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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하는 전시공간의 변화와 과제

김달진

폭발하는 전시공간의 변화와 과제
김달진(김달진미술연구소장)

지난 3월 문화관광체육부의 이명박 대통령에게 2008년 업무보고 중에는 덕수궁 석조전 동관을 근대미술관으로 8월과 구 서울역사를 전시 공연 관광안내소 등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내년 12월에 개관한다고 했다. 또한 종로구 소격동의 기무사 부지를 매입해 문화관광 콘텐츠 전시, 판매 공간으로 조성한다고 했으며 정부 차원에서도 전시공간은 확장될 전망이다. 한때 기무사 부지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이전해야 된다는 논의가 있었고 미협에서는 대형 전시공간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발표하기도 했었던 곳이다.

김달진미술연구소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시각예술 실태조사’지원 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되어 작년 10월에 <2006 시각예술시설 실태조사 및 분석> 연구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최근들어 ‘미술’ 용어 대신 ‘시각예술’로 바꾸어 사용하는 추세이다. 국내 미술관련 전시공간의 규모를 정확히 통계화는 어렵다. 그 이유는 전시공간들의 유형도 다양하지만 제도권 밖에 있는 미등록 전시 공간들이 많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최근들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공간 이외에 공공기관, 도서관, 백화점, 은행, 병원, 카페, 서점에서도 미술전시를 병행하며 홍보와 마케팅의 일환으로 전시공간을 적극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화랑 숫자만해도 기획화랑, 임대화랑, 전시 한번 안하는 중개화랑, 표구점인데 간판이 화랑인 곳으로 어디까지를 포함시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연구보고서에서는 전시공간을 운영주체의 특성, 법적 성격, 중점 활동 등에 따라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문화기반시설에는 미술관과 문화예술회관, 상업시설에는 화랑, 대안시설에는 대안공간과 미술창작스튜디오, 기타시설에는 미술품 경매회사와 그 외 기타공간 등으로 구분하였다. 본 연구에서 조사된 시설의 설립추이를 살펴보면 2001년부터 2006년 사이에 급격한 증가로 미술관은 45.5%, 문예회관은 41.7%, 화랑은 49.6%, 창작스튜디오는 81.8%, 대안공간은 69.2%로 나타났으며, 이는 전체 227곳의 50.7%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시설의 급격한 증가와 더불어 또 하나 특이한 사항은 시각예술 시설이 서울에 편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에 55.5%, 광역시에 17.4%, 중/소도시에 26.0%가 분포하고 있으며, 그 분포는 서울, 경기, 대구 등의 순으로 집중되어 있었다.

폭발하는 전시공간

필자는 그 동안 새로운 전시공간이 2000년 32개(미술세계 2001.2), 2001년 23개(월간미술 2002.1), 2002년 26개(월간미술 2003.1), 2003년 38개(월간미술 2004.1), 2004년 49개(서울아트가이드 2005.1), 2005년 51개(서울아트가이드 2006.1), 2006년 63개(서울아트가이드 2007.1)처가 서울에 개관한 것을 발표해 왔다. 2007년 한 해에는 서울에만 74개, 전국적으로 보면 107개(서울아트가이드 2008. 1) 처가 새로 개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시 공간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에 74개, 광역시에 14개, 시도에 19개가 증가해 서울로의 집중현상이 여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많은 분포를 보인 서울지역의 각 구별 분포를 보면 다른 해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최근 3년간 종로구가 전체의 50%가까이 차지 하고 있었던 것에 반해 작년에는 강남구와 서초구 등 강남권의 입지비율이 높아지고 있었다. 종로구는 2004년에 25개 처로 50%, 2005년에 28개 처로 55%, 2006년에 32개 처로 51%에 달했으나 작년에는 26개 처로 35.14%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강남구는 28개 처로 37.84%, 서초구는 8개 처로10.81%를 기록했다. 특히 강남구는 청담동 13개, 삼성동 5개, 신사동 5개, 논현동 3개, 역삼동 2개 처로 청담동으로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화랑의 해외 진출, 지점 개점 러시

