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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케치 : 28. 파리-그 상상력의 힘

정택영

현대인들에게 있어 상상력은 과거시대에 단지 꿈에 불과하다고 치부했던 불가능한 일들을 실현 가능케 하는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상상력이 낳은 힘은 결국 창의성을 부화시켜 현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경쟁에서의 승리로 이끄는 궁극적 열쇠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창의성은 시스템의 메커니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유분방함, 억압되지 않은 마음의 상태에서만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것은 오로지 새로움에 대한 갈망, 다른 것 들에 대한 편견 없는 이해, 유연한 사고에서 창의력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창의력 향상을 발아시키는 것이 곧 예술일 것입니다. 예술은 분명, 눈에 보이지 않는 것조차도 표현해 내며 현실공간에서 불가능한 상황을 연출해낼 수 있는 상상력의 마당이기 때문입니다.

“예술은 21세기에 요구되는 창의적 상상력을 촉발한다”고 ‘생각의 탄생’ 저자인 로버트 미셸 루트번스타인 교수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상력을 펼쳐낼 수 있는 원천은 생각의 유연성과 인문학적인 지식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어야만 합니다. ‘해리포터’를 지은 조앤 롤링이 아니었으면 영국이 제2의 외환위기를 맞았을 것이란 정도로 그녀의 상상을 펼친 창의력의 영향은 대단한 것이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아이 팟, 아이 폰, 아이패드 등 ‘아이’시리즈로 이어지는 독창적인 제품을 내놓고 있는 미국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가 상상력, 그리고 인문학을 유난히 강조해온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 갖은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새로운 컨텐츠를 개발하고 창의력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음을 봅니다. 그러나 창의력을 길러주기 위해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적용하려 해도 사회인프라나 교육환경이 이민족의 차별, 타종교의 배척, 남녀차별에서 비롯된 편견이 바탕에 깔려있다면 창의력은 잘 배양되지 않을 것입니다.

 

파리에는 수많은 미술관과 갤러리, 그리고 박물관들이 있습니다. 특히 중심가에 자리잡은 기술공예박물관은 전 세계 산업기술 흐름을 연대순으로 볼 수 있는 곳으로 측정도구 통신기기 건축 기계 교통수단 등 7개 분야에 걸쳐 3천 개가 넘는 인류의 발명품들이 전시 되어 있습니다. 1642년 세계 최초 파스칼이 만든 계산기나 저울, 자 등이 각 나라 것들과 비교 전시되어 있습니다. 물론 자전거의 경우, 처음에는 체인이 없어 언덕 아래로 굴러만 가는 것에서 지금의 변속기어까지 발명된 것들을 볼 수 있습니다. 파리의 아이들은 그곳에서 단순히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만지고 직접 몸으로 부딪치면서 상상력을 키워나가고 다양한 주제들을 체험해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인간은 좋은 것을 보면 더 좋은 것을 찾게 됩니다. 그것이 인간의 속성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꿈을 믿으라”고 역설하는 프랑스 문학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말 속에는 프랑스 사람들의 상상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 지를 잘 대변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글쓰기는 습관이며, 작가는 자신의 꿈을 소중히 다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고독에 대비하고, 동시에 이를 즐기라’고 한 베르베르- 그는 ‘개미’를 12년 걸려 썼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상상력을 기르기 위해 자신이 선택한 일을 즐기고 그것에 몰입되면 결국 고독하게 되는데 이 고독을 넘어서야 한다는 그것 말입니다. 자유로운 사고와 유연한 상상의 마당이 잘 조성된 사회, 자신의 내면에서 들리는 소리를 끄집어 내는 힘, 이것이 바로 상상의 원천이며 파리사람들의 힘을 도처에서 보게 되는 것입니다.


월간에세이 2011년 4월호

정택영(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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