상을 통해 음악을 듣고, 옷을 고르며 미술을 즐겨보자.  

영화 속의 그 장면

미술을 전공한 대학시절,  영화 소모임에서 <바그다드 카페>를 비디오를 시청했었다. 다른 문화사이의 이질적인 두 여인의 만남을 유쾌하게 전개하는 내용도 인상적이었지만 아직도 떠오르는 것은 호소력이 강한 음악과 뚱뚱한 야스민이 꽃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졸업 후에야 야스민이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의 <꽃을 든 니나>에 등장하는 인물과 흡사함을 알았다. 퍼시 애들런의 감독이 보테로의 작품을 영화 속의 주인의 이미지로 차용한 것이다. 기존의 인체에서 찾기 보기 어려운 조형성은 해학적이고 차별화된 표현이다. 보테로는 만돌린을 드로잉하다 실수로 음향 구멍을 아주 작게 점을 찍었는데, 그 형태가 거대한 조형물로 보였다고 한다. 우연에서 새로운 조형성을 발견한 그의 예술관은 '예술은 한 시대와 모든 시대의 양식상의 관용적 표현에 불응하는 것으로부터 발전한다. 진정한 예술가는 표현에 있어 남과 다른 방식을 필요로 하고 어떤 면에서 예술가의 가치는 반항성과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고 있다.' 라고 적고 있다. 
영화 관람에서 미술 작품을 발견하고 작가를 알아보는 즐거움은 새롭다. <영화, 그림 속을 걷고 싶다> 책은 영화과 미술, 이 두 개의 영역을 충족시키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그 중 강렬한 인상으로 기억되는 작품을 소개한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시계태엽장치 오렌지>는 영국 팝아트 초기의 대표작가 앨렌 존스(Allen Jones)과 국내에도 빈번하게 작품이 소개되고 있는 미국 팝아트의 대가, 탑 웨슬만의 작품을 인용한다.
앨렌 존스의 1969년 작 <Table, chair and hatstand>는 에로틱하고 도발적인 풍자성이 강한 성적 모티브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작가의 표현하는 도시 특유의 우울하고 도발적인 이미지는 영화 속의 주인공들 주요활동 무대와 절묘하게 어울려진다. 탐 웨슬만의 <거대한 누드>시리즈를 연상시키는 노파의 집은 쾌락과 탐욕을 대변한다.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같이 웨슬만 역시 매스 미디어, 광고, 포스터, 영화, TV에서 볼 수 있는 모티프들에게서 영감을 받았고 이것을 소재로 삼았다. 고전미술에 등장하는 누드의 형식을 차용한 누워있는 여인은 입술, 가슴 등 여성의 실루엣을 강조한 그래픽적 요소와 강철과 알루미늄을 같은 재료로 입체적으로 표현한 평면부조로 확대하며 조형성을 확장했다. 40년 전에 제작된 큐브릭의 영화는 미술작품을 절묘하게 응용하여 연출의 세련미, 미래적인 이미지가 독보적인 양식을 만들어 내었다.   

임상수 감독 <하녀>는 최 상류층의 위선과 가식을 영상으로 표현하였다면, <돈의 맛>은 최고 재벌가의 화려함과 돈의 폭력을 담고 있는 영화로 미술작품으로 미장센을 연출하여 이미지를 극대화시킨다. <하녀>의 마지막 장면의 상드리제는 배영환작가의 <디오니소스의 노래>로 멀리서 보면 화려하지만 깨진 와인병과 소주병으로 만든 설치조각으로 상류층 가정의 고상함 속에 감춰진 거친 욕망을 재료적 특성으로 어필한다. <돈의 맛> 대 저택의 실내는 미술작품이 곳곳에 설치되어 미술품을 발견하는 재미도 솔솔하다. 수퍼 리치(Super Rich)들의 고상한 취미와 화려하지만 건조한 삶의 대변하는데 미술작품이 적절하게 배치되었고, 모던한 이미지는 차갑거나 이성적으로 감정이입이 쉽지 않다. 고산금의 텍스트를 특정 오브제로 대체시킨 조형작품으로 <청풍계도>, <무진기행>등으로 작가노트에는 '언어가 갖고 있는 동시적 투명성과 불투명성의 관계, 그리고 의미에 대한 폭로와 숨김이라고 하는 양면성'으로 표현한다. 죽은이의 명복을 비는 곡에서 차용한 홍경택의 레퀘엠 시리즈 등이 절묘하게 공간과 조응한다. 국내외 10명 정도의 주요작가의 작품이 공간연출에 중요하게 설치되었으나 작품을 감상하는 관점에서는 녹록하지 않다.  

