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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자료를 통해 살펴보는 한국미술 해외 진출

김달진

미술자료를 통해 살펴보는 한국미술 해외 진출
김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

세계 속에서 한국현대미술의 위상은 어디쯤 와있는 걸까? 지금 열리고 있는 제54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참여한 이용백 씨의 작품 판매와 외국에 초대가 이어진다는 호평이 보도되었다. 이외에도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정호진씨가 이탈리아국가관 특별전에 참여하고 독일 마이클슐츠갤러리 전속작가로 활동하는 세오(본명 서수경)씨는 개인전과 그룹전에 동시에 초대받았다.
최근 비엔날레, 아트페어 등 국제무대에서 한국작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면서 한국현대미술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었다. 지금은 일반적인 전시형태 중 하나이지만 한국현대미술이 해외로 소개되기 시작한 시기는 해방 후 한국전쟁을 지나 몇 년이 더 경과한 1950년대 후반이었다.

<한국 현대미술의 해외진출> 전시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2011년 기획전인 <한국현대미술의 해외진출 _ 전개와 위상> 전시를 통해 한국현대미술이 본격적으로 해외진출을 시작한 전개 시기부터 현재 국제무대에서 입지를 높이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쳐 한국미술을 소개하여 왔는지 심도있게 살펴보았다.
전시 구성은 국가단위 국제전 참가 및 한국 현대미술을 기획하여 외국에 보여준 해외전에 관련된 - 도록, 팸플릿, 리플릿 / - 포스터, 입장권 / - 신문, 잡지기사 등 자료를 전시하였다. 역대 비엔날레 등 당시 작가가 출품했던 작품 이미지는 영상 전시로 대신하였다. 그동안 한국 현대미술의 해외 소개에 걸림돌인 외국어로 된 책이 부족한 것이 지적되어 왔다. 이에 먼저 영문으로 출간 된 단행본 및 외국 정기간행물에 실린 특집기사 등도 전시하였다.

또한 전시회에 맞추어 많은 해외전에 대한 평가를 알기 위해 10여명에게 설문조사를 보내 한국현대미술 해외전시 가운데 성공적으로 기억되는 전시를 3건 제시받아 집계하였다. 응답자는 한국예술종합학교수 김선정, 프랑스 전시기획디렉터 김승덕, 미술평론가 김홍희, 서양화가 박서보, 미술평론가 송미숙, 한국미술평론가협회장 서성록, 서양화가 서승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오광수, 경원대교수 윤범모, 호남대교수 윤진섭, 광주비엔날레재단 상임부이사장 이용우,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장 최열 씨 12명이었다. 설문조사 결과 다득표 전시는 1975년 <일본 도쿄화랑의 한국 5인의 작가, 다섯 가지 흰색전>, 1992년 영국 리버플데이트갤러리의 , 1993년 뉴욕 퀸즈미술관의 , 1995년 이탈리아 <46회 베니스비엔날레>의 한국관 전시, 1961년 프랑스 파리 빌레근대미술관의 <2회 파리비엔날레>, 1988년 미국 뉴욕 아티스트 스페이스의 6건 전시가 평가받았다.

전시와 연계하여 개최한 세미나는 ‘한국현대미술의 해외진출 그 현장과 과제’라는 주제로 6월3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었다. 이번 세미나는 1950년대 후반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국현대미술의 해외진출 양상을 윤진섭-아시아, 김유연-미국, 유진상-유럽, 3명의 발제자가 각 지역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구체적이고 진지한 논의를 거쳐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하는 자리였다.

주요 국제전과 해외전의 면모
1950년대는 1953년 영국에서 열린 <무명 정치수를 위한 기념비 공모전>에서 김종영이 입선하였다. 1958년 본격적인 국제전 진출로 미국 신시내티미술관에서 열린 제5회 <국제현대칼라리도그라피전>에 이항성, 유강열, 최덕휴, 이상욱, 김정자, 김흥수가 출품하여 이항성 작품이 소장되었다. 58년 미국 뉴욕 월드하우스갤러리에서 열린 <한국현대회화전>은 한국현대미술을 국제 무대에 소개한 최초의 전시에 해당된다. 이 전시는 35명의 작가 62점의 작품을 출품했으며 전시에 앞서 57년에 기획자 프세티여사가 한국을 내방하여 작가를 선정하였다.