한국 화랑들이 중국 진출은 2004년 베이징에 예술공간 이음을 시작으로 2005년 지우창에 아라리오 베이징이 개관하며 본격전인 러시를 이루었다. 2006년 표화랑, 공화랑, 문갤러리, PKM갤러리가 자리를 잡았다. 작년에는 중국의 화랑 개관 구역도 넓어져서 따산즈 798, 지우창, 환티에, 차오창디 예술구역 등에서 스페이스이음이 새롭게 갤러리눈으로 바뀌고, 갤러리아트사이드, 금산갤러리, 구아트센터, 따산즈갤러리, 소울갤러리, 묵갤러리, 두아트베이징, 물파스페이스베이징, 물파아트갤러리, 자오갤러리, 한지연당대공간이 문을 열었다. 이번 4월에 표화랑이 또 하나를 따산즈 798에 개관 예정으로 준비 중이며 5월에 관음당 문화거리에 조선화랑이 지점과 월간 갤러리가이드를 운영해온 엄종섭사장이 0808아트스페이스를 개관한다. 북촌미술관도 진행중에 있다. 그리고 홍콩에 카이스갤러리, 상하이 모간상루에 샘터화랑, 일본 도쿄에 금산갤러리가 스페이스355로 문을 열었다. 미국에는 작년 10월 개관한 아라리오갤러리뉴욕이 대형 전시장으로 화제를 모았고, 쥴리아나갤러리 뉴욕지점도 문을 열었다. 지난 3월20일 가나아트뉴욕도 배병우사진전으로 개관했다. 뉴욕은 기존의 김수정씨가 운영하는 2×13갤러리, 국제갤러리 이현숙대표 딸이 운영하는 티나김갤러리 등이 있으며 한국현대미술의 미국 소개도 늘어 날 전망이다.
서울 강남 첨담동 네이처포엠빌딩은 ‘화랑빌딩’으로 유명해졌다. 2005년 미화랑이 자리잡고 갤러리2 이후에, 박여숙화랑, 이화익화랑, 표화랑, 조현화랑, 예화랑이 갤러리아트2021, 이상갤러리, 갤러리눈, 외국계 화랑인 마이클슐츠갤러리, 오페라갤러리가 자리잡았다. 또한 선화랑 지점, 인터알리아, 시몬갤러리도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 화랑이 밀집하여 시너지 효과도 있지만 차별화와 각자 좋은 콘텐츠의 전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종로구 PKM갤러도 청담동에 PKM트리니티갤러리를 4월에 재미작가 이상남전으로 오픈하며 갤러리현대도 강남에 하반기에 몆 백평의 대형전시장을 오픈한다. 또한 학고재화랑이 3월말 신관을 개관했는데 건물의 고도제한으로 지하로 두 개층이 내려갔다. 그리고 신생 경매회사가 자체적으로 D옥션은 6개층의 엠포리아갤러리, 오픈옥션은 오픈아트센터, 인터알리아가 인터알리아전시장 운영을 나섰다.

미술관 건립 현황

미술관 건립은 초대 문화부 이어령장관이 부르짖었던 박물관 1천개를 세우겠다는 정책, 그후 문화관광부 박지원장관의 1도 1미술관 시대를 열겠다는 선언에 힘을 입었다. 그 후에도 정부에서는 박물관 미술관 전시 및 프로그램에 예산 지원 정책을 펴왔고, 최근에는 등록미술관의 전문인력 인건비 지원을 추가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등록미술관은 국립 1개, 공립 18개, 사립 70개, 대학 3개를 포함하여 총 92개이다.
작년 5월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미망인에 의해 운영되었던 이응노미술관이 발전하여 고암 이응노를 기리는 대전시립이응노미술관으로 개관하였다. 또한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운영되었던 월전미술관은 월전 장우성의 타계후 8월에 이천시립월전미술관으로 개관했으며 9월에 제주현대미술관도 오픈했다. 금년에 경기도 백남준아트센터가 드디어 10월에 개관하며, 서양화가 장리석씨가 작품 110점을 제주특별자치도에 기증하여 금년을 완공예정으로 제주도립미술관에 장리석기념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대구시립미술관이 1999년 3월 기본계획이 수립되고 2002년 5월 실시설계 용역이 완료됐지만 부지의 적합성 논란이 빚어지고 BTL(민간투자사업) 사업자 선정이 늦어지면서 건립에 차질을 빚어 8년여 만에 작년 8월 기공식을 가졌고 2010년 3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 미술관 건립을 위하여 울산시립미술관은 작년 11월, 강원도립미술관은 12월에 심포지움을 가진바 있다. 양주시는 한국화가 천경자미술관 건립을 경기도 양주시 장흥관광지에 2010년 개관을 목표로 하며, 충남 예산군은 수덕사에 이응노를 기념하는 수덕미술관 건립을 각각 발표한 바 있다. 지난 3월20일 프랑스에서 활동해온 원로 이성자 화백이 경남도립미술관에 전시 중인 작품과 추가하여 진주시에 작품을 300점 기증 협정이 체결되었다. 이로 인해 미술관 건립이 급물살을 타고 논의되며 하반기에 용역이 실시된다.

바야흐로 전국은 미술관 건립시래로 접어들었다. 미술관 건물이야 세우겠지만 제대로 걸맞는 소장품이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다. 지방자치제에 의해 세워진 많은 문화예술회관도 전시장은 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문예회관 자체가 공연 중심으로 운영되고 전시를 담당하는 전문인력도 전무한 형편이다.

