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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성 : 스프링벅과 양羊 이야기

정택영


아프리카의 칼라하리 사막에는 산양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는데 이 동물들은 푸른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다가 선두의 양이 달리기 시작하면 덩달아 초원을 질주하기 시작하는 습성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뒤에서 따르던 양들은 왜 뛰는지도 모른 채 속도를 내며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갑자기 눈앞에 절벽이 나타나면 질주하던 이 산양들은 속도를 줄이지 못하게 되고 뒤에서 물밀듯이 질주하는 동물들에 밀려 계속 앞으로 달릴 수밖에 없게 됩니다. 결국 이 산양 떼는 모두 절벽에 떨어져 죽게 됩니다. 이 무리의 이름이 바로 스프링벅Springbok인 것입니다. 그들의 질주는 죽음의 비극을 맞게 되는데 두 가지 원인을 발견하게 됩니다. 첫째는 탐욕이고, 둘째는 군중심리입니다. 앞서간 동료가 더 많은 풀을 뜯어먹을 것을 우려한 질시의 발로이며, 그들이 뛰기 시작한 까닭을 모른 채 부화뇌동한 결과라는 것을 말입니다. 

어쩌면 오늘날, 현대인들의 무한질주는 이러한 모습과 많이 닮아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무엇을 위한 속도인가를 되뇌어봅니다. 


양은 여러 종류가 지구상에 서식하고 있지만 공통적인 특징은 그들이 양순하며 목자를 잘 따른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양들은 한 무리 안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리더의 명령에 잘 순종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자가 만들어졌을 때, 선 善하고 의 義로운 것, 상서로운 것 祥, 아름다운 것 美을 뜻하는 모든 언어들은 전부 양 羊자가 들어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면 무릎을 치게 됩니다. 양이란 본디 순하며, 죄 사함 받기 위해 행하는 제의식 때 바쳐졌던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착하다 함은 양처럼 진실되고 순전하다는 뜻으로 善자를 이루고 있으며 의롭다 함 역시 '내가 양처럼 순수하고 올바른 행동'으로 표현되는 말이며 아름다움이란 또한 '살지고 잘 자란 큰大 + 양羊'이 곧 아름다울 미자로 쓰여지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아름다움이란 결국 사고와 미감이 충실해야 하며 시대적 배경과 역사성을 함유하고 작가의 창의정신을 잘 우려서 표현한 것이 아름다움일 것이며 그러한 모든 행위를 일컬어 우리는 예술이란 총칭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예술가들은 세상 바깥의 일들에 지나친 관심을 갖거나 그러한 트랜드에 야합해 부화뇌동하지 않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신념과 조형정신을 부여잡고 현실에 발목 잡히지 않는 사람들이며, 묵묵히 자신의 그 길을 걷는 자들입니다. 그들은 뼈를 깎고 피나는 노력을 병행할 때, 그 결실을 얻을 수 있는, 그리하여 속도와 무한질주라는 현대성에 경도되지 않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밤잠을 설치며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이룬 결과물들을 보고 대중들은 그 작품을 감상하고 향유하며 감동하고 자신의 정서를 고양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프랑스에 살면서 다문화를 접하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비전과 시대정신을 아우르는 작가들이 한 데 모여 재불 예술인들의 모임을 이루게 된 것이 벌써 일 년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아직은 농익은 실과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는 일념으로 '재불예술인의 축제'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는 끼울 구멍이 없어진다고 괴테는 말했습니다. 시작을 잘 하는 것은 목적을 잘 정하는 것이 될 것이고 그러기에 첫 작품이 중요한 이유일 것입니다.


소셜네트워크SNS 환경 아래 놓인 오늘날, 이제까지 구심점이 없었던 재불 예술인들에게 공동협회가 탄생됨으로써 한 개인의 힘으로 일인다역을 해가며 예술활동을 펼쳐온 수많은 재불예술인들에게 지금껏 볼 수 없었던 각기 다른 쟝르 간 공동 협업으로 이룬 예술활동의 모습들이 더욱 크게 증폭되어 다가올 것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겨울의 입구에서 웅크린 마음을 녹이며 따뜻한 온기를 가슴에 담아 새 해를 맞이 하시기를 소망해 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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