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제주현대미술관, 새로운 미술관의 선례를 기대하며

김달진


제주현대미술관, 새로운 미술관의 선례를 기대하며

김달진(김달진미술연구소 소장)

외국에 가서 박물관을 찾는 것은 그 나라의 역사를 알기 위한 필수 코스이다. 흔히 박물관과 미술관을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며, 입장 수익은 굴뚝없는 문화산업으로 비유한다. 미술관 건립은 초대 문화부 이어령장관이 부르짖었던 박물관 1천개를 세우겠다는 정책, 그후 문화관광부 박지원장관의 1도 1미술관 시대를 열겠다는 선언에 힘을 입었다. 그 후에도 정부에서는 박물관 미술관 전시 및 프로그램에 예산 지원 정책을 펴왔고, 금년부터는 등록미술관의 전문인력 인건비 지원을 추가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등록미술관은 국립 1개, 공립 18개, 사립 70개, 대학 3개를 포함하여 총 92개이다.

작가는 작품을 어떻게 남기나?

작가가 작품을 창작하면 그 작품은 전시회를 통해서 세상에 보여지고 평가를 받고 판매가 이루어진다. 몇몇의 작가는 소위 인기작가라는 명목으로 작품이 창작되기만 하면 미술관, 화랑, 컬렉터에게 성황리에 팔려나간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이다. 일반적으로 작품판매는 작가의 친척, 지인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
작품의 보존과 관리를 개인미술관이 작가 또는 유족에 의해 재단 등이 설립되어 만들어져서 운영된다. 그러나 미술관을 건립하는 것은 부지확보, 건립비용 등이 가장 큰 부담이다. 개관 후에도 고정 관리비가 계속 발생되기 때문에 재정 자립도가 낮아 어려움이 크다. 미술관에서의 수입이란 입장객, 아트샵에서의 도록, 아트상품 판매수입 등으로 한정적이다. 작가의 작품을 국공립 미술관, 국가 기관, 학교 등에 기증하는 것도 극히 제한적이다. 작품을 기증받는 쪽에서 컬렉션을 원칙에 따른 심의, 작품 관리의 어려움, 수장고의 한계 등으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작품을 남기고 간다고 해도 유족에 의해 관리가 지속적으로 잘 이루어 진다고 볼 수 없다. 작품이 잘 매매되는 작가라면 분배에 따른 가족간의 불협화음이 발생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근대미술이 시작한지 1세기가 지났다. 1세대 작가들은 일제시대에 미술을 시작하여 타계하고 이제 몇몇 분들만 생존해 계신다. 2세대들이 해방이후 교육을 받고 우리나라 미술을 이끌어 왔고 원로작가들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미술사의 중요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몇몇 미술관의 소장품 전시나 기획전시를 통해 만날 수는 있다. 우리는 그동안 그 분들의 작품을 받아드릴 공간이나 수용할 자세도 부족했다. 또한 이런 논의도 부족했고 소중한 미술작품인 문화유산들을 소홀히 다루고 방치해 두었다는 생각이다.

작품 기증과 개인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이 덕수궁에서 과천에 새로 미술관을 신축하여 1986년 이전 개관을 앞두고 작품기증운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적이 있다. 아시아 최대의 크기, 덕수궁 미술관의 6배 규모이나 작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요지였다. 작품 한 점을 구입하면 한 점의 기증을 장려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그동안 작품을 다량 기증한 내용을 보면 1982년 재미 여류화가 박순 28점, 사진가 임응식 150점, 1984년 서예가 김기승 288점, 1985년 서양화가 최영림 50점, 서양화가 이동훈 171점, 서양화가 박길웅 80점, 서양화가 오지호 35점, 서양화가 이림 22점, 1989년 서양화가 최욱경 15점, 손일봉 49점등이 기증되었다. 그 후 2002년 조각가 김정숙 80점 2003년 조각가 문신 195점으로 이어졌다(도표 참조). 작품을 다량 기증한 후에는 특별 전시회가 꾸며지고 도록이나 팸플릿이 만들어졌다. 또는 3층 전시실에 특별 코너가 만들어져 전시가 연차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서울시립미술관에는 1998년 한국화가 천경자 93점, 2001년 가나아트갤러리 200점, 2003년 서양화가 김인승 34점, 2005년 한국화가 박노수 52점, 2006년 한국화가 권영우 70점이 기증되었다. 그리고 광주시립미술관에는 재일 한국인 2세 하정웅씨가 몇 차례 작품을 기증했고, 부산시립미술관에는 공간화랑을 운영하는 신옥진 사장이 작품을 기증한 바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작품 다량 기증작가