1960년대에 들어서는 현대미술의 본격적인 전개와 궤를 같이 하면서 국제전 진출의 폭을 넓혀갔다. 1961년 파리비엔날레를 시발로 하여 1963년부터 상파울로비엔날레, 1966년부터 도쿄판화비엔날레, 1969년부터 카뉴국제회화제에 진출했다. 1968년 도쿄국립근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현대미술전>은 해방 후 23년만에 한국의 현대회화가 본격적으로 일본에 소개된 전시이다.

1970년대에는 71년부터 인도트리엔날레에 정기적으로 참가를 시작했다. 1975년 일본 도쿄화랑에서 열린 <한국5인의 작가 다섯가지의 흰색전>은 한국의 단색화를 공식적으로 표면화한 기획전으로서 우리의 정서와 미의식에 걸맞게 소화한 한국현대미술의 상징적인 전시였다. 이어 77년 도쿄 센트럴미술관에서 열린 <한국현대미술의 단면전>은 규모가 확대되어 19명이 출품하였으며 <미술수첩> 잡지에 특집으로 소개되었다.

1980년대 들어서 정기적으로 81년부터 방글라데시아시아비엔날레, 86년부터 베니스비엔날레 등에 국가단위로 참가하기 시작했다. 해외전으로는 1981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미술관에서 는 주최측 큐레이터가 우리나라를 내방하여 작가를 선정하는 등 국제적으로 우리 현대미술이 알려지기 시작했음을 가늠 할 수 있는 전시였다. 이후 우리 미술계에서도 드로잉 자체를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평가하며 급속도로 확장되었다. 1983년 일본에서 5대 도시를 순회한 <한국현대미술전: 70년대 후반 하나의 양상>은 1970년대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그 조형과 정서를 소개하였는데 39명이 출품했다. 88년에는 미국에서 열린 <민중미술전>은 한국의 민중미술과 새로운 문화운동을 세계에 소개하였다.

1990년대 들어서 1992년 세계적인 권위로 ‘미술올림픽’이라고 불리는 <9회 카셀도큐멘타>에 한국작가로 백남준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육근병이 초대 출품되었고 개막식 퍼포먼스에도 참여했다. 같은 해 영국 리버플 데이트갤러리에서 열린 <자연과 함께>는 우리나라 대표 단색화의 경향을 유럽에 선보인 전시였다. 93년 미국 뉴욕 퀸즈미술관의 <태평양을 건너서: 오늘의 한국미술>은 뉴욕교포작가들과 한국의 민중계열작가들이 대거 참여하여 ‘정치미술’로 미국 내 반향을 일으켰으며 당시 뉴욕타임즈와 빌리지보이스 리뷰에서 호평 받은 전시였다. 95년 46회 베니스비엔날레는 우리나라가 1986년 베니스비엔날레 첫 참가 후 10년을 맞아 독자적인 한국관이 건립되었고 한국미술특별전인 <호랑이의 꼬리전>이 열려 15명이 출품한 뜻깊은 해였다. 95년 일본 나고야 아이치현립미술관의 <환류: 한일현대미술전>, 96년 일본 토쿄 국립근대미술관과 오사카 국립국제미술관에서 열린 <90년대 한국미술로부터전>, 98년 미국 시카고 현대사진미술관의 <한국 이 시대의 영상과 매체전>, <한국현대미술 독일 순회전_호랑이의 해>, 일본에서 열린 <우리와 타자사이: 일한현대미술전> 등도 있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다양한 통로를 통해 국내작가들이 외국의 유수한 국제전에 직접 초대받거나 김선정, 김승덕, 김유연, 윤재갑, 이원일 씨등이 기획한 전시들이 외국 미술관에 당당하게 입성하여 한국현대미술이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는 새로운 성향의 평면, 사진, 미디어, 매체들이 소개되며 한국미술의 다양성과 세대 교체를 보여주었다. 전시국가도 일본, 타이페이, 프랑스, 미국에서 확대되어 독일, 영국, 스페인, 중남미, 중국 등으로 세계 곳곳으로 넓혀졌다. 2001-02년 김유연 씨 기획으로 독일 미국에서 열린 <변형된 행위: 동아시아 퍼포먼스 & 보디아트 순회전>, 05년 독일 <더 배틀 오브 비전스: 한국현대미술의 비평적 흐름>, 07년 스페인 <코리아 아오라: 2007 아르코아트페어 주빈국 전시>, 같은 해 김승덕 씨가 기획한 오스트리아 <한국현대작가전>, 2007-08 국립현대미술관 기획 <한국현대미술 중남미순회전: 박하사탕>, 일본에서 <민중의 고동: 한국의 리얼리즘 1945-2005> 5개 미술관 순회전시, 07년 이원일 씨가 기획한 독일에서 <터모클라인: 새로운 아시아의 물결전>, 09년 김선정 씨가 기획한 미국 LA 카운티미술관의 <당신의 밝은 미래전: 한국현대미술12인전>, 작년에 윤재갑 씨가 중국 상하이 민생현대미술관에서 연 <플라스틱가든: 한국당대예술전> 등은 우리 미술의 위상을 높여주었다.

