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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박수근의 열풍

김달진

지난 주 미술계는 박수근에 관련된 두 가지 소식이 있었다. 뉴욕 소더비경매에서 9월13일 박수근의 '모녀'가 24만4천500달러(약 3억원)에 팔리고 호암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박수근전이 최다관객 9만명을 돌파하고 10월 17일까지 연장전시를 보도했다. 이 '모녀'는 37.8㎝X25.7㎝ (5호크기)로 어머니와 딸이 곡식을 거두는 모습을 판자에 그린 것이다.

박수근전은 우리 전시회가 길어야 한 달 또는 40 여일에 비하면 7월17일 시작해 9월19일 끝나기로 했던게 늘어나 장장 3개월을 기록하게 되었다. 지난 1월 갤러리현대의 이중섭전이 48일간 8만9천752명이었다. 이번 박수근전은 유화, 수채화, 스케치, 삽화, 자료 125여점 들로 구성되어 있다. 가난하지만 정이 깊었던 어버지 박수근이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사줄 돈이 없어 직접 그려준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그림책도 나와있다.그리고 박수근 특유의 마티에르 표현법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제작한 작품모형도 공개하였다 그 비결은 붓과 나이프를 반복해가며 칠하고 물감이 말라갈 때 덧칠을 반복해 얻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995년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박수근 30주기전보다 규모가 커서 국립현대미 술관, 홍익대·고려대·성신여대박물관, 각 화랑 소장품이 망라되어 있다. 그의 대표작인 '나무와 두 여인' '귀로' '시장의 여인들' 등이 모두 나왔으며 앞으로 이런 규모 전시는 쉽지 않을 듯하다. 사후 유작전 한 번으로 끝나는 다른 작가와는 달리 10주기, 20주기전이 열리고 전시회마다 많은 관람객이 모이고 날이 갈수록 평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소더비·크리스티경매를 통해 한국작가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지금도 작품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지만 작품을 내놓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안되는 작가이다.

이번 소더비경매는 1994년 이후 8점이 팔린 것이다. 박수근의 현재 첫 딸 인숙씨는 미술교사로 있고 아들 성남씨는 화가로 활동하다 지금은 오스트레일리아에 살고 있다. 그의 손자가 얼마전 시드니에서 개인전을 가져 국내에 전해졌는데 3대로 화업이 이어진다. 박수근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과일이나 물건을 살 때도 한 곳에서 사지않고 일부로 노점 몇 곳을 돌며 사가지고 왔다는 일화가 있다. 박수근의 작품세계는 그만의 독특한 기법으로 화폭에 우리나라 서민들의 삶을 기록하여 갔다. 소박하고 끈질긴 생활의 진실을 때로는 종교적인 신앙심으로 이 웃 사람들을 사랑으로 담아 내었다. 어려웠던 우리의 1950 - 60년대의 모습을 누구보다도 진실하게 그려내고 우리 민족의 심성까지 포착해낸 뛰어난 작가였다. 간결한 윤곽선, 억제된 색조로 소박하면서 바위처럼 견고하게 표현하였다. 때로는 생략된 선에 의해 경직된 화면이 보일 때도 있지만 화강암 표면이나 흙고물같은 마티에르의 독특한 기법을 구축하였고 바탕은 짙은 쑥색의 암갈색이었다. 기존의 표현방법과 양식을 벗어나 독창적인 박수근 그림이 탄생되었다. 상투적인 사실주의적 묘사 작품이 지배하던 우리 화단에서 서양의 매재를 소화하여 한국인의 모습을 찾아내는데 성공한 셈이다.

박수근은 생전에 제대로 된 평가와 대접도 받아보지 못한 채 떠나갔다. 그 삶은 많은 고생을 겪고 가난과 신체적 고통속에서 생애를 마쳤다. 말년에는 백내장으로 왼쪽 눈을 실명하고 간경화로 51세에 타계하였다. 그러나 독자적인 한국의 인간상을 그려냈기에 가장 한국적인 작가가 되어 오늘날 우리의 가슴 속에 살아 있는 것이다. 한국의 가장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경을 독특한 시각과 조형언어로 형상화하였다. 아무도 그를 한국 20세기의 대표작가로 꼽는데 부인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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