작가명기증자기증일시기증작품수박 순작가1982.10.2528임응식작가82.10.25150김기승작가84.11.27288최영림작가85.03.2250박길웅미망인 박경란85.03.2280이 림유족 이존명85.06.2722오지호미망인 지양진 85.08.0835이동훈유족 이현균85.08.08171최욱경유족 조하진87.07.1615손일봉미망인
이시가와 미끼꼬87.08.2549김정숙유족2002.05.2980문신유족03.12.02195

* 도표는 첨부 파일 참고

우리나라는 한 작가를 기리는 미술관이 많지 않다. 대표적인 미술관을 살펴보겠다. 서양화가 김환기(1913-1974)를 기념하여 1992년 개관한 환기미술관은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있으며 3백여 평의 전시공간을 갖추고 김환기의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상설전시장과 각종 기념전 및 기획전을 여는 기획전시장이 있다. 작은 카페테리아, 아트샵이 있는 별관인 수향산방을 1997년에 완공하였다. 전시 외에 미술강좌, 세미나, 감상회, 음악회 등을 열어 왔다. 문신미술관은 조각가 문신(1923-1995)의 작품을 보존, 전시하며 지방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1994년에 경남 마산시에 설립되었다. 문신씨가 미술의 본고장인 프랑스에서 귀국하여 고향인 마산에 자신의 작품을 모아 미술관을 건립하였고 미망인 최성숙씨가 2003년 마산시에 기증하였다. 의재미술관은 남종화의 대가 의재 허백련(1891-1997)을 기념하여 2001년 광주에서 개관하였다. 공모전도 주관하며 최근에는 창작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김종영미술관은 1세대 조각가이자 근대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우성 김종영(1915-1982) 타계 20주기를 기념하여 2002년 개관하였다. 우성 김종영조각상을 주관하고 오늘의 작가 초대전을 기획하며 조각 전문 미술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목포에 남농 허건이 1985년에 세운 남농기념관, 서양화가 이중섭이 한국전쟁시 체류했던 제주 서귀포시에 2002년 개관한 이중섭미술관, 국민화가 박수근의 강원도 고향에 2002년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이 개관하였다. 그러나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은 상징성은 좋으나 미술관의 핵심인 소장품이 빈약하다.

금년들어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미망인에 의해 운영되었던 이응노미술관이 발전하여 고암 이응노를 기리는 대전시립이응노미술관으로 5월에 개관하였다. 또한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운영되었던 월전미술관은 월전 장우성의 타계후 8월에 이천시립월전미술관으로 개관했다.서양화가 장리석씨가 작품 110점을 제주특별자치도에 기증하여 2008년을 완공예정으로 제주도립미술관에 장리석기념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경기도에 백남준미술관이 건립중이며 양주시는 한국화가 천경자미술관 건립을 경기도 양주시 장흥관광지에 2010년 개관을 목표로 한다고 4월에 발표했다. 2004년 11월 하이트맥주 산하 하이트미술문화재단에서 경기도 여주에 조각가 권진규 유족과 함께 권진규미술관 건립을 발표했었는데 진행사항은 별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새로운 미술관의 선례를 기대하며

