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파리팡세 : 56 '아트 페어'의 홍수 시대에 서서 Thinking on 'The Age of Flood of Art Fair'

정택영

'아트 페어'의 홍수 시대에 서서
Thinking on 'The Age of Flood of Art Fair'


Takyoung Jung, Paris based artist, participated in the SOAF-2016 Seoul Open Art Fair, held on May 10th to 14th 2016 at the COEX situated in Samsung-dong Seoul. 
Displayed in middle painting, “Light & Life LL 15-2”, 100 x 100 cm, acrylic on canvas, sold to the ArtBank of 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as a 'Permanent collection work'. 
takyoungjung.com
...

Out of difficulties grow miracles.
엄청나게 어려운 일은 기적을 키운다.
...

적어도 10여년 전쯤에는 그랬다.
화가의 길로 들어선 사람이라면 세상 돌아가는 세류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예술철학과 독자적인 주관으로 설정한 작업 경향을 고지식하게 지키고 끊임없이 개인전을 열면서 화단과 세간에 이름 석자를 알리고 그룹전과 단체 초대전에 출품함으로써 화가로의 존재감은 지켜나갈 수 있었던 시대 말이다.

그때는 그랬다. 
화단의 흐름은 그리 큰 변화도 없었고 구시대 선배화가들이 해왔던 생존방식을 따라 답습하면서, 그래도 화가들은 간간히 팔리는 작품값으로 가족을 돌보고 작품재료를 사대면서 화가로의 길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러던 시절을 뒤로하고 세상은 급격한 환경의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시대현상을 두고 미래학자들은 패러다임 시프트 Paradigm shift라 정의하며 미디어를 달궜다.
이제는 몇 십회의 개인전을 치러냈다고 자랑할 시대도 아니고 그걸 값지게 알아주지도 않으며 몇장을 넘길 만큼 많은 화력을 쌓고 이름 석자를 널리 알렸다 해서 화가로서의 존재방식을 예전처럼 유지하기는 어려운 시대를 맞고 만 것이다. 말하자면 화가로서의 커리어만 쌓고 목에 힘주던 시절은 종언을 고했던 것이다.
그게 바로 언젠가부터 갑자기 공룡처럼 등장한 '아트 페어'란 거대 미술시장이었다.
선배 화가들은 '순수성'을 저버릴 수 없다며 아트 페어 등장에 등을 돌리고 손사래를 치며 거부하던 모습을 나는 기억한다. 그 어떤 고난과 어려움도 자존감 하나로 굳게 지켜오던 순수화가란 타이틀을 아트 페어라는 거대 자본시장의 횡포에 휩쓸리지 않겠다고 눈길조차 주지 않던 선배화가들의 모습은 당차다 못해 의연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트 페어가 미술시장을 지배하고 메이저 마켓으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서서히 미술계의 흐름은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개인전을 십수 회, 이 삼십 수회를 치렀다 하더라도 아트 페어에 작품을 내놓지 않으면 잊혀져가는 시대가 도래한 듯했다.

