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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멘토 디렉터 정의 10분이면 돼, 즐기며 배우는 미술이야기- 현대미술이 낯설게 느껴질 때

정영숙

미술멘토 디렉터 정의 10분이면 돼, 즐기며 배우는 미술이야기

현대미술이 낯설게 느껴질 때 

'이런 작품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흔히 받는 질문 중에 하나이다. 용기를 내서 갤러리에 방문하였지만 화이트 큐브에 전시된 작품들은 알 수 없는 암호처럼 관람객을 당황하게 만든다. 가까이 명제표를 확인하고 작품소개 글을 읽어보아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수수께끼처럼 풀리지 않는다. 큐레이터와 도슨트에게 살짝 질문을 해본다. 다소 알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모든 작품이 명확하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아니, 감상이 안되고 뭔지 모를 궁금한 마음만 오히려 내재된다. 최근 전시되고 있는 현대미술을 감상할 때 느끼는 관람객의 반응이다. 지난 호의 글을 상기하며  '현대미술은 이해의 대상이 아닌 감상의 대상이다.', '모든 작품을 이해하고 즐기려는 마음은 처음에는 버리자' 이와 같이 접근하면 마음이 헐가분해 질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현대미술을 생각해보자. '미술을 전공하지 않고 처음 미술감상을 즐기려는 관람객은 대부분 현대미술을 잘 모른다', 또한 '미술전문가도 새롭게 접하는 현대미술을 잘 모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라고 접근하면 휠씬 편안한 상태에서 미술감상이 시작될 것이다. 필자의 경우에도 새롭게 시도되는 양식과 개념적인 작품 앞에서는 혼란스럽다. 작품과의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작가의 의도를 알기 위해 작가노트나 기타 유인물을 이용하여 스크린을 하지만 보조적인 설명서가 없을 때는 완전한 감상과 비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대미술이 낯설게 느껴질 때, 현대미술의 속성을 먼저 알고 가면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미술을 컨템포러리 아트(CONTEMPORARY ATR)라고 보편적으로 칭한다. 이는 프랑스 철학자 이브 미쇼(Yves michaud)가 인상주의 이후 1905년부터 1978년 사이를 모던아트(MODERN ART), 그 이후 당대 미술을 동시대미술(CONTEMPORARY ATR)라 구분한 데 연유한다. 한편, 미술계에서는 입체파 이후부터 2차 세계대전 전 후를 모더니즘으로, 1970년대 초반부터 동시대미술을 포괄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이라 지칭한 부분도 있다. 컨템퍼러리 아트와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은 무엇인가? 여러 경향으로 봤을 때, 21세기의 예술의 주요특징은 다양성과 모호성이다. 모던에서 포스트 모던으로 흐르면서 예술가들은 더 치열하게 독창성에 매진하여 기존 작품과 다른 방식으로 제작하는 한편, 기존 발표된 작품을 적극적으로 복제하며 개인적인 내러티브를 강조하기도 한다. 전통과 현대가 혼용된 예술의 장(field)를 유희적인 목적으로 표현하는 예술가도 있을 것이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해 끊임없이 기존 예술을 부정하며 창작하는 예술가들도 있다. 이것이 다양성이며 지극히 개인적이기도 하다. 두 번째, 모호성이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장벽이다. 예술을 이해해야 한다는 위험한 생각을 버리고, 예술은 항상 '불분명함'과 '모호성'을 지니고 있다라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장벽은 스르르 무너질 수 있다. 작품과 관람객이 만나는 그 지점, 예를 들어 지리산 중턱에서 운해를 볼 때, 새벽 호숫가에서 안개를 느낄 때의 감정과 대입시켜 보자. 형태는 사라지고 분위기만 남는...... 이브미쇼는 컨템포러리 아트를 '기체 상태의 예술'이라 하였다. 반면, 예술의 모호성은 관람객의 마음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명징한 표현, 한 번의 감상으로 궁금증이 유발되지 않는 작품은 그 만큼 잔영이 없다. 모호한 표현으로 관람객은 개인적 감성을 최대한 이끌어내어 작품에 다가가려고 한다. 작품과 관람객의 간극이 좁아지며 느끼는 긴장과 느낌이 감상의 시작이다. 어떤 관람객은 작가가 의도한 내용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감상하기도 한다. '작품은 관람객의 반응을 통해 완성된다'라고 다시 느끼게 된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 중인 김찬중 건축가는 모호성에 대해 “디자인의 주안점은 단 몇 초라도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입니다. 모호성이야말로 사람들을 잠시라도 사고할 수 있게 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라고 언급한다. 