현대미술을 가깝게 접근하는 영화 중에서 <모나리자 스마일>이 있다. 위의 영화들은 내용상으로 미술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지만 낮지만 모나리자 스마일은 현대미술 강의가 중심이다. '예술이란 무엇인가'의 질문을 주인공(캐서린 왓슨)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웰슬리 여대의 학생들에게 던진다. 미켈란젤로처럼 완벽한 팔등신의 인체 그림과 조각이 이상적인 아름다움이요 미의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피카소 작품 조차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왓슨은 잭슨 폴락(Jackson Pollock)의 작업실에서 현장수업을 한다. 이것도 예술이냐며 반항하는 학생들에게 'You are required to consider it' 라고 말한다. 그저 이 작품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라고.. 샤임 슈틴(Chaim Soutine)의 죽은 고기가 그려진 그림, 이런 사틴의 영향을 받은 정육점을 연상시키는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촉각적인 그림들은 요즘 시대의 보통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예술에서의 '추의 문제'를 생각해보자. 그리스 철학자 플루타르코스(Plutarchos)는 '본질적으로 추는 미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추에 대한 모방은, 만약 그 모방이 아주 잘된 경우, 상찬(賞讚)을 받는다. 추한 사물을 그린 그림은 결코 아름다운 그림일 수 없다. 만약 그 그림이 아름답다면, 그건 그림이 오리지널로서의 대상과 어울리지 않거나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예술상의 재현물들을 우리가 상찬하는 이유는 예술가의 솜씨가 우리의 지성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미의 표준을 '이것은 아름답다'로 규정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형태가 없는 작가의 행위가 강조된 잭슨 폴록은 전통적 미의 범주에 벗어는 실험적인 작품으로 사후 액션페인팅의 대가이자 추상표현주의의 대표작가로 미국식 현대미술의 아이콘이다. 그의 출현으로 미국미술은 1950년까지 중심이었던 유럽미술의 열등의식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왓슨과 학생들의 화해와 현대미술의 접근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미장센은 학생들이 각각 다르게 표현한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차용한 작품이다. 당시에는 가난에 벗어나지 못한 채 치열하게 살았던 고흐의 삶과 예술가 정신이 반영된 해바라기 작품은 후대에 최고의 사랑을 받으며 미술이 사람의 인식을 바꿀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피카소 -수틴 - 폴록 - 고흐의 작품은 현대미술의 색다른 특성을 이해하고 아름다움이 절대적인 예술이 아님을 깨우쳐주는 현대예술감상의 키워드이다.     

예술가의 생애를 주인공으로 다룬 영화도 다양하게 소개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액션페이팅의 기수 < 잭슨 폴록>, 황금빛 색채의 마술사 <클림트>, 천재낙서 화가 <바스키야>, 멕시코의 자존심, 충실한 내면의 대가 프리다 칼로의< 프리다>, 램브란트와 상벽을 이루는 빛의 화가 베르메르의 <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초현실주의의 대표작가 달리의 <리틀 애쉬> 등이다. 
예술가의 작품으로 미장센을 강조한 루이스 브뉘엘의 <세브린느>의 초현실주의 작품들, 베르톨루치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와 베이컨의 촉각적 조형성, 인간의 사회적 욕망을 다룬 <위대한 유산>의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작가 클레멘트 작품, 램드란트 빛과 그림자를 다룬 < 퐁네트의 여인들>, < 야경> 등 영화가 차용한 미술작품은 이 외에도 감독의 성향에 따라 장르적, 내용적으로 다양하게 표현된다. 어느 날, 영화나 비디오를 보면서 미술작품이 보인다면, 당신은 이미 미술과 가까워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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