국제전의 명암과 방향
한국미술협회를 통한 국제전의 참가는 한국현대미술을 주도했던 작가들이 대부분이며, 작품은 추상계열이었다. 국제전하면 으례 추상으로 국한되고 “국제전에 참가하려면 먼저 미협 간부가 되라.”는 속언이 생겨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여명의 작가들과 몇몇 커미셔너들이 하나의 국제전에 번갈아 세 번씩도 참가하여 많은 시비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1960 - 70년대 국제전 참가 다수작가를 집계해보니 박서보 10회, 김창열 심문섭 이우환 하종현 7회, 서승원 윤명노 정영열 조용익 6회, 서세옥 윤형근 정창섭 최만린 최명영 씨가 5회 씩 출품하였거나 커미셔너로 참여했다.

국제전 진출 40여년, 그동안의 성과로 상파울로비엔날레에서 63년 김환기, 65년 이응로, 73년 김창열 씨가 명예상을 받았다. 그리고 동경판화비엔날레에서는 66년 김종학, 72년 곽덕준, 79년 이우환 진옥선이 수상했다. 카뉴국제회화제에는 74, 75년 참가작품 국가상을 81년 안병석 씨가 금상을 수상했고, 80년 김홍주, 81년 하동철 최태신, 87년 김용식, 89년 안창홍이 특별상을 각각 수상했다.
인도트리엔날레에서 78년 김홍석이 금상, 91년 서정태가 대상을 수상했는데 방글라데시비엔날레에서도 81년 심경자가 동메달, 83년 이석주 금상, 89년 박영하, 91년 안은숙이 명예상, 93년 이열 씨가 대상을 받았다. 그리고 국제아시아유럽비엔날레(터키)에서는 92년 윤동천이 금상, 조현재 씨가 은상을 수상한 실적이 있다. 또한 베니스비엔날레에서 95년 전수천, 97년 강익중, 99년 이불 씨가 연속적으로 특별상을 받았다.

이상 연대별로 살펴보았지만 지면 관계상 언급하지 못한 전시가 많다. 이 글에서 누락된 자료들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발행하는 한국현대미술 해외진출 책 내용으로 넘긴다.
이제 한국 현대미술 해외진출은 반세기를 훨씬 넘어 질적 양적인 발전을 반영해왔다. 그러나 우리와 다른 문화권에서 열리는 전시회이므로 무슨 작품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고 평가받을 것인가라는 문제제기가 따른다. 동시대를 사는 국제화된 시점에서 이런 문제점을 신중히 검토하고 임해야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우리 문화예술의 위상을 위해 첫째 한국현대미술을 제대로 보여 줄 영문 사이트와 책자 발간, 둘째 세계무대에서 전시기획을 맡을 큐레이터 양성, 셋째 시각문화의 중심에 있는 순수미술의 지원책 등이 시급한 사안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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