1964년, 아서 단토(Arthur Danto)는 뉴욕 스테이블 갤러리에서 앤디워홀의 <브릴로 상자>를 감상하고 엄청나게 큰 자극을 받는다. 그 후 1981년 [평범한 것의 변용]이라는 논문에서 예술의 종말을 알리는 글을 기고한다. 그 당시 미학자로서 예술에 관한 비평을 하고 있던 단토의 예술에 대한 충격은 우리가 동시대미술을 감상하며 느끼는 감정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슈퍼마켓에 진열되어야 할 비누박스가 갤러리에 쌓여져 있는 상황이 '응 이것이 새로운 미술이군' 이라고 접근하기는 쉬운 감상은 아닐 것이다. 다만, 미학자인 단토는 그 때 이후 예술의 경계가 무한히 확장되고 있음을 [예술의 종말]이라는 논문에서 제시하여 일상적인 상품이 예술이라는 옷으로 입혀지는 동시대미술의 다양성을 이해하는데 지평을 넓혀준 데 기여를 한 셈이다.  
일부 예술은 복제의 복제이다. 원본의 아우라가 사라지고 시뮬라크르(Simulacre)가 예술이 된다. 앤디 워홀(Andy Warhol)이 선택한 대중적인 물건(코카콜라, 스타사진, 꽃, 달러 등)은 예술가가 선택된 오브제이며 예술로서 인식된다. 앤디워홀의 형식을 차용한 작가로는 진공청소기를 유리박스에 넣고 전시한 제프 쿤스(Jeff Koons), 알약과 약을 넣는 캐비넷을 전시한 데미언 허스트(Damien Hirst) 등 동시대 작가에서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앤디 워홀, 제프 쿤스, 데미언 허스트가 위와 같은 작품을 발표한 근본적인 원인 제공은 개념미술의 대표작가 마르셀 뒤샹 (Marcel Duchamp)의 기여가 크다. 뒤샹이 선택하고 제시한 레디메이드((ready-made, 기성품)는 기존의 미술의 양식을 송두리 채 전복시킨 충격적인 방식이었다. 누구든 원하면 출품이 가능한 전시회에 뒤샹이 <샘Fountain> 를 출품했을 때, '매우 쓸모 있는 물건이지만 전시회에는 적당하지 않다'라고 출품이 거절되고 전시되지 않았었다. 여기에 뒤샹은 예술가가 선택한 물건의 중요성을 '흔한 물건 하나를 구입해 새로운 제목과 관점을 부여하고 그것이 원래 가지고 있던 실용적 특성을 상실시키는 장소에 가져다 놓은 것이다. 결국 이 오브제로 '새로운 개념'을 창조한 것이다.'라고 반박했었다. 
예술가가 그리거나 만들지 않아도 작품이 되는 예술, 기존에 만들어진 물건이 예술품이 될 수 있는 미학의 확장, 이것은 개념미술의 시작이다. 그 후 1960년 전후로 미니멀리즘, 개념미술, 플럭서스 작가들로 개념적인 성향을 작품을 확장, 변화되었고 동시대 미술에서는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20세기 선택한 뒤샹의 행위는 21세기 미술에서도 해답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 미술이 난해한 것인가? 결국 동감하지 못한 채 미래미술의 영역으로 답을 넘겨야 하는가? 동시대미술이 이처럼 모호한 개념으로 치장한다면, 다양성을 인정하 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만, 최소한 변화되는 큰 흐름으로 현대미술을 이해하고 그 변화의 속성들에 대해 접근하려는 열린 마음만 있다면 현대미술이 낯설게 느껴지는 느낌은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세대간에도 생각의 간격이 있듯이 현대미술에서도 시대의 간격, 그리고 동시대미술에서도 다양한 변주가 있기 때문이다.  
미술작품과 가까워지는 방법에는 동시대미술을 형식적, 내용적으로 구분해서 보는 감상법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개념미술의 이해, 장르별 특성 이해, 비엔날레와 아트마켓(미술관/갤러리, 아트페어, 옥션 등) 구분으로 미술 감상의 기회를 다채널로 접근하는 방법이다. 미술이론을 공부하는 쉬운 접근으로는 대중잡지에 기재된 미술관련 글과 대중매체에 언급된 문화면 기사, 방송 등이 있으며, 미술전문잡지를 한 권이라도 구독한다면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데 유용할 것이다. 또한 SNS를 통해서도 전시정보와 작가정보, 미술이론에 대한 내용을 접할 수 있다. 좀 더 심도 있는 미술이론 공부하고자 한다면, 국 ▪ 공립 기관에서 진행하는 미술아카데미를 비롯하여 기업이나 갤러리 내 일반인 대상의 강좌에 노크하기 바란다. 더불어 작가의 도록, 미술이론서적 등은 미술감상의 즐거움을 찾는데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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