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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미술계를 돌아본다

정택영

2023 미술계를 돌아본다.





사람 1명의 아트일 수 있음



올해도 미술계의 전시나 관련행사들은 변함없이 풍년이었다. 물론 풍년을 이룬 것이 풍작이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술계가 겪는 여러 난제들이 첩첩이 쌓여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은 한 국가의 위상이나 국민의 정서를 고양시키는 한 분야의 역할로 고무적인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외적 현상과 걸맞게 내적인 성장과 성숙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또한 과거에 비해 미술계에 종사하는 전문분야의 전문인력들도 많은 증가를 보여왔고 미술분야를 다루는 특수직의 전문가들 활약상이 도드라지는 현상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렇듯, 미술계의 현주소가 날로 양적 성장과 팽창일로에 있음에도 여전히 많은 문제점과 미숙함을 안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세간에 널리 알려진 어느 사립미술관에서 유명 작고 화가의 기획전을 열고 있었는데 그 고인이 된 화가의 기획전을 준비하면서 이 전시의 헤드라인을 ' ~의 그림쟁이 - ㅇㅇㅇ '라는 전시명으로 확정해 대대적인 매스컴 홍보를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지금 21세기 첨단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아직도 조선시대에나 근대에 사용되었던 '그림쟁이, 또는 환쟁이'라는 좋지 못한 용어를 굳이 선택해 작고작가의 격을 떨어트리고 인격적으로도 비하하는 그런 헤드라인 용어를 사용해야만 한 까닭을 이해하기 힘들다.


잘 아는 대로, '그림쟁이'는 화가를 낮잡아 부르는 말로, 그림과 ~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접미사 쟁이가 합쳐진 말이다. 화가는 보통 직업인 회화가를 지칭하는 것과 달리 그림쟁이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의미한다. 다만 접미사인 쟁이가 비하 표현이기 때문에 화가와 같은 사람을 비하하는 욕설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자신을 낮춰말하기 위해 그림 그리기가 취미인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비하의 의미도 점점 퇴색되고 있다. 비슷한 맥락의 우리말로 '글쟁이'가 있다.


무슨 '쟁이'로 불리는 말에는 거짓말쟁이, 겁쟁이, 게으름쟁이, 말썽쟁이, 망건쟁이, 무식쟁이, 변덕쟁이, 빚쟁이, 안경쟁이, 애교쟁이, 욕심쟁이, 주정쟁이, 판무식쟁이, 허풍쟁이, 점쟁이, 사주쟁이, 광고쟁이, 땜쟁이 등이 있는 바, 이 어휘들을 살펴보건데 썩 좋은 이미지로 인식되지 않는 말들임을 깨닫게 된다. 하물며 '그림쟁이'랴!


적절한 비유가 될 지는 모르나, 가령 피카소에게 '그림쟁이 피카소'라는 칭호를 붙인다면 이 표현이 적절한지 곱씹어보게 된다. 왜냐하면 세계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피카소를 그림쟁이라고 표현한 글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경제가 급격히 어려워지고 이에 덩달아 미술계의 침체현상을 모두가 실감하고 있는 이때에 미술계 전체에 좋지 못한 뉘앙스나 영향을 끼칠 소지가 있는 요소들을 신중하고 재고삼고하여 전시를 기획하고 행정을 펼쳐도 칭찬받기 어려운 이 분야에 누를 끼칠 헛짓은 삼가야만 한다.


격을 높여도 좋은 평가를 얻기가 쉽지 않고 칭찬에 인색한 인심을 알아챘다면 적어도 한국 화단을 대표할 뛰어난 작가의 기획전 타이틀에 '그림쟁이'란 비속어를 써서 스스로 격을 추락시키지는 않았으리라 생각되는 것이다.


#파리팡세정택영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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