이것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세간에 알려진 미술품 컬렉터들이나 미술 전문 딜러들이 찾는 곳은 다름 아닌 아트 페어 전시장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로 미술품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은 상설화랑이 아니라 대규모 아트 페어 장으로 지각변동을 했다고 보여진다.
싫든 좋든 이제 아트 페어의 흐름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저간의 메가 트렌드가 된 듯하다. 그러므로 아트 페어에 출품을 하지 않는 화가는 자연스레 서서히 그 이름이 잊혀져가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대규모 아트 페어 전시장을 들어서면 무수한 갤러리들과 화가들의 작품을 동시다발적으로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작품을 컬렉션하는 분들에게는 그 이상 좋은 호기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트 페어에 작품을 내놓고 작품이 팔리지 않는 경우이다.
작품이 팔리지 않게 되면 출품작가로서는 여간 참담한 게 아니다. 자신은 순수한 작가라 스스로 자부하고 자위하면서도 막상 미술품 견본시장이라는 아트 페어 시장에 출품을 하고 단 한점도 팔리지 않으면 자신이 얼마나 참담하고 허망한 일을 하고 있는지 당해본 사람은 동병상련으로 느끼는 감정이리라.
그것은 작품이 팔리지 않아 당장 여기저기서 꿔댄 참가 부스비와 재료비며 가족 생활비를 아내에게 주지 못하는 경제적 궁핍과 난감함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좌절을 느께게 하는 것은 자신이 추구해온 작품의 주제나 표현기법, 현재의 작품경향이 시대성에 뒤떨어지는지, 미학적. 조형예술적 가치가 뒤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대중들이 이 작품을 외면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하며 남모르게 자신을 할퀴고 자학에 빠져 작가 스스로의 예술성과 재능을 의심하고 깊은 절망의 늪에 빠지는 것이 화가에겐 가장 혹독한 형벌이 된 것이다. 
과거엔 이름값으로 그럭저럭 작품을 팔았지만 이제는 누구를 막론하고 아트 페어란 미술품 판매 재판장에 나오기만 하면 높은 이름값이던,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던 냉혹한 대중들의 구매여부 행동 재판 앞에 무력하게 서야만 한다. 화력이 짧건 학벌이 어떻든 간에 색깔이 장엄하고 화려하며 서양의 어느 유명인사를 다트 dot와 실루엣 기법으로 묘사했다든가 페이소스에 호소하며 심금을 울리는 엔틱 농짝 위에 달항아리 하나 그려놓으면 부잣집 귀부인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덥썩 구매예약을 하고 빨간 스티커를 붙여놓는 것이다. 
바야흐로, 어떤 참가 화랑이든 이제 과거의 빛나는 명성과 역사와는 상관없이 빨간 스티커가 얼마나 많이 붙어있느냐에 따라 화랑의 존위와 작가를 선정한 능력을 인정받게 되는 그런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이게 현실이고 미술판의 민낯이며 현주소이다.

피해갈 길 없는 현실! 그걸 받아들여야만 한다.
21세기는 무한 경쟁의 시대를 맞았다고 모든 분야에서 이구동성으로 말을 하지만 적어도 미술판에서는 무한경쟁이라는 말은 생소한 언어였다. 그러나 아트 페어가 공룡처럼 흥행을 이루면서 이제 미술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무한경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진입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는 이 분야 전문인은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 아래, 얼마 전 코엑스에서 열린 SOAF 라는 오픈 아트 페어에 '갤러리 두 Gallery DOO - 갤러리 두 (Doo Kyung Chung 정두경 관장) 를 통해 출품하게 되었고 국립 현대미술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미술은행에서 내 작품을 구입하겠다고 제의가 들어와 갤러리 측에서 서류를 구비해 두 번이나 제출하고 그 기관의 심사를 거쳐 작품소장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한국으로부터 접하고 여간 기쁘지 않았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요구하는 아크릴 액자로 끼우고 추가자료를 갖춰 6월 8일 직접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반입해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내용을 접하게 된 것이다.
화류계 입문 40여 년만에 작품이 국립 현대미술관에 영구 소장된다는 것은 화가로서 여간 반갑고 기쁜 일이 아니었다.
화가의 길, 참으로 어려운 길이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 그 길을 접어들고 홀로 걸어가야만 한다. 외길이 나오고 깊은 구릉과 벼랑 끝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도 피하지 못하고 그 길을 걸어가야만 한다. 피하는 순간, 이미 화가의 길을 접는 파경을 맞기 때문이다.
차제에 수많은 화가 동료 후배님들, 고난의 그 길이지만 묵묵히 정진하다 보면, 누군가 그 쓴 고난의 길을 지켜내고 이룬 작품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을 맞이하게 될 것을 믿으며 그 길, 뚜벅뚜벅 정진해 나가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것이 화가의 길임을 어쩌랴!

Out of difficulties grow miracles.
엄청나게 어려운 일은 기적을 키운다.

May 16 Monday 2016
takyoungjung.com
jungtakyoung.com

https://www.facebook.com/takyoungjung/posts/1121130624596007?comment_id=1121441581231578&notif_t=feed_comment&notif_id=1463425297252694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