지난 7월 제4탄 김달진아트투어프로젝트로 카셀도큐멘타, 뮌스터조각프로젝트, 베니스비엔날레 등을 다녀왔다. 여행기간 동안에 독일 뒤셀도르프 근교, 노이스에 있는 인젤 홈브로히(Insel Hombroich)미술관을 갔다. 이곳은 산업용 부동산업을 하는 칼 하인리히 뮐러에 의해 1982년 홈브로히 섬에 설립되었는데, 자연과 조화된 미술관 건립을 목적으로, 섬 전체를 야외 조각장과 17개의 건물로 이루어졌다. 인젤은 섬(島)이라는 뜻인데, 섬이라기 보다는 늪이었다. 또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최대한 살려 연못, 늪지, 초목, 풀밭 등을 조성했고 자연 상태 그대로와 개간된 것이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었다. 미술관 입구에서 지도를 나누어주는데 산책로를 따라 들꽃, 연못의 오리와 이름 모르는 새, 초목과 나무들이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어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와 함께 자연을 만끽하며 휴식할 수 있는 장소로서의 역할을 한다. 한참을 걸어도 공원도 아니고 산도 아니고 들도 아닌 원시림에 가까운 숲길만 이어진다. 지금 내가 미술관에 있는가를 잊고 자연과 구조물, 전체적 공간감과 전시작품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명상의 장소이다. 더구나 전시장 안에 작품은 시대적인 구별도 없고 명제표도 없이 작품이 걸려 있었다. 전시장은 ‘음향의 방’이니 고유명칭이 있었고, 천정을 이용한 자연채광과 작품관리원이 없다는 것이 이색적이었다.

인젤 홈브로히의 기본발상은 ‘숲 속을 산책하며 미술을 만나는 가운데 자연과 예술이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외우거나 배워서 익히는 미술사조가 아니라 자연처럼 느끼고 즐기는 가운데 마음에 와 닿아야 하는 데 굳이 동양과 서양미술로 나누고 옛것과 현대미술로 다시 나눈다는 것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또 하나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카페테리아에서 관람객에게 식사를 무료로 제공해주었다. 그 음식은 이곳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것들이라고 했다. 인젤 홈브로히는 한 사람의 발상이 전혀 쓸모없이 버려졌던 땅을 세계적인 명소로 만든 것이다. 전체 면적이 20 ㏊헥타르(약 6만 평)정도이며 그 가치를 인정한 주정부와 노이스시는 1996년에 전폭적인 지원을 결정하였고 인젤 홈브로히는 문화재단으로 출범했던 것이다. 이 특별한 미술관을 보며 제주현대미술관에서 벤치마킹을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9월에 개관하는 제주현대미술관은 제주특별자치도가 해녀박물관, 제주도문화박물관과 함께 내세운 3대 역점사업의 하나인 제주시 한경면 저지문화예술인마을 9만9천㎡(3만평)안에 건립된다. 작년 제주현대국제조각심포지움으로 9점의 야외조각이 설치되었고 작품을 20점 기증한 김흥수관이 현대미술관 본관에 자리잡는다. 그리고 작품 149점을 기증한 박광진분관이 생기며 박서보, 박석원, 박광진 아뜨리에 등이 들어선다. 지금 우리 현실은 많은 작가들이 사후에 작품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이번 새로 개관하는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부지를 확보하고 미술전시관을 넓혀 나갔으면 한다. 작품 구입에는 예산의 한계가 있으니 작가들에게 작품을 기증 운동을 벌일만 하다. 기증작가에게 어느 기간 작품을 창작할 공간을 제공해주고, 작품이 제대로 보존 전시 활용된다면 이 운동에 동참할 작가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러나 제주현대미술관은 개관하지만 관리사업소에서 운영하고 있어 관장, 학예사 등 전문인력이 확보되지 않은 점이 우려되고 있다. 미술관의 3대 요소인 건물, 작품 외에 요즘 미술관은 운영하는 사람이 강조되고 있다. 결국 좋은 미술관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전문직이 없는 미술관이 어떻게 좋은 전시를 기획하고, 외국과 작품 교류 및 작품 출품을 의뢰할 수 있고, 작품 기증을 받겠는가? 앞으로 다가오는 시대는 문화가 지배하고 관광이 산업이 되는 세상이다. 미술관 개관에서 그치지 말고 제주도의 천연 자원을 관광과 연계하여 비상하는 미술관이 되기를 기대한다. 제주현대미술관이 제주관광의 명소로 자리잡고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자리잡기 위해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화는 그동안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엄청난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 박광진기증작품집 / 제주현대미술관 개관전 2007년 9월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