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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성 : 예술이 할 수 있는 일

정택영


헬기에서 뿌려댄 시詩로 런던을 공습했습니다!

이것은 평화를 깨고 가슴을 쓸어 내리게 하는 비극적 테러 이야기가 아닙니다.

시인 올림픽으로 불리는 '시 파르나소스 축제 Poetry Parnassus Cultural Olympiad' 개막식에서 10만 여장의 시를 런던 상공에서 흩뿌려댄 소식입니다. 204개국을 대표하는 시인 204명이 모이는 역사상 가장 큰 시인들의 축제가 런던 올림픽 개막식과 더불어 열려 의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각 나라 대표 시인들의 시로 엮어진 시집 'The World Record'는 이미 출판되었고, 그 책에 있는 시들 10만 장이 되어 런던 시내에 뿌려진 것입니다.


International Voices from Southbank Center's Poetry Parnassus New Focus란 이름으로 말입니다. 독일에서 처음 '도시에 폭탄이 아니라 시를'이라는 평화의 이념으로 마련된 '시 뿌리기 행사'는 여러 나라를 거쳐 올해에는 제30회 올림픽이 열리는 런던에서 개최하여 그 의미를 더하게 된 것입니다. '헬기로 한 시간 동안 204명 시인들의 시를 수십만 장이나 뿌려댔지만 이 광경을 지켜본 시민들에 의해 도로에는 종잇장이 남지 않았다며 저마다 시를 집는 광경, 바쁜 걸음들을 잠시 멈추고 시를 음미하는 그 얼굴빛들에서 평화 속에서도 또 새로운 평화를 보았다고 참석 시인 장진성씨는 말했으며, 그의 대표시집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의 시들도 헬기에 실려 런던 하늘을 비상하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다는 것입니다.

그 순간 시인 자신도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으며, 런던의 쓰레기도 시로 보이는 날이었다는 감회를 밝혔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 도시들에 시를 뿌리는 행사를 주도한 칠레, 영국, 독일 시인 3인은 서울에서도 헬기로 시를 뿌리는 행사를 만들어내자며 아이디어를 공유하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런던 시내에 뿌려진 장진성 시인의 <아이들은 웃음으로 세상을 말한다>를 읊어 봅니다.

아이들은 천사여서

웃음으로 세상을 말한다.

아름다운 꿈으로 

꽃을 보며 웃는다.

다 가진 행복으로

인형 안고 웃는다.

끝없는 공상으로

하늘보고 웃는다.

심지어 아이들은

슬픔도 웃음으로 말한다.

배고픈 나라의 아이들은

한 조각의 빵을 보고 웃는다.


이전투구와 아비규환, 권모와 술수, 협잡과 상대편 정당을 깎아 내리기, 흠집내기, 비난과 공격, 근거 없는 허튼 비방과 아전인수 식의 정치인들을 바라봅니다. 그들이 민중을 대표하고 민초들을 안전하고 편안하고 잘살도록 종이 되겠다고 어깨에서 가슴에 이름 석자를 내걸고는 허리를 90도로 숙여 낮은 자세를 드러내 보이고 거기에 더하여 종종 아예 땅바닥에 이마를 처박고 큰 절을 올리며 한표를 달라고 머리를 조아립니다. 그렇게 해서 얻은 표심으로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에 오르면 그때부터 갑자기 자전거를 타던 사람이 검은 세단을 타고 검은 양복에 흰 와이셔츠를 받쳐 입고는 거드름을 피기 시작하는 모습을 봅니다. 그들이 세상을 바꾸고 변화시키겠다고 난리를 칩니다. 그러나 세상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세상을 늘상 있어왔던 그대로이고 변절하지 않습니다. 오직 변해야 할 사람들은 그들인 것입니다.


종국적으로 자본과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 목적인 기업인도 무언가 변화를 시키겠다고 나서지만 정작 자신들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어 보입니다. 중소기업과 작은 점포의 상인들마저 간판을 접고 떠나야 하는 절박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행태를 봅니다. 약육강식의 포식자 모습이 늘 상존합니다. 그것이 이 세상의 모습입니다. 

세상을 바꿀 힘은 권력이나 돈이 아니라, 인간의 가슴에 깊이 고여있는 감동이며, 그로부터 분출되는 정신성에 있는 것입니다.


그 정신을 농축하고 에너지를 부어 만든 것이 예술입니다.

뼈를 깎는 듯한 아픔과 고난의 시간이 있습니다. 어둠의 긴 터널을 지납니다. 터널 저 끝에 바늘구멍만한 밝은 빛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바라보며 지친 몸을 이끌고 그곳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 예술가들이 길을 찾아 나섭니다. Art is not a thing; it is a way. 예술이란 하나의 사물이 아니라 길이라고 미국의 철학자 엘버트 허버드 Elbert Hubbard는 말했습니다. 모두가 외면하고 자신만을 애착하고 자기사랑에만 빠져있는 동안, 예술을 하는 사람들, 그들이 해낼 것입니다.

다른 이들이 하지 못한 바로 그것들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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