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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수명과 작품의 성과는 비례하지 않는다

김달진

지난 4월8일 미국 피츠버그 자택에서 만 100세를 일기로 타계한 장발 화백의 유작전이 5월 10일부터 6월 8일까지 미국 뉴욕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회는 당초 100세 기념전으로 마련될 계획이었으나 장화백이 갑작스레 타계하는 바람에 유작전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이번 개인전은 1976년 서울 신세계화랑에서 추상작품으로 전시회 이후 25년만에 다시 열리는 것이다.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난 때문인지 그는 특히 성화를 많이 그려 가톨릭미술의 기초를 닦기도 했다. 명동 성당에 걸려 있는 <12제자상>과 절두산 성지에 있는 <성 김대건 신부상> <김 콜롬바와 아녜스 자매> 등이 대표작이며 최근에는 삼위일체를 모두 한복 차림으로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서양화가 우석 장발(雨石 張勃)씨는 서울대 미대 초대 학장을 역임하면서 한국 미술교육의 초석을 마련한 것은 물론, 세계 미술사에서 보기 드물게 장수했다는 점에서 금년초 화제가 된 작가이다. 장화백은 일본 도쿄미술학교를 거쳐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미학과 미술사를 전공, 서양 미술이론을 국내에 도입하는 선구 역할을 했다. 미국에서 돌아와 1926년부터 해방 때까지 휘문학교에서 제자를 양성한데 이어 해방 이후 도미하던 1961년까지는 서울대 미대 교수로 교단에 섰다. 다시 말해 초창기 미술계 형성과 미술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이다. 예술원 회원인 문학진(77.서양화), 권영우(75.한국화), 박노수(74.한국화), 백문기(74.조각), 권순형(72.도예), 이신자(70.섬유미술), 민경갑(68.한국화) 씨를 비롯해 서세옥(72.한국화), 김태(70.서양화), 최경한(69.서양화), 최종태(69.조각), 최의순(67.조각), 최만린(조각.66), 윤명로(65.서양화)씨 등이 그에게서 미술을 배웠다. 이와 관련, 서울대는 지난 96년 개교 50주년을 맞아 그를 ''''자랑스런 서울대인''''으로 뽑는 한편 동상을 대학 구내에 설치하기도 했다. 또한 제2공화국 총리를 지낸 장면박사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유명작가로 장수한 사람은 국내에서 도예가 해강 유근형 99세(1894-1993), 서예가 일창 유치웅 97세(1901-1998), 서예가 석전 황욱 95세(1898-1993) 등이 있고 서양에서는 러시아 태생으로 유년시절의 추억과 연인들의 사랑을 그린 마르크 샤갈 98세(1887-1985), 벨기에 작가로 성적도착과 현대의 우수를 그린 폴 델보 97세(1897-1994), 중국의 대가 제백석 94세(1863-1957), 미국 액션페인팅의 기수 드 쿠닝 93세(1904-1997), 프랑스화가로 금년 2월에 작고한 발튀스 93세(1908-2001), 20세기 대표작가의 한 사람인 파블로 피카소 92세(1881-1973) 등이 있었다.
현재 국내 원로작가로 한국화에 청강 김영기 90세, 월전 장우성 89세, 규당 한유동 88세 서양화에 부산에서 활동하는 한상돈 93세, 김인승 90세, 윤중식과 송혜수 88세, 재불화가 한묵 87세이다. 이외에 김병기, 유영국, 이종무, 장리석, 전혁림, 조병덕, 황유엽 씨등이 이중섭과 출생년도가 같은 1916년생으로 현재 85세들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비하면 동갑내기 이중섭이 40세에 타계하고 오래된 작가처럼 느끼는데 동시대 사람이며 이들이 장수하는 셈이다. 그중 김병기, 윤중식씨는 작년에 개인전을 가졌으며 전혁림씨는 국립현대미술관의 2002년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요절작가는 나이가 젊어서 죽은 작가를 말하는데 몇 세 까지로 국한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현대에 와서 우리나라도 평균수명이 70세로 연장되고 옛날처럼 60세 이상을 원로로 말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조선시대 고람 전기 29세(1825-1854), 1969년 국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던 서양화가 박길웅 37세(1940-1977), 천재화가 소리를 들었지만 6.25 혼란속에 순경과 시비끝에 총탄에 맞은 서양화가 이인성 38세(1912-1950), 우리 근대 조각의 개척자 김복진 39세(1901-1940), 신체적인 불운을 극복했던 서양화가 손상기 39세(1949-1988), 우리에게 가장 사랑받는 이중섭 40세(1916-1956), 80년대 민중미술 대표작가 한 사람인 판화가 오윤 40세(1946-1986), 역동적 생명력의 조각가 류인 43세(1956-1999), 불꽃 같았던 여류화가 최욱경 45세(1940-1985), 근대 건축의 거목 박길룡 45세(1898-1943) 등이 일찍 세상을 떠났다.
서양에서는 오스트리아 화가로 자아강박적이고 성을 탐구한 에곤 쉴러는 독감으로 28세(1890-1918), 낙서화의 개척자 흑인 바스키아는 마약 과다복용으로 28세(1960-1988), 신인상파의 창시자 쇠라는 32세(1859-1891), 프랑스 낭만파의 대표작가 제리코는 33세(1791-1891), 이탈리아 태생의 목이 긴 우수에 찬 초상인물을 그린 모딜리아니는 36세(1884-1920), 르네상스 3대 작가 중 한 명인 영원한 성모로 유명한 라파엘(1483-1520), 이탈리아 화가로 바로코의 전기를 개척한 카라밧지오(1573-1610), 권총 자살로 비극적인 삶을 마감한 반 고흐(1853-1890), 프랑스 몽마르트르의 애환을 그린 로트렉(1864-1901) 등이 모두 37세에 사망하였다. 미국 액션페인팅의 대표작가 폴록은 교통사고로 44세(1912-1956), 멕시코의 여성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는 픽션보다 더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고 18세 때 열차사고로 불구가 됬는데 47세에 자살했다. 칼로는 여성 편력이 심한 21세 연상의 디에고 리베라의 세 번째 부인으로 결혼하여 극심한 정신 고통, 불임, 죽음의 공포에서 살아야 했다.
한 사람의 일백년 삶은 대단하다. 화가가 100세의 천수를 누리는 경우는 세계 미술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앞서 거론 한 작가 이외에도 더 많은 장수작가와 요절작가가 있다. 인간들은 장수를 소망하지만 타고난 숙명을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사실 예술가의 삶의 길이와 작품의 성과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주어진 운명속에서 작가는 남겨놓은 작품으로 그의 생애를 말한다. 사실 밤하늘의 별처럼 수많은 미술인들 속에서 작가로 평가받고 미술사에 기록되는 미술가는 소수의 사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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