지역에 미술관이 서울에 분관을 만든 사례로는 광주시립미술관이 인사동에 분관을 계약했다. 광주시립미술관 지역 작가들의 중앙 화단 진출을 지원키로 했다. 그 내용은 ' 서울 인사동 미림미술재료백화점 2, 3층(260㎡)을 임대해 4월1∼2010년 3월31일까지 인사동 갤러리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시설 리모델링을 통해 오는 6월 개관할 예정이며, 연중 180일가량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게 된다.


대형 전시공간 설립이 필요하다

국전(대한민국미술전람회)이 1981년 30회로 폐지되며 대한민국미술대전(미술대전)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미술대전 전시는 그동안 주로 국립현대미술관을 사용하여 초기에는 1, 2전시실, 중앙홀, 7전시실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 입장에서는 미술대전이 봄 가을로 나누어 열리고 일정 기간을 대관하다보니 자체 기획전이 그 기간을 피해야 하는 자체 업무에 영향을 받게 되었다. 미술관으로서는 장소를 제한해서 그동안 7전시실을 빌려주었지만 작년을 마지막으로 대여가 끝났다고 한다. 대한민국미술대전, 공예 디자인대전, 서예 문인화 대전이 분리 전시되고 전시기간이 짧아졌고 예술의 전당 서예관, 서울 600년기념전시관으로 밀려났다. 한국미술협회전도 있는데 미협전의 경우 부문별로 크게 나누어 2년에 한 번 전시를 하고 도록을 통한 지상전시로 대신하기도 한다. 한국미술협회 입장에서는 전시장소가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서울 중심에 있던 대형 전시장에 해당하는 공평아트센터, 상갤러리, 서울갤러리가 문을 닫았다. 현재 대형전시를 할 수 있는 곳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과 서예관, 디자인 미술관, 세종문화회관, 서울 600년 기념전시관 뿐이다.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도 대관 심의를 거치고 연이어 한 단체를 해마다 빌려주지 않기 때문에 전시장 확보가 어렵다. 대형전시가 열릴 공간이 부족하다보니 주요 단체전이 성남아트센터, 안산 단원전시관 등으로 빠져 나가고 있다. 회원은 해마다 증가하고 한 장소에서 100명 이상의 작품을 전시할 곳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시장이 좁다보니 대형 전시들은 의욕적인 작품보다는 소품을 출품하여 형식적인 전시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이제 미술계의 발전을 위하여 대형공간 설립은 필수적이다. 이 대형공간은 공모전, 아트페어, 단체전 등으로 폭 넓게 활용할 수 있다. 아트페어나 미술시장은 이제 예술의 전당이나 코엑스가 아니라도 미술장터 형식의 오픈페어로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설 공간이 필요하다.


화랑의 과제

새로운 전시공간의 설립은 건물 일부를 전시장으로 바꾸는 경우, 화랑에서 일해온 경험으로 독립하는 경우, 컬렉터에서 출발하여 화랑업으로 진출하는 경우, 미술가가 만드는 경우, 미술과 연고 없이 뛰어드는 경우가 있다. 외형적으로 화랑 운영이 문화사업으로 고상하지만 작품팔기는 쉽지않으며, 문을 연다고 임대가 쉬운 것도 아니다. 결국 개관한지 1년도 못 버티고 폐점하는 경우도 있다. 개점은 홍보를 통해 알려지지만 폐점은 조사도 어려우며 2005년 10월 청담동의 모화랑은 개관전시 중에 건물주와 마찰로 문을 닫기도 했다.
메이저화랑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신규 공간들은 재정적으로 열악한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기에 지속적으로 작가를 발굴하거나 검증하여 시장에 진입시키는 역할을 제대로 해줄수 없다. 그 만큼 작가 층은 얇아지고 잘 팔리는 작가를 놓고 경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화랑들이 한국작가들의 중국 진출보다는 중국 작가 섭외를 통한 한국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문제점이 신문에 보도된 바있다.
최근에 화랑들이 해외진출, 지점 개설, 전시 공간 확장으로 몸집을 불리는 까닭은 미술시장이 갈수록 확대되고 글로벌화되는 상황에서 미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비대 할수록 운영에 부담을 지게되므로 혹시 트렌드에 휩쓸리는게 아닌지 설립에 대한 재고도 필요하다. 이제 화랑도 국내 컬렉터를 위한 작품 판매를 넘어 장기적인 안목으로 해외에 진출하고 세계적인 작가를 배출해 낼 수 있는 규모를 갖추어야 한다. 바야흐로 화랑의 국제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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